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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마침이 아니라 맞춤, 끝내기 아닌 이어가기
사람들에게 잘 맞는 브랜드 만들려면, 의미가 중요
전달하는 스토리텔링 넘어, 실천하는 '스토리두잉'

 

의미의 발견

최장순 | 틈새책방 | 320쪽 | 15,000원

성경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말한다. 원수는 사랑할 수 없는 존재다. 원수는 나랑 맞는 것이 하나도 없다. 나랑 맞지 않는 사람은 원수가 된다. 자녀도 가족도 원수가 될 수 있다. 모든 것이 보기 싫다. 원수랑은 끝내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사랑은 마침이 아니라 맞춤이다. 끝내기가 아니라 이어가기다. 사랑은 다른 성격도 맞춰가는 것이다. 마침은 자기중심이다. 맞춤은 상대방 중심이다. 마침은 쉽고 간단하다. 맞춤은 어렵고 오래간다. 진실한 관계는 마침이 아니라 맞춤에서 발생한다.

어떻게 하면 맞춤 인생으로 살 수 있을까? <의미의 발견>은 기업이 어떤 방법으로 고객에게 맞춰가는지를 이야기한다. 저자 최장순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인천공항, 이마트 등의 브랜딩 전략을 맡은 최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요즘 기업들은 고객들과 진실한 관계를 맺으려고 한다. 고객의 작은 부분까지 맞추려고 한다. 그 맞춤의 노력으로 탄생한 것이 브랜드다. 저자는 사람들에게 잘 맞출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의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기업이 기능적 경쟁이나 표면적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다움을 구축하려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할 숨은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구체화해 가는 실천 행위가 필요하다."

스토리를 전달하면 '스토리텔링'이 되지만, 실천하면 '스토리두잉(Story Doing)'이 된다. 스토리두잉이 있어야 스토리는 공유되고, 이 과정이 지속되면 기업의 실천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기업의 DNA로 뿌리내린다.

특별한 관계는 말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크건 작건 경험할 수 있는 액션 프로그램이 지속돼야 스토리는 사실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맥도날드의 '스토리두잉'은 뛰어나다. 맥도날드는 브랜드의 의미를 가족에서 찾는다. '가족'은 맥도날드가 공동체를 대하는 본질적 태도이자 철학이다.

1992년 LA에서는 폭동이 발생한다. 폭동으로 인해 남부 중앙 LA가 황폐해지고 모든 것이 파괴됐다. 그 중 눈에 띄는 건물이 있었다. 모든 것이 파괴됐지만, 멀쩡하게 살아남은 맥도날드 건물이었다. 사회학자들은 폭동을 일으켰던 사람들과 인터뷰를 했다.

"왜 맥도날드 건물만 살아남았나요?"
"그들은 우리 편이니까요(They are one of us.)"
"그게 무슨 말인가요?"
"그들은 우리를 돌봤거든요."

맥도날드는 저소득층이 사는 지역에 농구장을 설치해 주고, 수 년간 수백 잔의 무료 커피를 흑인 노숙자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당시 LA 지역 사람들에게 맥도날드라는 브랜드는 자본주의의 상징이기 이전에, 자신들을 돌보는 친구이자 가족이었던 것이다.

맞춤은 나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가는 것이다. 좋은 브랜드는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닌 상대방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에서 시작된다.

미국의 소셜 뉴스 사이트 '레딧(Reddit)'에 질문이 올라왔다.

"사람들은 스타벅스에 왜 가?"

여러 답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이유는 다양했다. 하지만 몇 가지 패턴이 있었다.

1) 즐거움이 있다. 기분 전환이 된다.
2) 사회경제적 신분이 상승한 기분을 준다.
3) 탁월하고 전문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4) 접근성과 편의성 등 실용적 이유에서 간다.

스타벅스에 가는 사람들의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핵심은 각자의 필요를 채워주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스타벅스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자신에게 맞춰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상대방에게 맞춰가는 것이다. 믿음도 그렇다. 하나님은 맞춤을 원하신다. 그분은 우리와 관계를 마치지 않으시고 우리에게 맞춰주셨다. 최고의 사랑은 마치는 것이 아니라 맞춰주는 것이다. 예수님이 그랬듯 우리도 마침이 아니라 맞춤 인생이 되어야 한다.

등대 빛 하늘 항로 목표 사명 하늘 목적 소명 비전 방향 길
▲ⓒ픽사베이

맞춤 인생이 되기 위해서는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 무작정 맞춰가는 삶이 아닌 왜 그래야 하는지 의미를 재정의하는 것이다.

1966년 런던, 어느 일요일의 한밤. 토마스 패리너의 베이커리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삽시간에 런던 시내로 퍼졌다. 당시 화재 진압 기술로는 단숨에 불을 끄기 어려웠는지, 화재는 무려 나흘간 지속됐다.

그 화재는 '폭풍처럼 번지는 불(firestorm)'이라 기록됐다. 전 세계 3대 화재 중 하나로 기록될 정도로 엄청난 화재였다. 이 불로 인해 세인트폴 대성당을 포함해 교회 87채와 주택 1만 3,200여 채가 소실됐다. 런던 전체 건물의 80%에 해당하는 셈이어서, 사실상 모든 주택이 전소된 재앙이었다.

왕립재건위원회는 도시 복구를 시작했다. 그중 전소된 대성당의 복구를 크리스토퍼 렌(Sir Cristopher Wren)에게 맡겼다.

그는 당대 최고의 과학자였는데, 1663년 갑자기 건축으로 방향을 바꾸어 걸출한 건축가가 된 인물이었다. 그는 세인트폴 대성당을 바로크 양식으로 재탄생시켰다.

어느 날 그가 대성당 공사장에 갔다. "뭐 하고 계십니까?" 어느 석공에게 다가가 물었다.
"돌을 자르고 있습니다." 석공이 답했다.

렌은 다른 석공에게 다가가 똑같이 질문했다. "뭐 하십니까?"
"하루에 5실링 2펜스를 벌고 있습니다." 두 번째 석공의 답이었다.

렌은 세 번째 석공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뭐 하십니까?"
"저는 크리스토퍼 렌을 도와 아름다운 성당을 짓고 있습니다." 세 번째 석공이 답했다. 세 번째 석공은 앞의 두 사람과 달리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고 있었다.

진정한 맞춤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에 동참하는 것이다. 이것이 의미의 재해석이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길 바란다.

믿음의 삶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일부터 시작하면 된다. 우리 모두 마침 인생이 아니라 맞춤 인생이 되길 바란다.

김현수 목사
행복한나무교회 담임, 저서 <메마른 가지에 꽃이 피듯>

출처: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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