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백인으로는 최초로 전미복음주의연맹(National Association of Evangelicals, NAE)의 대표로 취임한 한국계 월터 김(Walter Kim) 목사가 복음주의 정체성 위기의 시대에 '화해와 영적 갱신'을 조성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크리스천포스트(CP)와의 인터뷰에서 김 목사는 "(복음주의는) 사회 운동이 아니라 영적 운동이다. 지금 공적 담론에서 복음주의는 종종 정치 운동이나 문화적 영역으로 제시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월터 김 목사는 지난 2006년부터 14년 간 NAE 대표를 역임하고 지난해 은퇴를 발표한 리드 앤더슨(Leith Anderson) 목사를 이어 새롭게 NAE를 이끌게 됐다. 특히 최초 비백인이자 한국계 대표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복음주의를 대표하는 단체인 NAE는 40개 교단을 비롯해 다양한 조직과 학교 등의 연합체로 지난 1942년 설립됐다. 현재 워싱턴D.C.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4만5천여 개 교회가 NAE에 속해있다.
월터 김 목사는 뉴욕시의 한국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펜실베니아 서부, 시카고, 밴쿠버 등 여러 곳에서 거주했다. 보스턴에서 약 20년을 지내하며 파크스트리트교회를 섬기다 현재는 버지니아 샬로츠빌에 소재한 트리니티 장로교회 담임을 맡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NAE 이사로 활동해 왔다.
그는 CP와의 인터뷰에서 NAE의 새로운 대표로서 '영적 갱신'과 '화해'에 집중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목사는 "비록 크리스천이라 할지라도 오늘날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사회에서 반대편 진영과 의미있는 방식으로 소통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우려하며 화해 사역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미국에서 점점 더 인종적·민족적 다양성이 증가하면서 NAE가 대표하는 다양한 인종 공동체 사이에 다리를 건설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불신은 우리와 다르다고 생각하는 상대방을 무시하게 만든다.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그들은 역설적으로 신앙을 가장 중요한 신념으로 가진 자들"이라며 "종종 우리가 가져야 할 첫 번째 본능은 호기심이며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복음주의 공동체 내에서도 상호 참여가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및 아프리카에서 복음주의가 성장하면서 전 세계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교회를 개척하고 있다. 그 결과 NAE에서 문화적 다양성이 수년에 걸쳐 넓어지고 있다.
김 목사는 이에 대해 "확실히 장벽이 있다. 의미있는 관계가 부재한 공동체 사이에 갈등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사회학적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며 "초대 기독교 공동체에서 헬라와 유대 공동체가 믿음으로 하나됐던 그 방법과 정확히 일치해야 한다. 그리스도의 복음은 항상 그 화해의 역사에 관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김 목사는 "예수께서 오실 때 큰 혼돈의 세계에 복음이 소개됐다. 지난 18세기 영국과 미국에서 현대 복음주의 운동이 일어난 당시에도 엄청난 격변이 있었다"며 "그 이후 미국 복음주의는 매 순간마다 엄청난 격변의 시기를 넘어왔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그 때 마다 새로운 방식으로 역사하시는 것을 목도했고 부활이 있었다. 그것을 다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수적 복음주의 지지에 언론의 관심이 크게 집중되면서 오늘날 미국에서 복음주의의 신학적 정의가 논란이 되고 있다. 많은 미국인들에게 '복음주의'라는 용어는 흔히 트럼프를 지지하는 백인 보수주의자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지난 2015년 NAE는 성경, 예수, 구원 및 봉사에 관해 복음주의자들이 정확히 무엇을 믿는지 설명하는 신학적 정의를 정립했다.
김 목사는 "복음주의가 무엇인지 재정립하기보다 충실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복음주의 교회에는 영적 생명력이 있다. 현재 미국에서 전체 기독교 인구가 감소하고 있지만 이 감소는 주류(mainline) 교회와 더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복음주의 교회와 교파들은 성장을 하고 있거나 이를 유지하고 있다"며 "성장하고 있는 이민자 교회, 아프리카계 미국인 교회, 히스패닉계 교회, 아시아계 미국인 교회의 상당수는 자신들이 복음주의자라고 말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신학적으로 복음주의자들이다. NAE는 복음주의 교회가 더 넓은 혜택을 누리도록 지역 사회와의 교량 건설 작업을 계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또한 복음주의 교회의 성장 이유에 대해 "선교적 마인드를 갖고 새로운 방식과 맥락으로 복음을 제시하는데 진지하게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복음주의자들은 미국 상황이 변화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복음이 새로운 방식으로 제시되기를 원하고 있다. 미국이 점점 더 인종적으로 다양해지고 있다면, 복음과 교회는 그것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터 김 목사는 트리니티 장로교회 목사직을 유지하면서 NAE 대표직을 동시에 수행할 계획이라는 뜻을 밝혔다. 그는 "지역 교회가 다양한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것은 NAE의 리더십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결정하는데 정말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NAE는 또한 월터 김 신임 회장을 비롯해 존 젠킨스(John Jenkins) 이사장과 조 앤 라이언(Jo Anne Lyon) 부이사장을 새롭게 선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