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아연합신학대학(Asian Center for Theological Studies and Mission 이하 ACTS) 정흥호 총장이 남가주를 방문했다. 정 총장은 자신의 임기 중 '신본주의'와 '복음주의'라는 학교의 비전을 더욱 확고히 다지고, 학교 발전을 위해 인터내셔널 미션센터 건립과 커리큘럼 개발에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교회 선교가 나아갈 방향으로는 '장기적 안목'과 '교육 선교'를 꼽았다.
이하는 일문일답
-ACTS를 소개해달라
"ACTS는1968년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아세아-태평양 전도대회에서 아세아 교회 지도자들은 아세아 복음화를 촉진하기 위하여 신학대학원 건립을 결의하였고, 그에 따라 당시 빌리그래함재단이 10만 달러, 미국 유명한 목재상 웨어하우져의 15만 달러를 비롯해 교단과 교파를 초월한 한국 교회의 헌금으로 세워진 국제적이고 복음주의적이며 교회연합적인 대학이다.
1974년부터 한국에 복음주의 신학의 기틀을 놓았고 이 기반 위에서 세계선교를 이루어 가는데 쓰임을 받고 있다. '아세아 복음화'라는 표어를 실천적 목표로 삼아 신학연구와 선교 교육을 통해 세계복음화, 특별히 아시아 교회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국제적인 복음주의 신학대학교이다.
지금까지 48개국에서 520여 명의 외국인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그들은 세계 각국에서 크리스천 지도자로 사역하고 있다. 현재 학교에는 18개국에서 온 65명의 외국인 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이번 미국 방문의 목적과 성과는 무엇이었나?
"이번 방문은 ACTS 설교학 교수인 신성욱 교수가 남가주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원포인트 설교 심포지엄에 참석해 학교를 소개하고, 남가주 지역 학교 관계자들과 교류하기 위함이었다. 선교라는 주제로 학교 간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을 확인하고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ACTS 총장으로 일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총장으로 선임되고 기도하면서 떠오르는 문구가 'ACTS가 살아야 한국 교회와 선교가 살아난다'였다. 오늘의 한국 교회를 보면 침체기로 접어든 모습이다. 영적 개혁과 교회 구조 개혁과 같은 강력한 요구들이 나오고 있다. 부흥을 일으킬 불꽃이 일어나야 하는데 ACTS는 초교파 신학대로 국제적, 복음적, 교회 연합적, 선교 지향적인 학교다. 한국 교회가 나아가야 할 본질적 모습을 지향하기 때문에 ACTS가 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낀다."
-학교 발전을 위한 세부 계획은 무엇인가?
"컴퓨터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듯, 외형적으로는 종합대학의 위상에 걸맞는 학교를 만들고자 한다. 외국인 학생들과 한국 학생들이 한데 어울려 교류하고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생활관인 인터내셔널 미션센터 건립을 임기 중 이루고자 한다.
또 내부적으로는 학교 내 개혁과 양질의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커리큘럼 개발도 시급하다. 시대적 흐름을 파악하고 세계 선교 지도자 양성을 위한 교과 과정 수립을 위해서 노력하려고 한다."
-신학교 지원자가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른 대처 방안이 있는가?
"'한국의 신학교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기독교인의 비율이 줄어가면 목회자와 교회 수도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은 신학교 지원자의 감소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경영 논리로 보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학교의 사명과 본질로 돌아가면 해결점이 보인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지 않나? 위기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과 같다. 수동적인 태도로 위기를 수용하기보다는, 능동적인 입장에서 크리스천 글로벌 리더 양성이란 학교의 비전으로 학과와 커리큘럼의 변화, 학교의 구조 개혁, 재정 확충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그리고 ACTS의 정체성을 끝까지 붙들고 선교 지향적인 학교로 나아가고자 한다."
-ACTS가 큰 위기에 처할 때도 있었는데...
