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식사를 할 때 기도를 합니다. 하나님께 감사하며 기도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실제 좀 애매한 경우가 생겨서 질문을 드립니다.

1. 무엇이든 음식을 대할 때마다 기도해야 하는 건지요? 그렇게 되면 하루에도 수십 번인데..., 물론 많이 할수록 좋다고 생각하지만 왠지 좀 어색합니다. 출근해서 직장 상사에게 당연히 인사해야 하지만 지나칠 때마다 정식 인사를 하면 좀 어색한 것처럼요. 그래서 교회 선배님들께 여쭤보니 어떤 분은 3끼 식사 때만 하면 된다고 하고, 어떤 분은 마실 때는 말고 씹을 것을 대할 때만 하면 된다고 하고, 어떤 분은 일정 금액 이상의 음식을 대할 때만 하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그 선배님들이 제가 장난으로 물어보는 줄 알고 장난으로 대답해 준 것 같고요. 실제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성경적인 것인지요?

2. 신자와 불신지가 같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 경우에는 각자 기도를 하는 것이 좋습니까 아니면 불신자들에게도 권면하여 다 같이 기도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제 생각에는 다 같이 참여하여 누군가가 대표기도를 하면 좋을 것 같은데,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이 있을 경우 오히려 어색해 질 것 같기도 하고요. 성경적으로는 어떻게 말씀하고 계신지요?

3. 회식자리에 가면 보통 식사를 하기보다는 술잔이 먼저 돌게 됩니다. 기도하기가 아주 애매한 상황이 됩니다. 이런 경우는 그냥 자리에 앉자마자 기도해야 하는지요, 아니면 술자리에서는 생략해도 되는지요?

4. 밖에서의 생활 시 기도를 마음속으로 하면 안 되고 꼭 드러나게 해야 되는 것인지요? 마음속으로만 하면 내가 복음을 부끄러워하고 불신자들과 구분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것이 되는 것인지요? 어떤 경우에는 저 자신이 드러내놓고 기도하는 것이 불신자들에게 외식하는 바리새인과 같이 비쳐지지 않을까하는 염려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령이 충만하지 못한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답변]

아주 간단한 것 같은데도 의외로 많은 신자들이 궁금해 하고 질문하신 대로 실제 곤란한 경우에 많이 부닥치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신자로서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지고 지켜야 할 사항은 형식이 아니라 그 형식에 담긴 내용대로 정확하게 따르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형식을 무조건 무시해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형식을 먼저 지키려다 보면 자칫 형식을 위한 형식이 끝없이 발생하지만,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여 그 뜻대로 따르게 되면 형식도 그에 맞추어 자동적으로 정해진다는 의미입니다.

신자니까 식사기도를 해야 한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면 커피 마실 때는, 냉수를 마실 때는, 간식으로 과자을 먹을 때는, 회사의 회식 술자리 때는, 불신자들과 식사할 때는 등등 말하자면 신자끼리 삼시 세 끼의 식사하는 것 외의 모든 경우에 동일한 의문이 자꾸 생기게 됩니다. 대신에 식사기도를 해야 하는 이유를 정확히 알아 그것을 실제 삶에서 실천하면 형식은 신자 본인이 경우에 맞추어 적절하게 정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  

1. 식사 기도의 원칙

성경에 구체적으로 식사기도를 어떻게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그러나 참고할만한 구절들은 여럿 있습니다.

"하나님이 가라사대 내가 온 지면의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모든 나무을 너희에게 주노니 너희 식물이 되리라."(창1:29) 또 노아 홍수 뒤에는 "무릇 산 동물은 너희의 식물이 될찌라 채소같이 내가 이것을 다 너희에게 주노라."(창9:3)고 말씀하셨습니다.  인간의 모든 식물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당연히 감사의 기도를 드려야 합니다. "모든 육체에게 식물을 주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시136:25)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마5:11)라고 하나님에게 구하라고 가르쳤습니다. 하나님께 구하여 받은  일용할 양식에 대해 감사의 기도를 하여야 함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리고 예수님 당시부터 근래에 이르기까지 삼시 세끼를 제대로 채운다는 것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끼니만 굶지 않아도 성공적인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말하자면 식사 때마다 드리는 기도는 신자의 삶을 보호하고 인도하는 하나님의 은혜를 전부 망라해서 드리는 감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식물은 인간 생존의 가장 근본적인 요소입니다. 식물이 공급되지 못하면 정신적 영적 활동은 둘 째 치고 육신의 보존마저 할 수 없습니다. 말하자면 식물의 공급이 끊기면 죽으니까 식물에 대한 감사는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은혜 전부에 대한 것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신자의 식사기도는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음식에 대한 감사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신자의 전체 삶과 인생을 하나님께 온전히 드리는 헌신이며 또 그것을 최소 하루 세 번은  하나님께 올려 드리는 것입니다.

