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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어려움 겪는 대상, 자영업자, 청년, 그리고 교회
변하고 있는 시대 알아야... 교회마다 새로운 개혁 일어나길

코로나 인문학

안치용 | 김영사 | 224쪽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코로나19를 바라보는 시선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코로나를 위기(危機)라고 말한다. 다른 누군가는 기회(機會)라고 말하기도 한다. 코로나를 바라보는 시선도 아는 만큼 다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를 잃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이 상황을 '위기'라고 표현할 것이다. 반대로 코로나로 인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경제적 이득을 얻는 사람은 '기회'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은 코로나 상황을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요즘 서점가에는 자기계발 서적 열풍이 다시 불기 시작했다. 베스트셀러 상위권에는 주식과 부동산 관련 책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구독하는 유튜버는 재테크 관련 채널이라고 한다. 많이 알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이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무엇을 아느냐이다. 코로나를 통해 우리가 알기 원하는 것은 경제적인 부분에 국한되어 있다. 하지만 코로나를 통해 우리가 알게 된 것은 훨씬 다양했다.

코로나19 초기 확진자는 하나의 인격이기 전에 숫자로 표시됐다. 숫자로 표시된 확진자는 많은 사람의 혐오 대상이 되었다. 마스크 공급이 불균형할 당시, 사재기를 하며 생명을 담보로 돈벌이를 하는 장면도 목격했다.

반면 '자영업자의 무덤'이라고 말하는 현재 상황에서, 돈이 없던 형제에게 치킨을 무료로 제공한 사장도 있었다. 코로나19 초기 미지의 공포와 맞서며 의료 현장에서 헌신했던 의료진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경제적 지식만이 아니다. 코로나19는 우리를 진정한 인간성에 대해 고민하게 했다.

<코로나 인문학>은 코로나가 인간 이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날카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

저자 안치용은 인문학과 신학을 전공했고, 현재 <지속가능저널> 발행인 겸 한국 CRS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영화평론을 하며 자신을 인문학자라고 소개한다.

<코로나 인문학>은 크게 2부 9장 구성을 하고 있다. 1부는 코로나 이전 전염병에 대해서 다룬다.

코로나 이전 가장 유명한 전염병은 흑사병이다. 흑사병은 전염병 자체로 끝나지 않고 인류 역사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흑사병은 많은 문학작품에 영향을 미쳤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흑사병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특별한 계획을 세운다. 줄리엣이 잠시 죽음 상태로 머무를 수 있는 묘약을 먹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실을 로미오에게 편지로 알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 편지는 결국 로미오에게 전달되지 못했고, 로미오는 줄리엣이 죽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로미오와 줄리엣>은 동반자살이라는 비극으로 끝나게 된다.

로미오에게 편지가 전달되지 못한 이유는 역병 때문이었다. 역병 때문에 편지를 전달하려는 사람이 격리되어, 편지를 전달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6번째 확진자 다녀간 이후 굳게 잠긴 명륜교회
▲지난 2월 코로나 초기 주일예배를 인터넷 예배로 대체한 서울 혜화동 명륜교회 문이 굳게 닫혀 있던 모습(본 사진은 해당 서평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크투 DB

나아가 흑사병은 유럽에서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자본주의로 가는 길을 열었다고 평가된다.

"성직자가 급감하면서 성직자로 가는 문턱이 점점 낮아져,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함량 미달인 성직자가 배출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흑사병으로 인해 함량 미달의 성직자가 늘어났다. 그로 인해 교회 안팎의 몰락 조짐이 확산되며, 결국 1517년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의 깃발을 들었다는 설명이다.

"14세기 중엽 흑사병의 대유행은 심각한 인구 감소라는 위기를 몰고 왔으나 유럽에서는 새로운 사회 시스템이 출현하는 계기가 되었다.

노동과 신분제적 강제가 결합한 농노가 사라진 대신 초보적이긴 했지만 시장질서 아래 임금노동을 하는 노동자가 출현했으며, 자본주의 생산양식에 맞춰 부르주아라는 신흥 계급이 서서히 형성되면서 유럽은 세계를 주도할 채비를 갖춘다."

흑사병은 자본주의 시작이라는 결과를 만들었다. 흑사병은 전염병으로 끝나지 않고 역사에 지워지지 않을 큰 흔적을 남겼다.

2부에서는 코로나 이후 변하게 될 세상에 대해 인문학적 관점으로 접근한다. 미국인들이 마스크 착용을 피하는 이유, 선진국들이 방역에 실패한 원인, 세계화 시대 언택트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다루고 있다.

인간 이해는 연결에 기반을 둔다. 우리는 수많은 사회망으로 연결되어 있다.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으로도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전염병은 연결에서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다. 연결될수록 전염병의 속도는 더욱 빨리 퍼진다.

거리두기, 격리, 비대면은 연결의 반대말이다. 연결할 수 없어 선택한 방법이 온라인이다. 그러나 온라인을 통해서도 무서운 전염병이 퍼지기 시작했다. '가짜 뉴스' 혹은 '가짜 정보'가 걸러지지 않은 채 확산하는 것이다.

코로나의 파괴력은 오프라인에 국한되지 않고, 온라인까지 영향을 미친다. 어디든 안전한 곳은 없다. 잘 준비하지 않으면 우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코로나를 잘 알아야 하는 이유다.

흑사병이 전염병으로 그치지 않고 역사의 변화를 주었다면, 현재의 코로나 또한 단순한 전염병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인 김난도는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 "한 번 변화된 것은 과거로 회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겪고 있는 변화는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대상이 자영업자, 청년 그리고 교회라고 한다. 교회도 잘 몰라서 어려움을 겪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 코로나 이면에 변하고 있는 시대를 알아야 한다. 잘 알아야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위기가 기회로 바뀌어야 한다. 중세 유럽에서 흑사병으로 인해 종교개혁이 시작되었다. 교회마다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이 아닌, 새로운 개혁이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김현수 목사
행복한나무교회 담임, 저서 <메마른 가지에 꽃이 피듯>

출처: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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