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퍼' 나눔으로 잘 알려진 다일공동체 최일도 목사가 6일부터 10일간의 단식기도에 돌입했다. 청량리 밥퍼나눔운동본부 리모델링 과정에서 일부 주민들이 '혐오시설'이라며 제기한 민원으로 공사가 중단됐다며 "창립 34년 만에 최대 위기"라고 배경을 밝혔다.
최 목사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부터 15일까지 9박 10일을 묵언과 침묵 속에 단식 기도하는 기간으로 정했다"며 "밥퍼의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위해 밤낮없이 뛰어다니며 새벽부터 무상급식을 위해 도시락 준비하는 일에 그만 몸과 마음이 함께 지칠대로 지쳐 거의 탈진 상태이고, 밥퍼를 혐오시설로 여기는 일부 주민들의 민원으로 철골 뼈대만 덩그러니 세운 채 건축 공사는 멈추고 말았다"고 했다.
그는 "어쩌면 다일공동체는 창립 34년 만에 최대의 위기 속에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위험을 기회로 전환시키기 위하여 모든 인간적인 방법들을 내려놓고 하나님 아버지를 의지하며, 하나님께 가야 할 길과 해야 할 일을 진지하게 묻고 응답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밥퍼나눔운동본부를 이 기회에 청량리에서 내쫓아 버리든지 아예 없애 버리겠다고 제 앞에서 으름장을 놓는 사람들도 있지만, 제가 대적해야 할 상대는 보이는 육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어둠의 권세들과 한바탕 영적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돌이켜보면 우리가 무엇이 되고 무엇을 이루었다고 생각할 때에, 항상 이런 협박과 모략이 있었다. 이때 우리가 점검해야 할 것은 그들이 아닌 정작 나 자신의 마음이요 초심"이라며 "초심을 상실했다는 것은 마음의 열정이 식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겸손히 배우려는 마음을 상실해 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아무것도 없었을 때 오로지 하나님 한 분만을 두려워하였기에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고 담대하게 영성생활과 성사생활과 봉사생활을 실천할 수 있었던 그 때의 초심으로, 처음에 청량리역 광장 맨바닥에 퍼질러 앉아서도 기쁘고 평안했던 그 초심으로, 죽는날까지 이 걸음으로 나사렛 예수의 영성을 끝없이 추구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다일공동체는 지난해 7월 "1988년 청량리역 광장에 나흘을 굶고 쓰러진 함경도 할아버지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대접함으로 시작된 다일공동체의 밥퍼 나눔이, 드디어 33년 만에 새로운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며 리모델링 돌입을 알렸다.
최 목사는 "청량리 야채시장 쓰레기 더미 위에서, 그리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청량리 쌍굴다리에서 밥을 지어 나누기를 14년, 서울시의회의 결정으로 서울시 시유지에 동대문구청이 가건물을 지어 가건물에서 8년, 23년 세월이 지나서야 현재의 밥퍼 나눔운동본부 건물이 세워졌으나, 역시 임시 가건물이라 너무 낡고 협소하고 엘리베이터가 없다 보니 다리가 불편한 어르신들도 이용이 편하도록 완전한 새로운 시설로 거듭나게 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