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10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미국에서 힘든 시간을 보낸 후에 오랜 만에 가게 된 한국은 저희 가족들에게는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에 우연히 하게 된 당뇨 검사에서 440이라는 높은 수치가 나왔습니다. 좋던 분위기가 한 순간에 다운되어 버렸습니다. 며칠 뒤에 받게 된 검사 결과는 참 암담했습니다.
고 당뇨에다, 심각한 지방 간에다, 높은 콜레스테롤에다, 좋지 않은 심장에다, 하지 정맥까지, 정말 어느 한 곳도 성한 데가 없었습니다. 움직이는 시체라고 의사 후배가 말할 정도였습니다. 지금도 아내에게 유언하듯이 평강이 대학 등록금을 보태고 싶어 몰래 모아 둔 비상금이 있던 곳을 말하던 경주역 대합실이 떠오릅니다.
겉으로는 티를 안내고 태연한 척했지만, 솔직히 너무 서럽고 힘이 들었습니다. 미국에 온지 한 달 만에 일을 시작해서 15여 년을 한 번도 쉬지 않고 하나님 앞에서 나름 열심히 살아왔는데 그 결과가 이렇다는 게 너무 힘이 들었던 겁니다. 노력의 열매는 아무것도 없고 몸만 상할대로 상해 버린 것입니다. 완전히 실패한 낙오자가 된 듯했습니다.
40대 후반 나이에 목사로서 풀타임 목회 경험도 전혀 없고 15년 동안 쉼 없이 목회와는상관 없는 일만 하다가 온갖 병들만 얻은 실패자라는 생각이 떠나지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좋아질 가능성도 있어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목회 경력도 없이 건강만 상해버린 나이 많은 목사를 누가 받아 주겠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민 끝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안정된 사역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좋지 않는 건강 때문에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넉넉한 재정도 있는 것도 아닌데도 말입니다. 그냥 믿음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은혜가 가장 밑바닥 같이 보였던 그 상황 속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부족한 나에게 켈러 한인 교회 담임 사역을 맡겨 주셨습니다.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나름 열심히 두 달 간을 열심으로 사역을 했습니다. 말씀도 준비하고 전도도 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두 달 만에 또 다시 코로나라는 어려운 시간이 또 찾아왔습니다. 한참 설레이며 사역하던 나에게는 너무나 낙심될 수 있는 상황이 닥친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하나님의 은혜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교회적으로는 저희 교회를 위해 기도하는 많은 분들이 생기고 여기 저기에 섬기는 손길을 붙여주셨으며 성도들이 말씀으로 세워져 가는 것을 눈으로 보게 하셨습니다. Close하려고 생각할 정도 좋지 않았던 교회였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정말 많이 회복되고 안정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교회를 알리려고 시작한 페이스 북을 통해 하나님께서 많은 기회들을 얻게 하셨습니다. 이렇게 기독일보에 칼럼도 쓰게 되었고, 제 삶과 생각을 적은 책도 조만간 출간하게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책들을 출간할 기회가 주어질 것 같습니다. 그 무엇보다도 코로나 기간 동안 가장 큰 기도제목이었던 건강을 회복시켜 주셨습니다.
1년을 넘게 쉬지 않고 정말 열심히 운동을 했습니다. 매일 거의 3시간씩 뜨거운 텍사스 햇볕 아래에서 걷고 또 걸었습니다. 한번도 운동을 쉬어 본적이 없습니다. 그 덕에 얼굴에 나이에 맞지 않는 기미도 생기고 운동 선수처럼 온 몸이 시커멓게 변했지만 한가지 마음으로 쉬지 않았습니다.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하나님 앞에 드리는 예배이며 순종이라는 마음이었습니다. 회복하기 힘들어 보였던 건강도 약을 먹지 않고 정말 많이 회복되었습니다. 불과 1년 4개월 전만 해도 정말 절망 그 자체였습니다.
반전의 하나님이십니다. 내 인생을 전체를 생각해봐도 그렇고, 가장 절망 속에 있었던 1년 4개월전을 돌아봐도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슬픔과 아픔을 바꾸어 찬송과 기쁨을 주시는 반전의 하나님이 되십니다.
그런 하나님이 나는 너무 좋습니다. 그런 하나님으로 인해 나는 너무 행복합니다.
"주께서 나의 슬픔을 변하여 내게 춤이 되게 하시며 나의 베옷을 벗기고 기쁨으로 띠 띄우셨나이다." <시 3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