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분열, 반대자 배려 않는 집권 세력 책임 더 커
한국교회, 그리스도의 주 되심 실천적 신앙고백 필요
누구 편이냐 묻기보다, 하나님 편에 있어야 

정주채 목사. ⓒ인터콥 제공
정주채 목사. ⓒ인터콥 제공

정주채 목사(향상교회 원로, 코람데오닷컴 이사장)가 4일 남서울교회(담임 화종부 목사)에서 1주만에 재개된 '나라를 위한 기도모임: 말씀과 순명'에서 설교했다.

코람데오닷컴에 따르면 '너는 누구를 위하느냐(수 5:13-15)?'는 제목으로 정 목사는 "지금 온 세상이 코로나19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총칼을 들고 싸우는 전쟁 이상으로 사람들에게 불안함과 두려움을 주고 있다"며 "이런 때에 교회는 더욱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야 한다. 자다가 깰 때가 벌써 됐다. 회개하고 엎드려 하나님께 부르짖어, 나라를 구하고 백성들을 중보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편 가르기 익숙한 사람들... 하나님을 위하는가?

정주채 목사는 "사람들은 편 가르기에 익숙해 있다. 공동체에서 약간의 갈등만 있어도 '너는 누구 편이냐?'며 편 가르기를 한다"며 "우리나라는 지금 국민들이 이념적으로 아주 심각하게 분열하여 다투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말 한 마디에 순식간에 내 편과 네 편으로 분류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는 많이 알려진 인물도 아닌데 1-2년 전만 해도 일부에서 좌파로 분류됐다. 지금은 우파로 분류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런 심각한 분열의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지만, 일차적으로 정치 지도자들에게 있다. 야당이나 여당이나 정의와 공정 추구보다, 당리당략과 내로남불로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 목사는 "그리고 이런 분열에는 집권 세력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집권자들은 국민 모두를 생각하며 정치를 해야 하고, 지지자들은 물론 반대자들도 배려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어떤 공동체에서건 최고 지도자는 따뜻하고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제쳐두고서라도 지금 상황에서 우리 기독교 지도자들의 책임은 무엇일까"라고 질문했다.

그는 "깨지고 상한 이 나라를 어떻게 치유하고 통합시킬 수 있을까? 저는 자신 없다. 이런 일을 생각할 때마다 짓누르는 좌절감 때문에 가슴에 통증을 느낀다. 가끔 불을 끄겠다고 나섰다가, 불을 지피는 사람이 되고 마는 저를 본다"며 "사람들의 힘으로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 앞에 엎드릴 수밖에, 기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주채 목사는 "우리가 이 기도회를 갖는다고 했을 때, 어떤 성격의 기도회냐고 묻는 기자들이 많았다. 보수냐 진보냐 하는 것"이라며 "'너는 누구를 위하느냐?'고 묻는 여호수아에게, 하나님의 사자는 '아니라 나는 여호와의 군대장관으로 지금 왔느니라'고 대답했다. 이 대답에는 '여호수아 너는 누구 편이냐고 묻지 말고, 네가 여호와 하나님의 편에 서 있는지 너 자신에게 먼저 물으라'는 뜻이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정 목사는 "하나님의 사자가 나타났던 이 때는 이스라엘 민족이 약속의 땅을 정복하는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때였다. 요단강을 건넜고, 할례도 했으며, 유월절도 지켰다. 이제 모든 것이 준비돼 약속의 땅을 정복하는 전투가 시작되기 직전"이라며 "여리고성 가까이 가서 어떻게 저 난공불락의 성을 함락시킬 수 있을지 생각하며 기도할 때, 하나님의 군대장관이 나타났다. 이 일이 상징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이야기했다.

대권자 중의 대권자이신 그리스도

그는 "우주의 역사와 만물의 주관자는 하나님이시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 모든 권세를 독생하신 아들 그리스도에게 주셨다. 무슨 일에나 주님 앞에 나가 무릎을 꿇고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이것이 순명 아니겠는가"라며 "하나님을 경외하는 신앙으로 그의 뜻에 겸손하게 순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우리는 오히려 정치에 더 관심이 많을 때가 있다.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한다. 이미 고인이 된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동시에 대통령 후보로 나왔을 때, 경상도와 전라도 사람들은 이들이 대한민국을 구원할 메시아라도 되는 것처럼 떠받들며 지지했다"며 "그때 부산과 광주에서 목회자들이 각각 모여, 자기들이 지지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그때 그분들이 하나님께는 제대로 한 번 물어보았을까"라고 꼬집었다.

