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21세기는 영성의 시대라 합니다. 교회마다 새로운 영성 프로그램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지만, 극단적 영성 집단에 미혹당하는 사례도 심각합니다. 올바른 성령론에 근거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합니다."

30여 년간을 올바른 기독론 위에 균형 잡힌 성령론을 확립하고자 힘써 온 배본철 교수(성결대 역사신학)에게 '성령'을 주제로 물었다. 올해를 끝으로 정년 퇴임하는 그는 강단을 사랑하는 학자인 동시에 전 세계를 발로 뛰는 성령사역자로서, '성령의 삶 코스-성령학교'로 삶과 사역에서 실제적인 열매를 거둘 수 있도록 성도들을 훈련시키고 있다.

배 교수는 경계해야 할 성령운동에 대해 '극단적 혼합주의', '극단적 갱신주의', '극단적 분리주의' 세 가지를 꼽았다. 이들은 2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으며, 정죄만이 아니라 진리의 길로 돌이킬 수 있도록 가르침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해 별세한 故 조용기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는 한국교회 성령론의 세계화를 이끌었다. 배 교수는 "영산(조용기 목사의 호)의 성령론 세계화 시기는 곧 한국의 세계화 시대와 맞닿고 있다"며 "실존적 영성을 포함한 여러 가지 변화와 발전의 요소가 그가 지닌 세계화의 노력과 통합적 시각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고 했다.

기독교가 깊게 뿌리내리지 못한 해외 국가에서 성령을 잘못 이해하거나 적용하는 문제가 심각하다고도 했다. 특히 아프리카의 경우 기복주의, 혼합주의, 기도만능주의, 잘못된 신유 관념, 성경의 자의적 해석, 은사중심주의와 육감주의가 만연했다. 성령관이 토속신앙과 뒤섞여 무속적인 행태로 나타나, 성령사역이라는 이름으로 성도들에게 살충제를 뿌리고 풀을 먹이며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쇼를 펼치기도 했다.

배 교수는 '성령의 삶 코스'를 통해 교회 안팎에서 실제적인 성령사역의 교육과 훈련을 펼쳐 왔다. 최근 아프리카 리더들도 온라인 과정을 통해 비뚤어진 성령론을 바로잡았다. 그의 저서 <성령으로 사는 삶>은 영어판으로도 출간됐으며, 국내외 성령 훈련 사역에 대표적인 교본으로 꼽힌다. 이를 통해 12개월 52주 기간 교회와 가정에서 성도들을 양육할 수 있고, 12주 기간으로 훈련하거나 목회자·선교사들을 위한 3~4일 과정의 '리더 코스'도 진행 가능하다.

그는 "이 코스를 접하는 이들마다 '그리스도 닮기'를 향해 성숙되어가는 경건의 능력이 넘쳐나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다음은 배 교수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극단적 혼합·갱신·분리주의 2천년간 계속
정통과 이단 사이 'DMZ' 설정해 돌이켜야
영산 성령론 세계화, 한국 세계화와 맞닿아

-영성운동에 극단적으로 치우치거나 반대로 극단적으로 경계하는 이들을 어떻게 봐야 하나요.

"'교회사적 분별법'에 의하면 극단적 영성운동은 극단적 혼합주의 영성, 극단적 갱신주의 영성, 그리고 극단적 분리주의 영성의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 세 유형은 모두 처음 기독교가 시작될 고대교회 때에 나타난 심각한 이단들의 특성으로서, 이들 유형은 이천 년 교회사 속에서 지속적으로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는 그동안 정통교회가 이들 세 가지 유형의 이단들을 어떻게 다루어 왔는가 하는 지혜를 교회 역사 속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지혜를 적용하게 될 때, 우리는 어느 한 교단이 아닌 모든 교단이 함께 극단적 영성운동들의 역사적 오류를 강력히 지적하고 대처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떤 의심스러운 집단은 이 세 유형 중 어디에 속해 있긴 하지만 그 정도가 심각하진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정통과 이단 집단 사이에 경계 집단이라고 하는 'DMZ'를 설정해 놓고, 정죄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을 잘 가르쳐 진리의 길로 돌이킬 수 있는 때라고 하는 통찰력도 얻게 됩니다."

배본철 교수
▲배본철 교수는 "복음적인 영성운동의 맥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교회가 대단히 많다. 위험한 극단적 영성 집단들에 미혹당하고 있는 목회자와 신자들의 숫자도 심각한 수준"이라며 "올바른 성령론에 근거한 교육과 훈련의 필요성이 오늘날 매우 절실한 시점"이라고 했다. ⓒ송경호 기자


-성령받음은 개인적인 체험인가요, 공동체 혹은 국가적으로도 미칠 수 있나요.