만약 식사 기도가 음식물에 대한 기도의 뜻으로만 한정된다면 그야말로 커피를 마셔도, 간식으로 과자를 먹어도 일일이 기도해야 합니다. 운동장에서 축구 시합을 하다 갈증이 나서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마실 때도 기도해야 합니다. 또 커피는 몸에 해로우니 기도 안 해도 된다는 반론도 생깁니다. (물론 음식을 대할 때마다 속으로든 입술로든 잠시 감사  기도하는 것마저 잘못되었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그렇게 할 수만 있으면 좋습니다.)

또 식사 기도가 음식에 대한 기도로 한정되어지면 신자가 먹는 일에 대해선 하루 최하 세 번 씩이나 기도하면서 그 외의 것들에 대한 기도는 등한시 한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예컨대 하나님이 주신 은혜라는 측면으로만 따져도 회사에서 월급봉투 받는 그 순간 바로  그 자리에서 가장 진지하게 기도해야 하지 않습니까? 회식에서 신자가 식사 기도해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이 보다 훨씬 덜 중요하지 않습니까?  

하루 세 번의 정식 식사기도 때에는 식물에 대한 감사와 함께 그날 하루 중에 이미 있었고, 현재 있고, 또 나중에 있을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 감사하거나 간구하셔야 합니다. 식사 기도의 본질적인 의미는 "여호와를 의뢰하여 선을 행하라 땅에 거하여 그의 성실로 식물을 삼을지어다"(시37:3)라는 말씀대로 하나님의 성실로만 식물을 삼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입니다.

그래서 정식식사 외의 식음료에 대해선 상황에 따라 본인의 마음에 원하는 대로 적절하게 하시면 됩니다. 너무 허기가 저서 급하게 먹거나 깜박 잊고 기도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습니다. 식사기도를 꼭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붙들리기 보다는 내 존재와 삶과 인생 전부가 완전히 그분의 은혜 안에 잠기기를 먼저 소원해야 합니다. 또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다면 식사 때 만이 아니라 범사에 감사하는 기도가 절로 나오게 됩니다.  

참고로 바울 사도가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전10:31)고 한 말씀은 식음료에 대해 항상 기도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이미 본문에도 "무엇을 하든지"라고 했기에 식사에 한정된 말씀이 아닙니다. 그 앞의 8,9장에서 줄곧 우상 제물을 먹는 문제를 다루면서 믿음이 연약한 자들과 불신자들에게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관점에서만 모든 것들을 판단하라고 설파했습니다. 식사기도도 그런 관점에서 즉, 불신자들에게 그리스도를 증거하고 믿음이 연약한 교인들에게 덕을 세우는 목적이면 상황에 따라 적절히만 하면 됩니다.  

2. 불신자와 함께 식사할 때의 식사기도

이 문제는 함께 한 불신자의 기독교에 대한 인식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극도로 반감을 가져서 공개적으로 기도하는 것을 혐오할 정도의 사람이라면 신자는 속으로만 잠시 기도해야 합니다. 그러나 기독교에 대해 어느 정도 마음이 열린 자라면 먼저 기도를 해도 되느냐고 양해를 구하고 기도하면 됩니다. 특별히 타 종교인이 있을 때에는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그들이 공개적인 기도를 싫어하면 신자가 각자가 알아서 속으로 잠시 기도해야 합니다. 어떤 경우가 되었든 반드시 사전에 양해를 구해 신자 중의 대표가 될 만한 사람이 간략하게 기도하셔야 합니다.

