마포구를 새롭게 변화시켜 달라는 구민들의 준엄한 명령을 받고 발걸음을 내디딘 지 40여 일. "현장 중심의 구청장, 소통 중심의 행정"을 표방하며 구정에 힘쓰고 있는 박강수 마포구청장을 구청장실에서 만났다. 

기독교인(감리교회 출석)으로 알려진 박 구청장은 외조모로부터 신앙을 이어받았다고 했다. 그는 "사실 깊이 신앙생활해 오지는 못했다"며 "(당선 후) 주변에서 사람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니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저 또한 '하나님의 계획'이 있음을 고백한다"고 했다.

그는 "마포의 미래 먹거리는 볼거리, 즐길거리"라며 "마포 순환버스, 순환열차를 만들어 마포만의 문화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평소 행정의 성공은 소통과 민원 해결에 있다고 생각해 왔다"며 "민원 방법을 몰라 헤매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최근 집중호우 현장 점검 직후 SNS에 올린 게시글로 논란을 겪은 일에 대해서도 속마음을 털어놨다. 다음은 박 구청장과 일문일답.

-기독교인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신앙생활을 해 오고 있나.

"외할머니때부터 기독교 집안이었지만, 저는 사실 깊이 신앙생활을 하지는 못했다. 구청장에 출마하기 위해 사무실을 개소하려는데, 마포 지역의 목사님 열세 분이 오셔서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해 주셨다. 목사님들이 먼저 저를 많이 도와주셨다. 당선된 뒤로는 제가 출석하던 교회만 다니진 못하고, 그 목사님들을 찾아뵈며 예배하고 감사를 전하고 있다." 

-기독교인으로서 정치인이 되신 심정이 어떠한가.

"교회를 갈 때마다 '인간의 힘으로 구청장이 된 것이 아니'라는 말씀을 들었다. 저 또한 하나님의 계획이 있음을 고백한다. 왜냐하면 저도 스무 번 넘어지고 스무 번 일어나 공천을 받고 구청장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인들에게 빚을 지지 않았다. 마포의 변화를 바라며 구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목사님들께서 많이 도와 주셨고, 그에 대해 항상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 인간의 힘으로 불가능했다는 것을 우리 당의 사람들도 다 안다. 사람의 이름으로 할 수 없었던 일이 어떻게 이뤄졌을까, 지금도 신기하다."

-마포구의 장점을 소개해 달라.

"마포는 과거 귀빈로라고 해서, 김포공항으로 오는 유명 인사들은 마포를 통해서만 청와대를 갈 수 있었다. 마포는 홀대받으면서도 중심지 역할을 했다. 서울에서 경기도와 5km의 경계선을 가진 유일한 곳이다. 앞으로 마포구에 발전의 기회가 더 주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진 분들이 많다."

-계획하신 정책들이 많을 텐데, 그 중에서도 핵심적인 것들을 말씀해 달라.

"재개발 재건축이 시급한 곳이 많다. 마포의 미래 먹거리는 볼거리·즐길거리라고 생각한다. 8km에 달하는 한강변을 중심으로 마포순환버스와 순환열차를 만들고자 한다. 마포나루터에 젓갈시장, 마포유수지에 케이팝 공연장, 당인리발전소에 문화창작공원과 에너지과학공원을 조성하고, 홍대와 절두산 성지, 외국인선교사묘원을 거쳐 난지도에 박물관 역사관, 종교관 등을 조성할 계획도 있다. 경의선 숲길도 활용해 마포에서만 볼 수 있는 문화를 만들 생각이 있다. 75세 이상의 어르신들이 2만 4천여 명 계신다. 교회 등 종교시설과 힘을 모아 무상급식 등을 제공할 계획도 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지역인 만큼 임신부터 출산, 산후조리, 영유아 교육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구립햇빛센터'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홍대 문화 발전을 위한 계획도 준비 중이다."

-80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마포구는 상황은 어떤가.

"사실 마포구는 수해 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싱크홀(땅꺼짐) 현상과 낙엽이 쌓여 배수가 안 돼 범람하는 사고가 조금 있었는데, 신속히 해결하고 있다. 과거 마포는 상습 침수 지역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청 직원들이 비상근무를 해가며 오차 없이 대비했다."

-소통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주민의 불편한 사항을 구청장이 문자로 직접 답하는 '365구민소통폰' 민원 서비스도 선보였다.

"평소 행정의 성공은 소통과 민원 해결에 있다고 생각해 왔다. 민원 통합 시스템이 거의 완성 단계에 있다. 출근하면 제 책상 위에는 어떤 민원이 발생했는지 올라와 있고, 이것부터 제일 먼저 점검한다. '현장 구청장실'도 만들었다. 그간 '종합민원실'은 민원 절차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벨만 누르면 민원 도우미가 나타나 담당자에게 안내해 준다. 민원 때문에 헤매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느꼈다."

-최근 집중호우 현장 점검 후 올린 SNS 게시글이 '먹방' 논란을 빚었다.

"적절하지 못한 시점에 식사하는 사진을 올렸다.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8시 넘어서까지 근무하니 직원들이 저를 기다렸다. 미안한 마음에 평상시 잘 알고 지내던 분의 식당에서 식사했다. 그 식당의 남편분이 두 달 전에 돌아가셨다. 선거 기간이라 화환도 못 보냈다. 구두를 만들다 망치 소리에 후천적으로 청각 장애를 얻은 분이었다. 만날 때마다 껴안아 줬던 분인데 돌아가시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장사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사진을 올렸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 '꿀맛'이라는 단어도 먹방 의도가 전혀 아니었다. 당시 마포구에는 비도 거의 오지 않아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그런(타 지역 수해가 심각한) 것을 전혀 의식 못했다.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 당황해 잠도 못 잤다. 하지만 지금도 적절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임기 중 '이것만큼은 꼭 이루고 싶다'는 것이 있으신가.

"35가지가 있다. 다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청명'의 원칙은 잊지 않겠다. 초심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가 가장 중요한 행정의 기준이다. 구청장의 말 한 마디에 움직이는 행정을 원치 않는다. 그래서 지역별 상생위원회와 민원별 상생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여기에 정치인은 배제한다. 정치가 민원에 개입되면 진영논리에 빠지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행정에 담고 싶다. 비전문가들이 문제를 논하고 결정짓는 것도 문제다. 상생위원회가 하루아침에 모든 의견을 조율하진 못해도 서로 다른 의견들을 점차 좁혀나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무엇보다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행정을 하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