또 "목회자들 중에서도 기도보다 데모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도의 자리보다 정치집회가 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과거에는 진보적인 목회자들이 그러더니, 지금은 보수주의자들이 그런다. 기도보다 정치에 더 많이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는 만왕의 왕이신 주님을 주목하고 주님께 희망을 걸고 그를 기대하며 그에게 기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리스도의 로드십에 대한 진실한 신앙고백

정주채 목사는 "제가 자신과 한국교회를 바라보며 늘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 중 가장 심각한 일은, 한국교회 지도자들에게 로드십(Lordship), 곧 그리스도의 주 되심에 대한 실천적인 신앙고백이 매우 허약하다는 것"이라며 "입으로는 '주여, 주여'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너무 많다. 일찍이 예수님은 이런 외식과 위선을 강하게 책망하셨다(마 7:21-23)"고 비판했다.

정 목사는 "로드십에 대한 신앙고백이 희미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들이 많다. 먼저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선거운동"이라며 "총회장이나 어떤 기관 장이 되겠다고 돈까지 쓰며 선거운동을 했던 일이 있지 않았나? 지금은 전보다 많이 순화됐지만, 여전히 교회 안에서 선거운동이 당연한 듯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이젠 평신도들까지 교회에서 중직자가 되겠다고 선거운동을 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하나는 '담임목사 세습'이다. 그는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에 대한 두려움 없이 교회를 아들에게 세습하는 일도 한다. 물론 교회의 영광과 권세와 재물을 자식에게 물려준다는 마음으로 세습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지 모른다"며 "그런데 왜 세습하는 걸까? 리더십의 공백 때문이다. 현 담임목사가 빠지면 교회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으니, 자식이라도 세워 혼란을 막자는 것이다. 이게 문제 아닌가? 그리스도가 주인이신데, 담임목사가 은퇴한다고 왜 교회가 혼란을 겪고 분열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교회, 세상과 구별돼야... 하나님의 뜻 분별하면서

정주채 목사는 "교회는 거룩한 곳이다. 교회는 세상과 구별돼야 한다. 믿음의 대상인 주님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며, 삶이 다르고, 목표하는 바가 달라야 한다. 이 구별은 배타적인 것이 아닌, 빛과 소금으로서 세상을 섬기기 위한 거룩함"이라며 "이제 우리는 두려움과 진실함으로 죄를 고백하며 회개하고, 주를 경외하므로 그 앞에 나아가 주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 목사는 "우리 기독인들은 '마음을 새롭게 하여 변화를 받아야 한다(롬 12:2)'.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들 중 하나는 신앙의 대상은 바뀌었으나, 가치관은 바뀌지 않는 것이다. 회심했다지만, 여전히 이 세대를 본받아 살고 있다"며 "보수적인 교회들 중에는 샤머니즘에 빠진 곳들이 많고, 진보적인 교회들 중에는 십자가의 복음을 뒤로하고 단순한 휴머니즘에 빠진 곳들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특히 정치적 이념으로 나뉘어 갈등하고 있는 이 때, 우리는 다시 한 번 주님 앞에 무릎을 꿇고 '내 주여, 종에게 무슨 말씀을 하려 하시나이까?'라며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이것이 '말씀과 순명'"이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터가 무너지고 있는 세상에서(시 11:3),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말씀과 순명'으로 세상의 중심을 잡는 일"이라며 "하나님의 뜻은 공의와 사랑이다. 이 둘은 하나님 나라의 통치 이념이다. 이것으로 세상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공의를 세우는 일에, 그리고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일에 헌신해야 한다. 주님을 주님으로 모시고 주님을 두려워하며 주님의 뜻을 온전히 받들 때, 하나님은 우리를 통하여 세상을 치유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