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정통 개혁주의 신학자이자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총장 안성삼) 부총장을 역임한 김재성 박사(조직신학)가 은퇴했다.
국제신대는 지난 1일, 2학기 종강예배를 김 박사의 은퇴식으로 진행했다. 학교 측은 당초 성대한 은퇴식을 계획했으나, 지속된 코로나19 여파로 주요 관계자들만 참석한 가운데 온라인으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했다.
교무처장 여한구 교수의 사회로, 총무처장 우남식 교수의 기도와 안성삼 총장의 인사말에 이어 김 박사가 그간의 소회와 당부의 말을 전했다.
"오래 참으시는 은혜로 사역 감당하게 하심에 감사
개혁신학은 성공목회 아냐... 여호와 경외하는 것"
마지막 순간에 학생들과 대면할 수 없어 아쉬움이 남을 법도 했지만, 김 박사는 "이 모습대로 또 하나의 삶으로 하나님께서 섭리하셨다고 믿고, 귀한 시간을 나누려 한다"고 했다.
김 박사는 "제가 받은 은혜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상한 갈대를 꺾지 않으시고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신다는 말씀을 마음속에 늘 기억하게 된다. 진보와 발전이 부족한 죄인의 모습임에도, 오래 참으시고 은혜를 베푸셔서 건강하게 일을 감당하게 하셨다"고 전했다.
김 박사는 특히 "국제신대에서 모든 분들과 평화롭고 은혜롭게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다"며 "이는 사소한 것 같지만 절대 쉬운 것이 아니다. 학교마다 갈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햇수로 10년, 만으로 9년간 부총장직을 주셔서 활동할 수 있게 한 것이 참 감사하다"고 전했다.
▲김 박사가 온라인으로 제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
그는 "영국과 미국을 거친 순수한 청교도 신앙이 평양신학교를 통해 내려왔다. 개혁신학을 함께 나누는 동지가 되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부분"이라며 "얼마 전 후배 목회자가 '한국교회가 해도해도 너무하다. 명예욕과 감투욕으로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한다'고 걱정했다. 답은 다른 것이 없다. 우리 신앙의 선배가 물려준 젖줄을 따라 노력하면 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개혁신학은 숫자적인 목회, 성공주의 목회가 아니다. 갈증과 목마름을 느낀 성도들, 진짜 기독교인이 되길 원하는 분들에게 여러분들이 개혁신학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 달라. 하나님 말씀을 통해 위로와 확신과 꿈을 얻게 해 달라"고 전했다.
김 박사는 "성경 66권 중 전도서를 가장 좋아한다. '여호와를 경외하고 그의 명령을 지킬지어다'라는 말씀이 지혜자의 결론"이라며 "이는 혹시라도 내 모습이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을까, 하나님의 영광을 침범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칼빈은 이를 경외심과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결합해 '경건'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건은 하나님의 영광을 높이는 것이다. 이것은 지식을 넓힌다고 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그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라며 "순종은 지식이 아니다. 아는 것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 앞에 그렇게 살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이는 죽기까지 순종하심으로 그의 의를 우리 것으로 만드신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적인 것, 화려한 것, 자랑하고 싶고 남들 앞에 돋보이는 것이 아니다. 순수하고 진실하게 하나님 앞에 나아가면 반드시 돕는 손길로 함께하시고, 이 속에서 살아 있는 신앙은 움직이고 역사하게 되어 있다"며 "남은 생에 허락하는 한 하나님 앞에 나아가기를 힘쓰기를 소망한다"고 메시지를 마무리했다.
안성삼 총장은 "학교의 중심 기둥이자 3년 전 한국교회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행사를 주도하신 국제적인 석학 김 박사님을 우리 학교가 모시고 있었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라고 치하했다.
아시아 대표적 개혁신학자·칼빈연구가로 인정받아
개혁신학 집약한 <그리스도와의 연합> 등 출간 준비
▲이날 은퇴식은 국제신대 총장 안성삼 박사(우측에서 세 번째) 등 학교 주요 관계자들만 참석한 가운데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송경호 기자 |
김 박사는 총신대학교 신학과(문학사)와 신학대학원, 합동신학대학원(M.Div, 목회학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M.A, 문학석사),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신학석사과정), 미국 칼빈신학대학원(Th.M 신학석사),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Ph.D, 철학박사)을 나왔다.
국제신대 부총장, 합동신대 조직신학 교수, 합동신대 칼빈사상연구소장, 종교개혁500주년 공동대표,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회장, 한국개혁신학회 창립발기인 및 회장, 미국 Calvin Study Society Congress, International Calvin Congress, 세계복음연맹(WEA) Theological Commission 한국대표, 신학위원회 아시아대표위원 등을 역임했다.
저서 <나의 심장을 드리나이다>로 한국복음주의신학회(김영한 박사) 제5회 신학자 대상을 수상했으며, 세계칼빈학회 주최 제8회 국제칼빈학회와 미국프린스턴 신학대학원에 주제 논문을 발표하고, 세계칼빈주의연맹의 칼빈탄생 500주년기념 학술대회에서 아시아 학자로서는 유일하게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금석 박사(십자가교회)는 김 박사의 생애와 신학사상을 주제로 한 글에서 "21세기 현대 우리 개신교인들이 떠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정통개혁신학자는 고심하지 않고, 박윤선 박사에게 최고의 제자로서 사사를 받고 뜻을 같이했던 김재성 박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박사는 "일관되게 중심을 이루는 김 박사의 신학사상은 '칼빈'과 '개혁신학'"이라며 "김 박사의 개혁신학의 광맥, 정수, 전망 등 3권의 집대성은 한국교회의 토대와 뿌리에 대한 근거이자 세계와 교류하는 교회임을 증언하는 우수작"이라며 "그의 열정과 탁월한 학문적 실력은 500년 전의 종교개혁자들인 루터와 칼빈의 전통을 잇고 있다"고 평했다.
한편 김 박사는 개혁신학의 핵심을 집약해 <그리스도와의 연합>, <하나님의 나라>, <언약사상>, <한국신앙의 탐구>, <기독교 개론> 다섯 권의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