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평신도들 지나치게 성직자에게 의존 경향
존 웨슬리, 평신도 지도자들 훈련시켜 적재적소 배치
은사와 소명 있는 평신도들, 영혼 구원 위해 활용해

감신 교수 학술포럼
(Photo : 감신대) 감신 교수 학술포럼에서 오광석 교수(왼쪽)가 발표하고 있다.

2022년 감신 교수 학술포럼 '감신 교수 논문 발표회'가 지난 5월 30일 오후 감신대 웨슬리 채플에서 개최됐다.

이날 포럼에서는 감신대 오광석 교수가 '존 웨슬리의 성직 이해: 평신도 목회직을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교회 공동체에서 평신도의 역할이 확대돼야 하며, 이러한 모델을 감리교 창시자 존 웨슬리의 '평신도 사역자 활용'을 통해 제시했다.

오광석 교수는 "한국교회는 그동안 평신도들이 지나치게 성직자에게 의존해 온 경향이 있었다"며 "그러나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는 성직자를 중심으로 교회 공동체에서 모이던 형태에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평신도들이 스스로 신앙을 성숙하게 만들고, 나아가 '평신도 목회자'의 역할도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 교수는 "존 웨슬리는 평신도 사역자들을 신도회와 여러 모임 지도자로 활동하게 해 감리교 운동의 성장을 견인했다. 그는 감리교 조직을 효과적으로 돌보기 위해, 평신도 지도자들을 훈련해 적재적소에 배치시켜 목회에 동참하게 했다"며 "평신도 설교자는 감리교의 독특성을 보여준다. 이는 제도와 직제 중심에서 벗어나, 기능 중심의 실용적 목회직 이해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웨슬리는 이론적 신학자가 아니라, 실천적 신학(practical divinity)에 관심을 갖고 실제적 성화를 추구했던 '목회자'였다. 목회자 웨슬리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이자 목적은 '영혼 구원'이었다"며 "웨슬리는 영국국교회 성직자들과 달리, '영혼 보살핌'의 직무를 성직자에게만 국한시키지 않고, 평신도들도 목회자와 같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평신도 설교자'들을 '협동설교자(Assistant)', '설교도우미(Helper)로 부르며 이용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평신도들이 설교한다는 것은 당시 영국국교회의 공격 대상이 됐다. 그러나 웨슬리가 보기에 수많은 영혼이 영원히 파멸로 치닫고 있는데, 성직자들은 그들을 돌보지도 않고, 어떻게 그들을 도울지도 모르고 있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평신도들 중 설교자의 은사와 소명을 가진 이들이 실제로 영혼을 구하고 있었다"며 "영혼 구원이라는 절대적 필요성(absolute necessity)이 평신도 설교를 요청했고, 웨슬리는 그 필요성의 원칙을 따랐을 뿐"이라고 했다.

당시 웨슬리가 평신도 설교자들을 '목사(Minister)'라고 부르지는 않았지만, 평신도 설교자들에게 요구했던 경건 생활과 직무 수준은 성직자와 비교해도 손색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들은 매일 새벽부터 오후 5-6시까지 묵상과 개인기도서를 사용하고, 성경을 읽거나 실천신학 서적을 읽어야 했다. 또 매일 아침저녁으로 설교했고, 매주 신도회와 반회로 모이며, 매주 그 모임의 인도자들을 지도했다.

존 웨슬리
▲감리교 창시자 존 웨슬리. 조지 롬니(George Romney)의 그림(1801).


오광석 교수는 "웨슬리는 평신도들이 성례를 집전할 권리는 없어도, 설교할 권리는 있다고 보았다. 그렇다고 웨슬리가 영국국교회 성직 제도를 없애려 한 것은 아니었다. 성직자의 권위나 그들의 고유 권한인 성례 집전권을 제거하려 하지도 않았다"며 "그는 단지 성직에 공식 임명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에 '영혼 구원' 사역을 하는 사람들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오 교수는 "웨슬리는 설교자(복음전도자)는 목사(사제)와는 다른 사역 직제로, 유능한 평신도들로 채워질 수 있다고 확신했다. 기본적으로 협동설교자는 신도회를 관리하고 순회교구(circuits) 내에서 다른 설교자들을 섬기도록 임명된 평신도 지도자들이었다"며 "이러한 평신도 설교자의 자격은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감리교의 장정(discipline)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영국국교회를 사랑하고, 그 교회로부터 분리하지 않을 것을 결심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웨슬리는 설교도우미들에게 시간을 엄수할 것, 나쁜 언어를 사용하지 말 것, 여성과 친근하게 포옹하며 인사하는 일을 조심할 것 등 여러 규칙을 제시하고, 그들이 사역에 필요한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며 "웨슬리는 설교도우미의 주 임무에 관해 '영혼 구원에만 관심을 갖고, 이 일을 위해 소비하고 소비되며, 여러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여러분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가라'고 가르쳤다"고 전했다.

그는 "웨슬리는 성경 어디에서도 하나님께서 큰 배움이 없는 사람들을 사용할 수 없거나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적이 없다며, 하나님께서 평신도 설교자들이 부름 받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충분한 은혜를 주신다고 주장했다"며 "배우지 못해 글도 모르는 사람들이 목회 사역에 적합한지 여전히 의구심이 있다면, 그 설교자들이 맺은 열매를 보라고 촉구했다. 그들의 사역에 요구된 것은 그 일에 필요한 은사와 은혜였고, 그들이 맺은 열매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결론에서 오광석 교수는 "웨슬리에게 교회의 존재 목적은 선교, 교회의 모든 직제는 기본적으로 선교를 위한 도구였다. 웨슬리는 이 목적을 위해 초기 감리교 안에서 '평신도 설교자'라는 새로운 직책을 발전시켰고, 같은 목적을 위해 그들에게 성직안수를 실행했다"며 "웨슬리는 이 모든 직책을 고려할 때, 성서를 표준으로 삼았다"고 정리했다.

오 교수는 "개신교 정신에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넓은 의미의 '목회자'로 부름받았다. 성직자는 물론 평신도들도 크고 작은 관계 속에서 '영혼구원' 직무를 감당하는 목회자가 돼야 한다"며 "오늘날 너도나도 교회의 위기를 말한다. 코로나19 사태로 교회가 경험해 보지 못한 위기를 맞았다고도 한다. 신자 수가 감소하고, 교회가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 염려한다. 그러나 교회의 목적이 '영혼을 구원하는 것'이라면, 목회는 시대와 상관없이 늘 희망이 있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오광석 교수 발표 후에는 권진숙 교수 사회로 김종윤 목사(평동교회)와 기문규 목사(혜화동교회)가 논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