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이후 집단면역이 생길 때까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전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되었다. 국민 모두는 마스크를 착용하며 여전히 답답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욱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입 모양과 표정을 보며 의사소통을 이해하는 청각장애인들이다.
필자가 최근 겪은 일이다. 퇴근하자마자 아픈 아이를 데리고 이비인후과에 갔다. 그런데 의사와 간호사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메모지 주세요"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대충 알아챈 듯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음성으로 되물었다. 정말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아이를 한 손에 안은 채 필담으로 소통을 해야만 해서 너무 힘들었다. 계속 아이를 안고 필담을 이어갈 수 없어 간호사에게 부탁을 드린 후에 아이의 증상에 대해 메모했더니 의사 선생님은 이를 보신 후 다시 음성으로 되물었다. 나는 마스크 때문에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재차 말씀드렸다. 청각장애인 환자를 처음 접한 듯한 의사와 간호사의 태도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의 발걸음이 참 무거웠다.
평소엔 혼자서도 필담으로 간단한 진료나 문의 사항을 해결할 수 있었지만, 아이를 안고 의료진에게 증상을 전달하는 과정이 청각장애가 있는 엄마로서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새삼 알게 됐다. 청각장애가 있다는 것을 밝힌 후에도 메모로 소통을 거의 해주지 않는다는 것 또한 슬픈 현실이었다.
코로나 발병 이전에는 수어통역사를 대동해 병원 진료를 받았다. 그런데 최근 늘어나고 있는 집단감염 사태로 대면통역이 중단됐다. 대면통역을 대신해 영상통역을 지원받고 있지만, 그마저도 수어통역사의 수가 부족해 지원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앞으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전염병 사태를 대비해 의료진뿐만 아니라 환자를 위한, 특히 장애인 환자를 위한 맞춤형 의료 시스템이 마련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이샛별(경기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마스크 때문에 입 모양이 보이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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