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방송 선교에 협력하는 교회들에 감사를 전하기 위해 남가주를 방문한 CGNTV 제4대 대표 이용경 장로를 만나 그의 신앙과 삶에 대해 들어봤다.
1943년에 출생한 이용경 장로는 경기중·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에서 전자공학으로 학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 24세의 나이로 도미한 이용경 장로는 오클라호마 대학교에서 전자공학 석사, UC버클리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리노이 대학 조교수, AT&T Bell 연구소 책임연구원, 엑손 책임 연구원, KAIST 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KT 대표이사 사장, 제18대 국회의원 등을 역임한 바 있다. 2010년에는 대한민국을 빛낸 21세기 한국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를 설명하는 이력은 화려하다. 공학을 전공한 과학자이자 학교 강단에서 가르치던 학자였으며, 회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경영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이력에 앞서 미주 한인 이민교회에서부터 성실히 교회를 섬겨온 장로였고, 주일학교 교장 직분을 소중함으로 감당했던 겸손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이었다.
-장로님 반갑습니다. 남가주에는 어떤 계기로 방문하셨습니까?
"북미주를 비롯해 전 세계에 CGNTV 방송 선교를 후원해 주시는 교회가 많이 있습니다. 할 수 있는 대로 교회를 찾아가 CGNTV의 복음 전파 사역에 협력해 주심을 감사드리고자 방문했습니다. 앞으로도 CGNTV에 협력해주시는 교회에 감사의 마음을 전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결혼 50주년을 맞았습니다. 남가주에 거주하는 두 아들 가족과 만나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독실한 크리스천 가정에서 성장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믿으시고 제가 2대째 신앙입니다. 믿지 않던 아버지께서는 의사가 되려고 세브란스 의대에 몇 번이나 응시했지만 번번이 떨어져 무작정 학교를 찾아갔다고 하십니다. 그때 김명선 박사가 예수 안 믿어서 떨어졌다고 했더니 그 말을 들은 아버지는 바로 교회를 찾아갔고 그때부터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고 해요. 결국 의대에 합격하신 아버지께서는 의사가 되셨고 더 중요하게는 크리스천이 되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교회를 섬기시며 안양제일교회의 부지를 기증하고 지금의 교회를 건축하는데 힘쓰셨습니다.
어머니께서는 학교에서 교육을 받으시진 않았지만 믿음의 고상한 지혜로 5남매를 키우셨습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 하나님이심'을 언제나 말씀하시며, 투박하셨지만 뒤를 돌아보기보다는 하나님을 바라보는 믿음으로 앞을 향해 나아가라고 하셨습니다. 부모님께서는 81년을 함께 사시다가 돌아가셨는데, 말씀과 삶으로 신앙의 귀한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자녀 교육에 대한 철학이 있으신가요?
"아이들을 양육할 때 중요한 것은 각자의 인성을 인정해주고 무엇보다 삶의 의미를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민생활을 하는 많은 분들이 그렇듯이 저 역시 미국 유학을 와서 얻은 큰 아이에게 드라이브를 많이 걸었습니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잘못됐던 것이지요. 그래서 큰 아들에게는 미안한 부분이 아직도 많습니다. 그에 반해 둘째 아들은 하나님께 맡기고 키운 부분이 많습니다.
돌아보면 하나님 안에서 마음이 행복하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뭘 잘해서, 남들보다 뛰어나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자녀들의 지금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사랑받을 만하고 감사한 것이거든요. 자녀들의 어린 시절이 다시 돌아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세상의 방식이나 가치에 맞추려고 하기보다는, 무엇보다 아이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학교와 기업, 사회 등 다양한 부분에서 리더의 자리에 계셨습니다. 세상 가운데 크리스천의 삶은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온누리교회 하용조 목사님께서 늘 강조하시는 것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예수 바보'다. '예수님을 바로 보여주는 삶을 살라'는 것이었지요. 예수님께서는 말씀만이 아니라 겸손의 모습으로 십자가 진리의 삶으로 제자들에게 본을 보이셨습니다. 부족하지만 여러 직책을 맡은 자리에서 부정과 타협하지 않으려고 힘썼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맡겨진 일을 충실하게 감당하고자 했습니다.
경영자로서 닮고 싶은 모델은 예수님입니다. 이 땅에는 많은 크리스천 리더들이 있는데요. 어떤 회사를 운영하거나 조직을 이끌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사람이 일을 하는 것이고, 일을 통해 회사가 움직이는 것이니까요.
