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24시간 살아보기
(Photo : 기독일보) 로마에서 24시간 살아보기

로마는 모든 강대국들이 꿈꾸는 이상향이다. 끊임없는 영토 확장과 제국을 일사불란하게 통치할 수 있는 행정력은 지금 생각해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역사책에 나오는 유명한 황제의 이름과 위대한 업적 뒤에 가려진 보통 사람들의 모습은 어땠을까? “로마에서 24시간 살아 보기 – 2000년 전 로마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생활 밀착형 문화사”는 이런 궁금증에 대한 적절한 대답이 되어준다.

저자인 필립 마티작(Philip Matyszak)은 어렸을 때 부모님께 선물 받은 고대 로마 병사 인형에 매료되어 옥스포드 세인트존스 칼리지에서 고대 로마사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40여년간 로마에 대해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로마의 14대 황제인 하드리아누스 시절(재위117년~138년)의 어떤 하루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 곳에서 로마의 하루 24시간을 각기 다른 24명의 인물들을 등장시켜 마치 옵니버스 영화처럼 펼쳐낸다. 스물 네 명은 단순한 로마 거주자가 아니다. 그들이 대표하는 수십 만 명이 바로 로마다. 이 책은 그들이 대표하는 수십 만 개의 로마를 하나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로마인들은 하루의 시작을 동이 틀 때가 아니라 자정부터라고 생각했다. 로마의 밤은 고요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도로 정체를 막기 위해 낮 시간에는 바퀴 달린 차량의 운행을 금지한 ‘도시법’ 때문에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품들은 밤시간 동안에 도시로 들어왔다. 좁은 도로와 수 많은 수레들 때문에 한밤중은 교통지옥이었다. 수레꾼들은 동이 트기 전에 빨리 물건을 배달하려고 욕지거리를 내뱉었고, 혼란한 틈을 타 물건을 훔치려는 좀도둑들과도 사투를 벌여야 했다. 그러기에 밤 사이 치안을 유지하는 순찰대들 역시 고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둠을 틈타 몰래 버리는 오물을 뒤집어쓰지 않도록 항상 주의해야 했고, 일꾼들이나 취객들의 다툼에도 개입해야 했다. 그러나 순찰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화재를 예방하는 일이었다. 네로 황제 시절(64년) 도시 전체의 1/4을 태워버린 경험이 있을 만큼 로마는 늘 화재에 취약했다. 화재를 예방, 진압하는 데 필요하다면 그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다.

아틀란타성결교회 김종민 목사
(Photo : 기독일보) 아틀란타성결교회 김종민 목사

로마의 여성들은 평생 열 번 넘게 임신을 하는 게 보통인데, 신생아 10명 중 2~4명이 다섯 살이 되기 전에 죽었다. 원치 않는 아기를 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아기는 떠돌이 개의 먹이가 되거나, 그나마 운이 좋은 아기들은 사창가에 팔려가거나 노예로 자랐다. 가끔씩 정말 운이 좋은 아기들은 자식이 없는 부모에게 몰래 입양되어 평생 친자식처럼 자라났다.

누구나 존경에 마지 않는 상원의원은 영광스러운 겉모습과는 다르게 권력 다툼에서 살아 남기 위해 유력한 정치 후원자의 걸어 다니는 애완견이 되어야만 했다. 후원자는 자비로웠으나 자비는 대가는 훨씬 더 무거웠다. 제빵사, 석공, 세탁부, 요리사, 선생, 법률가 등은 고객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열악한 환경속에서 사투를 벌였고, 로마의 자랑인 검투사들은 1년에 몇 번 없는 정식 경기 외에는 부업으로 떼인 돈을 대신 받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거나 자신의 지위를 자랑하고 싶은 부유한 귀족들의 경호 업무를 담당했다.

 

로마에서 24시간 살아보기
(Photo : 기독일보) 로마에서 24시간 살아보기

결론적으로 보면, 로마의 하루는 불평등과 비위생적인 생활로 뒤덮여 있었다. 보건과 치안은 허술하고 복지는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당시 로마에 살았던 사람들은 엄청난 에너지와 낙관주의를 가진 이들이었다. 상황이 좋든 나쁘든 간에 그들에게는 언제나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 확고한 신념과 진취적인 영혼이 있었다. 노예는 자유인을 꿈꾸었고, 자유인은 번영을, 부유한 상인들은 고위 계층으로 편입되기 위해 애썼다. 그들은 자신 및 후손들을 위해 더 나은 삶을 개척해야 한다고 확신했다.

그들은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살았다. 2000년 후 우리의 후손들도 우리를 그렇게 평가해 주기를 바라며, 오늘도 하루를 사람들과 뒤엉켜서 녹초가 될 때까지 한참 더 부딪혀 보자. 그 땀과 눈물이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