"성령의 능력은 단지 불신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현장이나 선교지 또는 교회에서의 사역에만 역사하는 것이 아닙니다. 궁극적으로 성령은 변화와 부흥의 영으로서, 성령께서는 우리가 속해 있는 가정, 학교, 직장, 이웃 등의 공동체를 변화시켜 하나님의 통치가 임하는 사회로 만들어 가기 원하시는 것입니다. 성령의 다스리심 속에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을 통해 이런 공동체들이 변화되어갈 때, 비로소 세계선교의 완수를 이루기 원하시는 하나님의 뜻은 성취될 것입니다."

-성령사역 관점에서 故 조용기 목사가 한국교회에 끼친 영향은 무엇인가요.

"첫째로 영산의 성령론 초기 시기는 한국의 해방 전후 시대의 목마른 갈증을 반영하고 있는데, 이는 곧 기도만능주의의 재래적 심성과 적극적 사고방식의 영향을 받아 실존적 영성의 무게를 더한 성령론을 전통 오순절 성령론과 함께 나타냈다는 점입니다. 둘째로 영산의 성령론 논쟁 시기는 근대화 시대의 요청과 함께 당시 사회의 이분법적 갈등 구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당시의 경제적 발전과 교세 성장의 흐름에 실존적 영성으로 부응한 '삼박자 축복'과 또 오순절주의 성령론에 대한 신학계의 매서운 비판이 빗발치던 것을 봅니다. 셋째로 영산의 성령론 세계화의 시기는 곧 한국의 세계화 시대와 맞닿고 있는 것인데, 이것은 곧 실존적 영성을 포함한 영산의 성령론에 나타난 여러 가지 변화와 발전의 요소가 그가 지닌 세계화의 노력과 통합적 시각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성령의 삶 코스'로 국내외에서 훈련 펼쳐
이론이 아닌 삶과 사역에서도 열매 거둬야
아프리카 리더들, 왜곡된 성령론 바로잡아

-'성령의 삶 코스-성령학교'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의 지속적인 학문적·실천적 관심은 '어떻게 하면 일반 신자와 사역자들이 성령의 주권적인 인도하심에 거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또 '어떻게 하면 국내외 교회와 선교 현장에 복음적인 성령의 능력으로 인한 하나님 나라 확장의 풍성한 열매가 넘쳐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동안 신학자로서 성령운동에 대한 논문 발표와 저술 작업은 물론, 교회 안팎에서의 실제적인 성령사역의 교육과 훈련을 펼쳐 왔습니다. 이러한 성령사역은 이 과정을 통해 훈련받은 리더들과 함께 현재 '성령의 삶 코스'(Living by Holy Spirit Course)로 국내외에서 확산되어가고 있습니다.

<성령으로 사는 삶>은 영어 책자로도 출판되는 Holy Spirit: His Person and Ministry와 함께 이러한 훈련 사역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교본입니다. 리더들은 이 책을 사용하여 신자들을 성령과 동행하는 크리스천들로 양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성령의 삶 코스로 남을 양육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또 다른 리더들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 교본은 단지 성령론에 관한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 삶과 사역 속에서 실제적인 열매를 거두기 위해 훈련하는 책입니다. 그러므로 이 교본은 12개월 52주 기간을 가지고 교회와 가정에서 성도들을 양육할 수도 있으며, 또 12주 기간을 잡고 훈련해 갈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는 12 단원의 각 내용 속에 있는 4과 또는 5과의 내용을 가지고 한 주 동안 집에서 하루에 한 과씩 자습하고 적용하도록 하여 매 주 모일 때 나누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학적 지식을 갖춘 목회자나 선교사들을 대상으로 할 경우에는 2박3일 또는 3박4일 과정으로 성령의 삶 리더 코스가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 아프리카에서도 온라인으로 <성령의 삶 코스>를 진행 중입니다. 기독교가 깊게 뿌리내리지 못한 외국의 성령에 대한 이해도는 어떠한가요.

"아프리카는 다른 무엇보다도 특히 복음적 성령론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 매우 필요한 곳이라고 본다. 나는 아프리카에 일반화된 기독교 영성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이 적지 않게 발견된다고 봅니다. 이러한 문제점은 단지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복음이 깊이 뿌리 내리지 못한 모든 지역에 공통점일 수도 있습니다.