크리스천 리더는 무엇보다 사람을 훈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수님께서는 12명의 제자로 온 세상에 복음을 전파하셨습니다. 3년 동안 제자들과 함께 하면서 말씀으로 가르치시고 삶으로 훈련시키셨습니다. 또 당신이 없을 때까지도 염두하시고 마지막까지 제자들에게 성찬의 의식을 가르치셨습니다.
조직이 클수록 대표가 매일 직원들을 쫓아다니면서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습니다. 크리스천 리더는 진실된 삶으로 예수님을 보여주고, 제자를 훈련시키고 세울 수 있는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용조 목사님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습니까?
"처음 만난 것은 제가 펜실베니아에 있을 때, 제가 섬기던 교회를 방문하신 적이 있으셨습니다. 그때 목사님에 대한 기억이 아주 강렬하고 인상 깊었습니다. 그러다가 1991년에 한국에 들어가면서 저희 작은 아들이 온누리교회 영어부 예배에 나가면서 저희 가족도 온누리 교회로 나가게 됐습니다."
-장로님이 기억하는 하용조 목사님은 어떤 분이셨습니까?
"많이 아프셨습니다. 그럼에도 하나님께서 주신 비전을 따라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하시는 분이셨습니다. 대게 사람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만 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하 목사님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하나님께서 하라고 하신 일,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을 하려고 애쓰셨던 분이셨습니다. '전 세계 선교사들을 위한 방송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비용이 얼마인지 상관없이 '온누리교회가 위성을 쏘아 올리면 되겠다'고 하셨으니까요."
-하용조 목사님의 선교 방송 비전을 구체화시키셨다고 들었습니다.
"온누리교회는 2000년부터 온누리TV라는 방송을 시작했었는데, 해외에서는 버퍼링 때문에 시청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오지에 나가 있는 선교사들도 지원할 수 있는 선교 방송을 위한 통신망이 필요했고, 마침 제가 KT 대표로 있을 당시여서 그 일을 도울 수 있었습니다.
하 목사님의 비전을 처음 들었을 때는 전문가 입장에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나의 교회가 전 세계를 아우르는 위성망을 운영하겠다'는 것이 당시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으니까요. 하 목사님의 선교에 대한 꿈과 열정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2005년 전 세계를 연결할 수 있는 통신망을 형성해 CGNTV가 시작됐고 지금은 전 세계를 연결하는 선교 방송이 됐으니 정말 기쁘고 감사한 일이지요."
-CGNTV 4대 사장으로 지난 3년 동안 계셨는데,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아무래도 2017년 저희가 CGNTV가 제작한 영화 서서평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조선의 마더 테레사'로 불린 독일계 미국인 서서평 선교사의 출생과 사역 내용을 담으면서 그녀의 진정한 섬김과 헌신의 삶을 돌아보는 선교사 일대기 다큐멘터리였습니다. 영화는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상영이 됐는데 서서평 선교사의 사랑과 헌신을 통해 가장 낮은 자들을 섬기며 사랑하신 예수님 사랑을 영화로 소개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기독교인들에게는 참된 그리스도인의 삶을 되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됐습니다."
-앞으로 CGNTV에서 계획하고 있는 일은 무엇입니까?
"지금 시대는 SNS를 기반으로 영상 시청자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미디어 소비형태가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기발하고 신선한 컨텐츠를 나눌 수 있는 시스템과 공간을 만들고 싶은데요. 이러한 시대 변화의 흐름에 따라 방송 플랫폼을 확대해 나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기독교 방송국에서 제작하지만 비 기독교인들에게도 자연스럽고 친밀한 코드로 다가갈 수 있는 방송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특히 올해 초 방영된 CGNTV의 두 번째 드라마 작품인 '고고송'은 비기독교인도 공감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로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능력을 전하는 작품으로 호응이 좋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선교사를 위한 방송이지만 선교 목적을 가지고 차세대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컨텐츠 개발도 진행하려고 합니다.
특별히 CGNTV는 광고 없이 기도와 후원으로만 운영되기 때문에 좋은 방송을 위한 예산 확보가 꼭 필요합니다. 예산이 많다고 좋은 방송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 운영을 위해서 매년 50억 원 정도가 더 필요하기 때문에 CGNTV의 사역을 더욱 알리고 후원자를 모집하는 일도 대표로서 해야 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