이런 미묘한 문제에 대처하는 신앙상의 기본 원칙은 첫째 항상 상대의 구원을 위해서 어떤 길이 가장 좋은가를 먼저 생각해야 하고, 둘째 전체 모인 사람들에게 덕을 세워 화평하게 해야 하며, 셋째 믿음이 연약한 성도가 합석해 있을 때 시험에 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넷째 기독교에 대한 오해를 심어주게 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꼭 식사 기도를 해야 하느냐, 어떻게 해야 하느냐 의문이 들 때는 이런 기준에 비추어 그 상황과 모인 사람들의 성향을 잘 생각하여 하시면 됩니다.

그러나 한 가지 꼭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외부인들에게 식사기도가 현실의 삶에서 기독교를 다른 종교나 불신자와 구별 짓는 거의 유일한 외형적 잣대가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언제, 어디, 누구와 있더라도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식사 기도를 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잠시 묵도를 하더라도 식사하기 전에 꼭 다른 사람 보는 앞에서 일부러라도, (작의적(作意的)이란 뜻이 아니라 상대에게 기독교의 진리가 조금이라도 전해지길 진심으로 원한다는 의미로서), 꼭 오래할 필요는 없지만 반드시 진지하게 하셔야 합니다.   

3. 회식자리에서의 기도

이는 2번의 답변으로 대체해도 될 것 같습니다. 술자리라도 식사가 함께 나오니까 당연히 잠시 속으로 기도하셔야 합니다. 나아가 술만 마시는 자리에 어쩔 수 없이 가게 되었더라도 기도하셔야 합니다. 이런 때는 술을 위해서 혹은 따라 나오는 안주를 위해서 기도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자리에서 신자가 취해야 할 말이나 행동을 성령님께서 인도해 주시고 어떻게 하든 전체의 덕과 화평을 세우되 복음이 자연스레 증거(꼭 말로서가 아니더라도 신자의 구별된 모습으로라도)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기도하셔야 합니다.  

4. 드러내놓고 기도해야 하는가?

드러내놓고 하는 기도에는 말을 해가며 기도하는 것과 단지 고개를 숙이고 속으로 하되 남이 보았을 때에 기도하고 있다는 모습을 알게 하는 것 둘 다 포함 될 것입니다. 이중에 꼭 전자를 택할 필요는 없지만 앞에서도 말한 대로 기독교 식 기도의 모습은 반드시 취해야 하고 그 이유도 이미 설명드렸습니다.

문제는 남들에게 위선적, 외식적으로 보일수도 있다는 염려입니다. 그런 염려가 드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따지고 보면 아주 잘못된 염려입니다. 자꾸 말씀드리지만 식사 기도나 제사 참여 문제를 기독교 계명을 지키는 의무로만 인식해선 안 되고 그 본질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그래서 그런 눈에 드러나는 의식보다는 더 근본적인 신자의 품성과 행위가 달라져야 합니다.

평소부터 세상사람 앞에 외식적, 위선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확고한 인식을 먼저 심어 주어야 합니다.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어떤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끝까지 신앙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신자가 실제 자신의 삶과 존재에서 불신자들이 저절로 따르고 싶다는 본을 보이고 존경을 받는다면 시도 때도 없이 식사 기도를 한다고 그들이 결코 외식적이라고 비난하지 않을 것입니다.  

신자는 그래서 반드시 바울이 로마서에서 한 이 말씀을 이런 문제들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아 따라야 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 안에서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 이로써 그리스도를 섬기는 자는 하나님께 기뻐하심을 받으며 사람에게도 칭찬을 받느니라 이러므로 우리가 화평의 일과 덕을 세우는 일을 힘쓰나니 식물을 인하여 하나님의 사업을 무너지게 말라 만물이 다 정하되 거리낌으로 먹는 사람에게는 악하니라. 고기도 먹지 아니하고 포도주도 마시지 아니하고 무엇이든지 네 형제로 거리끼게 하는 일을 아니함이 아름다우니라. 네게 있는 믿음을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 가지고 있으라 자기의 옳다 하는 바로 자기를 책하지 아니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 의심하고 먹는 자는 정죄되었나니 이는 믿음으로 좇아 하지 아니한 연고라 믿음으로 좇아 하지 아니하는 모든 것이 죄니라."(롬14:17-23) 

[출처:박진호목사 신앙문답 http://whyjesuson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