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김혜남, 박종석 | 포르체 | 264쪽
괜찮을 줄 알았는데 괜찮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괜찮아지는 것은 없다
최근 1년 동안 개업한 정신과 의사가 서울에만 3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기존에 있던 병원까지 합치면 700군데가 넘는 숫자다. 하루 30명의 사람이 정신과를 찾고 있다.
대다수 현대인들은 자신이 행복보다는 불행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정신건강 상태를 자가 평가한 결과, 한국사회의 '정신건강 지수'는 평균 68.1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정신적 고통 및 심리적 증상을 해결하기 위해 시도하는 방법은 없다. 증상과 관계없이 대부분 '휴식'과 '운동', '취미생활'을 통해 정신적 고통과 심리적 증상을 이겨내려 노력한다.
우리는 쉽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다.
얼마 전 우리가 잘 아는 한 연예인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 연예인이 방송에 나와 자신의 아픔과 상처에 관해 이야기한 것을 보았다. 과거의 아픔과 상처를 이겨낸 모습이 좋아 보였다.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러나 괜찮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괜찮아지는 것은 없다. 치료되지 못한 상처는 흉터로 남게 된다.
우울한 감정, 모두 잘못된 것은 아냐
우리 삶이 가진 다양한 얼굴의 하나
조금 더 깊고 오래 앓는 우울이 문제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는 정신과 전문의인 김혜남과 박종석이 공저한 책이다. 저자 김혜남은 베스트셀러 <서른 살이 심리학에 묻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녀는 2001년 43살의 나이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는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정신과 의사의 파킨슨병은 충격이었다. 파킨슨병은 대표적 신경퇴행성 질환 중 하나다. 손 떨림, 근육 경직, 자세 불안정의 특징이 나타난다.
그녀는 몰려오는 우울한 감정을 잘 이겨내며 18년 동안 환자를 진료하고, 아이를 키우고, 여러 권의 책을 쓰고 강의를 하고 있다. 그리고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에서 현대인이 겪고 있는 우울한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우울한 감정은 대단한 병이 아니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감기 같은 것이다.
살다 보면 아주 사소한 일에도 우울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나이가 들어 변해 버린 자신의 모습을 볼 때, 노력했던 일의 결과가 원하던 대로 나오지 않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을 떠났을 때.
우리가 느끼는 우울은 다양하다. 이런 우울한 감정이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니다. 저자는 우울한 감정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우울은 우리 삶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얼굴 중의 하나다. 이런 우울은 인생을 살면서 마주칠 수밖에 없는 좌절에 직면했을 때 이를 내적으로 이해하고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우울은 고통스럽지만 정상적인 우울이다."
우울한 감정은 우리에게 필요하다. 그러나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우울이 있다. 오랫동안 지속되는 우울이다. 우리는 이것을 '우울증'이라고 한다.
"우리가 좀 더 관심을 두고 정성껏 어루만져 주어야 할 우울은 이보다 조금 더 깊고 조금 더 오래 앓는 우울이다. 우울하다는 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과 자신의 인생에서 희망이 사라져 버린 듯한 깊은 절망감을 느끼게 되는 우울, 이를 두고 우리는 '우울증'이라고 한다."
우울증은 세계보건기구가 선정한 인류를 괴롭히는 무서운 질병 10가지 중 네 번째를 차지한다고 한다. 게다가 우울증은 전체 인구의 다섯 명 중 한 명이 걸릴 수 있을 정도로 만연해 있는 질병이다.
우울증에 걸리면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보게 된다. 그러나 우울증은 제대로 치료 받기 시작하면 대부분 3개월 안에 호전된다고 한다.
"제아무리 심각한 우울증이라도 그래 봤자 병일뿐이다. 증세는 심각하지만 빠른 진단과 바른 치료만 이루어진다면 결국 회복이 되며, 완치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울증은 동굴이 아니라 터널이다. 그리고 그 터널의 끝에는 밝은 빛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아무리 고통스럽고 괴로워도 희망의 끈만 놓지 않으면 그날은 반드시 온다."
우울증, 막힌 동굴? 출구 있는 터널!
치료하면 되지만, 못하면 깊은 상처
힘들어도,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이
저자는 우울증은 끝이 막힌 동굴이 아니라 출구가 있는 터널이라고 말한다. 우울증도 하나의 병일 뿐이다. 병은 치료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정신질환에 대한 거부감과 편견을 가지고 있다. 폐렴에 걸렸을 때 병원에 가서 약을 먹듯이, 우울증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우울증은 '마음의 독감'이다.
우울증을 치료하지 못하면 사람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부정적인 생각이 오랫동안 형성되면 바꾸기 힘들다. 물길이 한 곳으로 흘러들어 강줄기가 형성되는 것과 같다. 한번 강줄기가 형성되면 다음 물은 고민할 필요도 없이 강줄기를 따라 흐른다. 이 흐름을 바꾸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부정적인 흐름을 바꾸는 첫 번째 방법은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과정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비록 세상에는 힘들고 실망스러운 면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우리는 선과 행복을 향해 나아가리라는 믿음, 그러한 믿음이 바로 긍정성이다."
쇼펜하우어는 "우울한 사람은 비극을, 다혈질의 사람은 희극을, 침착한 사람은 무의미한 것만을 본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무엇을 보느냐 만큼 무엇을 보려고 노력하느냐는 상당히 중요하다.
"사실 우리는 자신만의 생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본다. 안경의 색이 어두울 때 세상은 전부 어둡고 칙칙하게 보일 것이며, 안경의 색이 분홍빛이면 세상은 분홍색으로 보일 것이다."
우리가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꾸려고 노력할 때, 부정적인 생각의 물길이 긍정적 생각의 물길로 조금씩 바뀌게 된다. 비록 오늘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나는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의 믿음이 세상을 분홍색으로 물들일 수 있다.
우울의 반대, 행복 아닌 '생동감'
하나님께서 주신 믿음, '살아냄'
하루하루 살아내면, 결국 열매가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는 우울증뿐 아니라 다양한 정신 질병에 관해 이야기한다. 조울증, 공황장애, 강박증, 무기력감 등 마음의 가벼운 병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위로와 조언을 전해준다.
저자는 우울의 반대는 행복이 아니라 '생동감'이라고 표현했다. 살아 있는 것,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우울을 이기는 방법이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믿음은 '살아냄'이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약속을 기다리며 답답한 시간을 살아냈다. 요셉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냈다. 그들이 답답하고 어려운 시간을 살아낼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님의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약속의 특징은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약속은 미래에 이루어진다. 그러기에 오늘 당장 보이지 않아도 견딜 수 있는 힘이 주어진다. 지금 당장 힘들어도 하루를 살아낸 만큼 그 약속에 우리는 한 발자국 더 전진한다. 하루하루 살아내다 보면 열매 맺는 날이 반드시 온다.
노사연의 노래 '바램'에 보면 이런 가사가 있다.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어른이 된다고 상처받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멋진 어른은 그 상처를 통해 아름다운 열매로 익어가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약속으로 익어가는 사람들이다. 오늘도 그 약속을 믿고 아름다운 열매로 익어가기를 소망한다.
김현수 목사
행복한나무교회 담임, 저서 <메마른 가지에 꽃이 피듯>
출처: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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