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Ruth Bader Ginsberg) 연방대법관 후임으로 에이미 코니 배럿(Amy Coney Barrett·48) 제7연방항소법원 판사를 지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배럿 판사를 연방대법관에 공식 지명하며 “그녀는 탁월한 업적, 우뚝 솟은 지성, 헌법에 확고한 충성심을 가진 여성”이라고 설명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배럿은 노트르담대 로스쿨 교수 시절 “사람의 인생은 잉태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낙태 반대 논문과 연설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배럿은 5세부터 16세까지 7명의 자녀들을 두었으며, 이 가운데 2명은 흑인 입양아이고, 다섯 살 막내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 그녀가 버려진 아이티 출신의 흑인 아이들을 입양하고, 산전 검사에서 막내의 장애(다운증후군)를 발견했음에도 출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앙과 삶이 일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진보 성향의 CNN도 “배럿의 자녀는 진영을 떠나 많은 사람에게 경이로움과 감동을 안겨주는 스토리”라고 전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배럿을 가리켜 “보수가 바라는 모든 것을 충족하는 후보”라며, 그가 인준되면 단순히 대법관을 넘어 향후 수십 년간 미국 보수 진영의 중심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내비치고 있다.
배럿은 동성애에 반대하며, 오바마케어도 반대한다. 보수 법률가 고(故) 앤터닌 스칼리아(Antonin Scalia) 대법관의 서기를 지내면서 ‘스칼리아의 후계자’로 불리기도 했다. 스칼리아 대법관이 자신을 거쳐간 여러 서기 중 가장 아낀 인재였다고.
배럿은 수락 인사말에서도 “스칼리아 대법관으로부터 헌법을 문헌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고 배웠다”고 말했다. 또 “판사는 정책 입안자가 아니며, 정책에 대한 어떤 견해도 단호히 배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배럿 판사를 제7연방고법 판사로 발탁한 바 있다.
배럿 판사 지명에 많은 기독교계 지도자들도 지지의 목소리를 냈다. 종교자유수호에 앞장서 온 조니 무어(Johnnie Moore) 목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사법부에 완벽한 후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보수단체인 가족연구위원회(가족연구위원회(Family Research Council, FRC) 토니 퍼킨스(Tony Perkins) 회장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 번 자신의 공약을 지켰으며, 검증되고 독보적인 경력의 후보자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원의 민주당원들은 후보자가 누구냐와 상관 없이 후보자를 상대로 싸울 것임을 이미 분명히 밝혔다. 이에 대통령은 그 만한 가치가 있는 싸움을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적인 낙태 반대 단체인 수잔 B. 앤서니 리스트(Susan B. Anthony List)의 회장 마조리에 다넨펠스터(Marjorie Dannenfelser)는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를 대법관으로 선택했다. 그녀는 고(故) 스칼리아 판사를 빼닮은 뛰어난 법학자로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관의 공석을 채우기 위해 이보다 더 강력한 선택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녀에게 찬성하는 상원 과반수가 선거 전 신속히 움직일 것으로 확신하다”고 덧붙였다.
가톨릭협회 수석 동료인 모린 말로이 퍼거슨( Maureen Malloy Ferguson) 박사는 “배럿은 그녀의 지성만큼이나 아름다운 마음으로 존경받는 훌륭한 헌법학자”라며 “미국인들은 청문회를 통해 원칙적이고 독립적인 판사, 사랑스러운 어머니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배럿을 공식 지명함에 따라, 사법위원회는 다음달 10일 인사청문회 개최가 가능하다. 배럿 인준을 위한 상원 전체 투표는 10월 26일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11월 3일 대선 직전이다.
배럿 판사는 보수 성향으로 그가 연방대법관에 임명될 경우, 연방대법원 대법관 9명 중 보수 대법관은 6명으로 늘어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