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여야 할 교회에 흩어지길 요구받은 한 해
혼란스러운 시기, 창의적·도전적 예배 주목
단순한 이벤트 아닌, 성장과 성숙 이끌어내
2020년은 말 그대로 '팬데믹'에 뒤덮여 버렸다. 전 국민의 '거리'는 계속해서 멀어졌고, 모이지 않는 것이 '상식'이 됐다. 이는 한국교회에도 마찬가지였다. 교회의 본질인 예배는 제한받았고, 모여야 할 교회는 흩어지기를 요구받았다.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창의와 혁신이 필요했다. 온라인 예배를 비롯한 비대면 찬양집회, 기도회, 소그룹모임, 포럼·세미나, 수련회가 크게 활성화됐다. 온라인 해외 단기선교도 등장했다.
바로 이 때,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예배로 주목받은 교회가 있다. 앞으로의 코로나 시국을 미처 다 예측할 수 없었던 지난해 3월, '드라이브 인 예배(워십)'을 드린 서울씨티교회(담임 조희서 목사)다. 미국에서나 볼 법한 자동차 예배가 한국, 그것도 수도 서울에 등장한 것이다.
서울씨티교회는 그때부터 올해 1월 중순까지 19차례 드라이브 인 예배를 진행했다.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교회의 성장과 성숙을 이끌어낸 진지하고도 새로운 예배였다. 특별히 지난해 교회 설립 30주년을 맞이한 서울씨티교회에,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었다.
코로나 시대, 한국교회에 새 예배 모델을 정착시킨 서울씨티교회 담임 조희서 목사가 한 해 동안의 사역 보고서이자 드라이브 인 예배의 안내서인 '모이면 안 되는 시대 모이는 교회(쿰란출판사)'를 최근 출간했다.
조 목사는 "드라이브 인 예배는 코로나19 시대에 맞춘 예배 방식의 하나"라며 "이 예배 뒤에는 더 많은 이야기와 사람들이 숨어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드라이브 인 예배가 정답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목회자와 성도, 교회가 되기 위해 노력했을 때 하나님께서 주신 복을 간증하려고 했다"며 "이 책의 실제 저자는 서울씨티교회"라고 강조했다.
국내외 수십 개 언론들 앞다퉈 보도
끊임없는 고민, 노력, 몸부림의 열매
작년 3월, 코로나 방역지침으로 전국의 교회 문이 닫히고 불이 꺼질 때, 서울씨티교회는 송곡고등학교의 탁 트인 운동장에서 드라이브 인 예배를 드렸다. 그러자 전 세계 수십 개 언론들이 코로나 시대에 특색 있는 예배로 앞다퉈 보도했다. 어느 때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은 해였다.
▲지난해 3월 시작된, 서울씨티교회의 드라이브 인 예배. ⓒ서울씨티교회 제공 |
▲담임 조희서 목사가 드라이브 인 예배에서 설교하는 모습. 조 목사는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드라이브 인 예배가 정답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목회자와 성도, 교회가 되기 위해 노력했을 때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을 간증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서울씨티교회 제공 |
조 목사는 "사실 서울씨티교회의 드라이브 인 예배는 교회 개척 이래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교회가 되기 위한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 교회 부흥을 위해 1년 뒤, 10년 뒤, 100년 뒤를 고민하며 몸부림쳐 온 준비와 과정을 거쳐 나타난 하나의 열매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새로운 시도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이들도 있었다. 40여 년 전 로버트 슐러 목사가 자동차 극장 예배를 드린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점, 이미 교회 주차장으로 사용해 온 넓은 운동장을 갖추고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새로울 것 없다", "서울씨티교회니까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아는 것을 누구나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건 아니다. 여기에 매번 새로운 시도를 통해, 이전까지 알려진 어떤 드라이브 인 예배보다 다채롭게 진행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모여서 예배하는 바로 그 자리에 성령 임재
복음의 본질 사수 의지 보일 때 새 길 여신다
서울씨티교회 드라이브 인 예배에 참여해 본 이들은 "반드시 건물 안이 아니더라도,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이 모여 예배하는 바로 그 자리가 성령께서 임재하시는 곳이고 교회인 것을 공통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조 목사는 "어찌 보면 우리가 본질인 복음과 예배, 전도를 절대 사수하려는 간절함과 의지를 갖고 결단할 때, 하나님께서 필요한 지혜와 용기, 자원을 주시고 새 길을 여셔서 창의적으로 그 일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시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고백한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됐다. 1부 '드라이브 인 예배의 시작'과 2부 '드라이브 인 예배의 발전'은 처음에 이 예배를 시작한 계기와 준비 과정, 횟수를 거듭하며 '드라이브 인 부활절예배', '중랑구 연합예배', '성탄예배', '송구영신예배', '성찬식과 승차부흥회' 등으로 발전시킨 모습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드라이브 인 예배 도중 창문을 내리고 손을 들어 찬양과 기도를 하는 성도들. ⓒ교회 제공 |
특히 금란교회 부목사와 청년대학부 목사(1981~1988년)를 거쳐 송곡여자고등학교 교목실장(1988~2003년), 학교법인 송곡학원 원목(1988~2003년)을 지낸 조 목사가, 1990년 비닐하우스에서 서울성결교회(현 서울씨티교회)를 개척해 오늘의 서울씨티교회로 성장시키고 송곡고등학교 강당과 운동장을 사용하게 된 이야기도 자세히 소개했다.
3부 '드라이브 인 예배의 감격'에는 드라이브 인 예배를 기획, 준비하고 섬긴 예배 준비위원들과 참석 성도들이 하나님의 은혜와 일하심에 감사와 찬양을 드리면서 "2020년을 은혜와 영광의 해로 간직하겠다"는 간증이 실렸다.
4부 '코로나 이후 한국 교회의 방향'은 서울씨티교회의 소그룹 사역 컨설팅과 코칭에 대한 로이스 조 선교사의 글과, 새로운 형식의 예배를 준비하길 당부하는 조희서 목사의 글을 담았다. 5부 '코로나 시대의 선포'는 조 목사가 온라인 예배와 드라이브 인 예배에서 전한 7편의 설교를 수록했다.
박조준 세계지도력개발원 원장(전 영락교회 담임, 전 갈보리교회 담임)은 "코로나 시대 한국교회가 더욱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린 때, 서울씨티교회는 모여서 예배드리는데도 오히려 '좋은 교회',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모범적인 교회'로 언론들이 보도하여 한국교회 위상을 조금이나마 세워주었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서울씨티교회의 드라이브 인 예배가 한두 번의 이벤트가 아닌, 영과 진리로 드리는 진정한 예배가 될 수 있었던 이유로 '목회자와 성도들의 화목'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