첫째는 기복주의(祈福主義)입니다. 세계 어느 곳이든 기복주의적 신앙이 전혀 없는 곳은 없겠으나, 일반적으로 볼 때 아프리카 지역은 그 정도가 매우 심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기도만 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하거나, 무조건 헌금을 많이 하면 물질의 복을 받을 것이라고 믿는 식의 신념을 지닌 이들이 많습니다.

둘째는 혼합주의입니다. 아프리카의 수많은 토속 종교들과 정령 신앙들이 기독교 신앙과 어지럽게 혼합되어 있는 양상들을 봅니다. 아프리카의 많은 지역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 혼합 신앙이 습관화되었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기독교 신앙이고 또 어디까지가 타종교인지 분별하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셋째는 기도만능주의(祈禱萬能主義)입니다. 기도할 때 먼저 하나님의 뜻을 살펴보아야 한다는 성경의 교훈이 간과된 채, 무조건 기도를 많이 하면 능력을 받고 원하는 소원을 다 이룰 수 있다고 가르치는 목회자들이 많습니다. 목회자들이 이런 신념에 젖어 있다면 일반 신도들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배본철 교수의 대표적인 저서 <성령, 그 위대한 힘>과 <성령으로 사는 삶>
▲배본철 교수의 대표적인 저서 <성령, 그 위대한 힘>과 <성령으로 사는 삶>. 이외에도 유튜브 채널 <성령론 배본철>과 '성령의삶 코스-성령학교'를 통해 삶과 사역에서 실제적인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성도들을 훈련시키고 있다.


넷째는 잘못된 신유(神癒) 관념입니다. 무조건 기도해서 질병이 낫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심지어는 의약이나 의술을 부정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질병은 다 마귀의 소행이라고 믿기도 합니다. 강한 영적 능력이 있다면 어떤 질병이든지 치유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나님의 뜻이 질병 속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복음적 관념은 매우 희박합니다.

다섯째는 성경의 자의적(自意的) 해석입니다. 성경의 문맥이나 저자의 의도를 살펴보면서 '성경이 무엇을 말하는가?'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자기 식대로 성경을 풀어서 설교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지역적 여건상 성경주석서나 경건서적들의 도움을 받기가 어렵기 때문에 더욱 그렇기도 합니다.

여섯째는 은사중심주의와 육감주의(肉感主義)가 강합니다. 성령의 내면적 성화나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시는 성령의 감화 등에 대한 교훈은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그 이유는 그동안 아프리카에서 부흥사들이 치유와 은사 중심으로 집회를 열어온 까닭도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양육과 성화를 위한 지속적인 프로그램이 매우 열악한 실정입니다. 복음적 성령론에 대한 원주민 목회자들의 연장 교육의 기회들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이런 문제점들은 오직 복음적 성령론의 교육을 통해서만 치유하고 건전하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프리카의 원주민 사역자들이 양질의 신학교육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바로 이런 점에 한국교회는 앞으로 아프리카 선교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봅니다. 다시 말하자면, 이제는 교회개척선교 뿐 아니라 인재양육선교에 특히 역점을 기울여야 할 곳이 바로 아프리카라는 점입니다."

-교수님의 성령사역에 궁극적 목표는 무엇입니까.

"21세기는 영성의 시대라는 말을 흔히 듣습니다. 그래서 우리 주위에는 많은 다양한 영성 집회들이 열리고 있고, 교회마다 새로운 영성 프로그램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반면에 복음적인 영성운동의 맥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교회가 대단히 많습니다. 위험한 극단적 영성 집단들에 미혹 당하고 있는 목회자와 신자들의 숫자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그런가 하면 신학계에서는 오랜 기간 계속되어온 성령론 논쟁과 이견의 대립으로 인해 바람직한 성령론의 향방을 설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심각한 교계의 상황을 맞아 올바른 성령론에 근거한 교육과 훈련의 필요성이 오늘날 매우 절실한 시점에 와 있습니다.

성령의 삶 코스를 인도하는 대표로서 가진 진솔한 기도가 있다면, 그것은 이 코스를 접하는 이들마다 '그리스도 닮기'를 향해 성숙되어가는 경건의 능력이 넘쳐나게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성령의 삶 코스의 리더들을 통해 많은 복음의 일꾼들이 세워져서 힘 있게 하나님나라를 확장해 가는 세계선교 완수의 주역들이 되기를 간구하는 것입니다."

* 배본철 교수 유튜브 채널 : www.youtube.com/user/bonjour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