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내일 독립기념일인데 친구들이랑 Firework 하러 가도 돼요?" 여느 독립기념일처럼 둘째가 물었습니다. "Firework? 뭘 축하할 게 있는데...?" 조금은 퉁명스러운 아빠의 대답을 듣고는, 아이가 2층으로 올라가며 중얼거렸습니다. "아니 뭐, 꼭 가고 싶다는 말은 아니고... " 머쓱해 하는 아이에게 금방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것이 제 솔직한 마음이었습니다. 요즘 밤마다 들려오는 폭죽 소리가 적지않게 거슬렸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독립은 18세기 후반,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13개주 대표가 모여 대륙회의를 열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세금 문제를 비롯한 가혹한 식민지 정책으로 인해 큰 불만을 갖게 된 개척자들은 결국 영국과 전쟁을 벌이게 되었고, 한창 전쟁 중이던 1776년 7월 4일 미국 건국의 아버지 토마스 제퍼슨을 중심으로 독립선언문을 채택하여 발표했습니다. 독립선언문 제 2장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사실을 자명한 진리로 받아들인다. 즉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창조주는 몇 개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했으며, 그 권리 중에는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가 있다...그러나 오랫동안에 걸친 학대와 착취가 변함없이 동일한 목적을 추구하고 국민을 절대 전제 정치 밑에 예속시키려는 계획을 분명히 했을 때에는, 이와 같은 정부를 타도하고 미래의 안전을 위해서 새로운 보호자를 마련하는 것은 그들의 권리이며 또한 의무인 것이다..."
개척자들은 영국의 가혹한 식민 정책으로부터 자유를 얻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습니다. 그들이 천명했던 것은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그것을 자명한 진리라고 했고, 모든 인간은 생명과 자유와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아이러니한 것은, 자유를 얻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사람들이, 평등하게 태어난 다른 사람들을 노예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생명과 자유와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목놓아 외쳤던 사람들이 흑인들의 생명과 자유와 행복을 짓밟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폭력적 차별은 노예가 해방된 지 무려 15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숨을 쉴 수 없다'는 말을 되뇌다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눌려 죽어간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과 같은 죽음이 반복되는 자유라면, 그들이 이룬 독립이 정말 축하할 만한 것일까요?
7월 4일 현재 코비드19에 감염된 미국인은 약 300만 명, 그리고 사망자는 13만여 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총 가구수가 1억550만 가구인 것을 생각할 때, 매 1000가구마다 1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셈입니다. 뿐만 아니라 하루 3-4만 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코비드19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당사자라면, 여러분이 인종 차별로 인해 목숨을 잃은 조지 플로이드의 가족이라면 이 폭죽 소리를 들을 때 어떤 마음이 들겠습니까? 지금은 폭죽을 터뜨릴 때가 아니라 그들과 함께 아파하며 조의를 표할 때인 것입니다.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를 지키는 것이 그런 마음의 시작일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이 나라에 자비를 베풀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