"ACTS의 두 가지 모토가 있다. 하나는 신본주의이고 다른 하나는 복음주의이다. 이것은 학교를 지탱하는 큰 두 기둥과도 같다. 중요한 이 두 가지를 잃어버려 어려움을 겪었다고 본다. 신본주의 대신 인본주의를 따르며 마치 '하나님이 아닌 저 사람이 우리 학교를 도와줄 것 같다'고 생각할 때, 또 복음의 정신이 아닌 다른 신앙관을 쫓을 때 하나님은 어김없이 위기를 주셨다. 이스라엘 역사와 같은 것이다. 하나님만 보고 가야지 돈을 보거나 사람을 보고 가면 안 된다.
'ACTS가 살아야 한국 교회가 산다'는 문구는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신본주의, 복음주의 회복은 ACTS를 살릴 뿐 아니라, 한국 교회를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신본주의와 복음주의는 한국 기독교를 다시 한번 부흥의 길로 인도하는 키워드가 될 것이다. 한국 교회가 부흥과 회복을 위해 어떤 인간적인 생각이나 방법보다 먼저는 하나님 앞에 '살려달라'고 매달려야 한다.
또한 ACTS는 교회 연합적이다. 초교파로 장로교, 감리교, 성경교, 순복음 등 교회와 교파가 다르지만 선교를 위해 하나가 된 학교다. 한국의 교회가 선교를 위한 순전한 마음으로 하나 될 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선교학자로서 한국 교회 선교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한국 교회 선교는 '고기를 잡아 주는 것에서, 잡는 법을 가르치는 선교'로 바뀌어야 한다. 다른 말로 하면 '돕는 선교에서 섬기는 선교'로 전환돼야 한다.
서구 선교사들이 우리나라에 복음을 전할 때, 그들은 교육 기관을 설립했다.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우리나라가 선교받는 나라에서 선교하는 나라가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선교는 선교의 단기적 효과를 추구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현지인들이 일어나 선교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줘야 한다. 다시 말해 신학 선교, 교육 선교를 통해 자기 민족을 향한 복음의 열정과 바른 신학으로 성도를 양육하고 선교의 영역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1995년 미국에서 선교학을 공부하고 한국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선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열 손가락에 꼽았다. 그러나 지금은 50명도 넘는다. 신약, 구약, 조직신학 교수들이 넘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좋은 인적 자원을 왜 우리나라만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에 신학교육 인프라가 약한 곳이 너무나 많다.
또 예전에는 교회가 선교단체를 통하여 선교를 진행했다. 그러나 교회도 직접 선교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선교의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 교회가 직접 하는 선교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구조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교회가 독자적으로 선교하기보다는 연계성을 가지면 소통과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ACTS의 선교 방향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자국 복음화이다. 크리스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길 원하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실시하고, 그들로 하여금 자국민들을 선교하도록 돕는 것이다. 한경직 목사님과 같은 한국 교회 초창기 목회자들이 유학을 다녀온 후 한국 교회 지도자로서 본을 보여준 것처럼, ACTS 졸업 후에는 그들의 나라로 돌아가 선교 리더로 활동하게 된다. 오늘날 한국이 다문화 사회가 되어, 졸업생 중에는 한국에 남아서 자국민을 대상으로 선교하고 목회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리더십으로 학교를 이끌 것인가?
"부족한 사람을 총장으로 세워주신 것은 사람의 능력이 아닌 복음의 능력으로 학교를 쇄신하려는 의지가 투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복음의 능력은 결국 십자가의 능력이며, 섬김과 희생의 능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ACTS 총장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 섬김의 리더십으로 학교를 이끌고자 한다.
크리스천이라면 예수 그리스도로 구원받아 그분의 삶을 본받아 살아가야 사람들인데, 섬김과 희생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드러나야 한다. 한국 교회가 똑똑한 사람이 없어서 세상에 영향력과 능력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예수님의 말씀대로 살지 않기 때문이다. 섬김과 희생의 리더십은 ACTS에 필요하고 한국 기독교회와 성도들에게 필요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