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 시계 어디 있어?"
"네 책상 위에"
"여보, 우유 있어?"
"냉장고 열어 보세요."
"없어... 없는데...?"
"으그~ 왜 눈 앞에 있는 물건을 다들 못 볼까?"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 아닙니까? 왜 남자들은 물건을 잘 찾지 못할 까요? 물건을 찾으려면 주위를 유심히 살피는 습관이 발달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남자들은 주로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좋게 말하자면 산만하지 않고, 하나에 올인하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 말하자면 자기 일 밖에 모르고 주위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었을 텐데, 이런 스타일이 목회를 하면서 변하고 있습니다. 성도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주위를 살피는 습관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해도 제 앞에 계신 분에게만 집중하지 않고 가끔 주위를 돌아보며 제 옆 자리에는 누가 앉으셨는지도 살핍니다. 예배 후 성도들과 인사할 때도 앞에서 인사하는 분만 보지 않고, 줄 서서 인사를 기다리는 분들도 슬쩍 슬쩍 살핍니다. 물론 이 습관이 가끔 들켜서 인사할때 다른 곳을 보는 목사라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렇게 주위를 살피는 버릇이 집에만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책을 읽거나 컴퓨터에서 작업을 할 때는, 누가 소리치기 전에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주위가 아무리 시끄러워도 집중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냉장고에서 뭔가를 찾아오라면 거의 실패합니다. 집에 오면 무심한 아빠가 되고 집안일 거들지 않는 매너 없는 남편이 됩니다.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결심으로 집에서는 제 일을 하지 않으려고 애를 씁니다. 그 중 하나가 집에는 서재 공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서재 공간을 만들 수 없는 게 좋은 변명이 되지만, 일부러 서재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은 좋은 습관입니다. 목사인 저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역량(力量)입니다. 집중하지 않으면 설교 준비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목사가 책상 앞에만 앉아 있어서는 안됩니다. 성도들의 삶 속에 들어가 성도들의 눈빛만 봐도 무슨 일이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주변을 살피는 습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우리 주변을 살핍시다. 우리의 기도와 따뜻하게 만져줄 손이 필요한 이웃이 우리의 눈에 보여지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