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문제를 만나면 해결책을 책에서 찾습니다. 먼저 우리 삶의 전거(典據)인 성경에서 해답을 찾습니다. 늘 성경은 온전한 대답을 줍니다. 그리고 문학 작품을 봅니다. 문학은 성경에 비할 수는 없지만 삶의 지혜와 통찰력을 줍니다. 문학이 주는 영감과 교훈을 향유합니다.
저는 문학에 대한 움베르토 에코의 견해를 지지합니다. 그는 20세기 최고의 인문학자입니다. 움베르토 에코는 9개의 언어에 능통했고, 40여 개의 명예박사학위를 받았고, 자신이 교수로 일했던 볼로냐 대학교 도서관 모든 책들의 위치를 기억했던 천재입니다. 그는 '문학은 죽는 법까지 가르쳐 준다'고 했습니다. 그는 문학이 주는 영감과 지혜를 신봉했던 사람입니다.
금번 코로나 19 뉴스를 들으며 성경을 펼쳐 전염병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렇게 정리된 것이 지난주 칼럼이었습니다. 아울러 전염병을 다룬 소설들 즉,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 주제 사마라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체호프의 "티푸스", 에거드 앨런 포의 "적사병의 가면" 등등을 읽으며 많은 것을 생각했습니다. 특히, 앨런 포의 "적사병의 가면"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소설 "적사병의 가면" 대략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어느 나라에 적사병이라는 전염병이 맹위를 떨칩니다. 무서운 전염병이었습니다. 이 병에 걸리면 온몸이 쑤시고, 머리가 아프고, 콧구멍에서 피를 펑펑 쏟으며 죽습니다. 죽어가는 사람들 얼굴에 진홍색 반점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병을 적사병이라 불렀습니다. 사람들은 환자에게 붉은 반점이 나타나면 간호와 동정을 멈추고 도망갔습니다. 온 백성들이 두려워했고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나라 인구의 절반이 죽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그 나라를 다스리던 프로스페로 대공은 궁정의 귀족, 친구, 귀부인 등등 1000명을 데리고 외딴 사원에 들어가 은둔 생활을 합니다. 사원에는 몇 년이고 먹을 식량과 오락을 위한 모든 준비를 했습니다. 광대도, 즉흥 시인도, 발레 무용가도, 음악가도, 미인과 술도 준비했습니다. 적사병을 막는 완벽한 곳이었습니다.
은둔 생활이 지루했던 대공은 어느 날 무도회를 엽니다. 그런데 시체처럼 기괴한 가면을 쓴 남자가 홀연히 나타나자 무도회는 공포감에 휩싸입니다. 분노한 대공이 정체를 묻자 얼굴을 드러내는데 적사병이었습니다. 대공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 죽습니다. 이어 사원에 피신했던 모든 귀족들이 적사병으로 죽습니다. 참혹한 소설의 결말은 실패한 전염병 대처법을 보여 줍니다. 작품이 보여주는 그들의 실패를 정리하면서 오늘을 돌아봅니다.
먼저, 지도자의 무책임한 피난이 문제입니다. 전염병이 난리인데 대공과 그의 친위 귀족들은 자신들만 살겠다고 사원에 피신합니다. 백성들을 돌보기는커녕 자신들 살길만 찾습니다.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지도자들의 피신은 그들의 죽음을 초래합니다. 이런 일이 흔하다는 것이 비극입니다.
둘째, 어설픈 봉쇄는 헛된 해결책이었습니다. 그들은 사원에 들어가 꼭꼭 숨었습니다. 사원의 벽을 높이고, 문을 철문으로 만들었습니다. 높은 벽과 철문으로 봉쇄했지만 전염병은 높은 담과 철문을 조롱했습니다. 어설픈 차단과 통제가 오히려 큰 어려움을 자초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습니다.
셋째, 막연한 낙관론이 사태를 키운 것입니다. 그들의 대책은 은둔생활이었습니다. 외딴곳에서 조용히 은둔 생활을 하면 전염병이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천박한 낙관은 보기 좋게 무너집니다. 전염병을 낙관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합니다. 역사가 주는 교훈은 전염병을 교만한 맘으로 가벼이 여기면 큰 낭패를 맛본다는 것입니다.
넷째, 백성은 고통인데 잔치가 웬 말입니까? 나라의 지도자 대공은 적사병이 창궐하는데 잔치를 벌입니다. 백성들의 고통을 무시하는 무책임하고 무정한 지도자의 모습입니다. 무도회에서 대공이 적사병으로 죽습니다. 이 극적 결말에 중요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낭만주의 작가요 미국 단편 소설의 선구자인 에드거 앨런 포는 지도자들의 모순과 무책임을 질타합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어떻게 코로나 19를 대처하고 있나요?
인류는 앞으로도 전염병을 만날 것이고, 경험하지 못한 신종 전염병으로 어렵고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당황하며 소란을 피울 것입니다. 모든 신종 전염병을 겸손함과 신실함으로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인류가 직면했던 가장 무서운 전염병은 '사망병'입니다. 인류 최대의 전염병인 죽음은 예수님의 십자가로 이겼습니다. 십자가에 전염병 대처의 왕도가 담겨 있습니다. 십자가 희생이 생명의 역사가 된 것처럼 메르스도, 사스도 희생과 헌신으로 이겼습니다. 금번 코로나 19도 십자가의 정신으로 이겨 나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행복 디자이너 강태광 목사 (World Share USA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