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의 모습 중에 참으로 대단하다 싶은 모습이 있는데 바로 예수님께서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 너는 나를 넘어지게 하는 자로다' (마16:23) 라는 야단을 듣고도 예수를 따르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시몬아 자느냐 네가 한시 동안도 깨어 있을 수 없더냐' (막14:37)는 신앙생활에 핀잔을 듣고도 예수 옆에 있고, 예수가 잡히실 때에 예수를 위하여 검을 빼어 말고의 귀를 베자 예수께서는 '검을 집에 꽂으라 아버지께서 주신 잔을 내가 마시지 아니하겠느냐' (요18:11) 하시며 자신의 행동에 반하는 말씀하실 때에도 잡혀 가시는 예수의 뒤를 따라 가는 모습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말에 대하여, 자신의 신앙생활에 대하여,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 예수님께 야단을 들었지만 예수를 끝까지 따릅니다. 과연 베드로는 예수님께 야단을 들을 줄 아는 제자였습니다.
이에 반하여 가룟 유다는 마리아가 향유를 예수께 부을 때에 '이 향유를 어찌하여 삼백 데나리온에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지 아니하였느냐' (요12:4,5)며 자기가 책망을 하는데, 예수께서 '가만 두라 어찌하여 그를 괴롭게 하느냐 그가 내게 좋은 일을 하였느니라' (막14:6-9) 말씀하시자 연이어지는 가룟 유다의 행동은 예수를 넘겨 주려고 대제사장에게 갑니다. (막14:10) 분명히 다른 이유가 더 있겠습니다만 말씀을 읽다가 보면 그냥 자신의 책망, 의견과 말이 무시 당한 것에 대해 자존심 상해 하고 기분 나빠진 것 같이 보입니다.
이 둘을 보며 "거만한 사람은 책망하는 사람을 미워하고, 지혜있는 자는 책망하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말씀(잠9:8)을 생각하게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어리석고 거만한 사람은 책망을 받지 않고 업신여긴다" (잠 1:22-30) "훈계의 책망은 생명의 길이라" (잠 6:23) 말씀하십니다. 가룟 유다같이 함부로 자기가 책망하고 (막14:5) 자신의 감정에 따라 쓴 소리를 함부로 내뱉는 교만하고 어리석은 사람 아니고, 사람들의 칭찬과 박수, 인정을 좋아하고 기대하는 버릇없는 기독교인도 아니고, 하나님의 말씀과 환경을 통한 진실한 책망과 야단, 꾸지람을 들을 수 있는 지혜있는 바른 신앙인이 되길 원합니다.
1986년 대학생 때에 다니던 교회에 안타깝게 오해와 갈등이 생기면서 몇몇 사람들이 거칠게 목사님의 멱살도 잡고 욕도 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 와중에 목사님께서는 대항하지 않으시고 묵묵히 복음을 전하시며 감당하셨는데 어느 주일 오후 청년회 모임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집사 한 사람이 목사님의 멱살을 잡고 당회장실로 끌고 들어가는 것을 보고 너무 놀라 달려가서 문을 열려고 하니 잠겨 있었습니다. 당회장실 안에서 연이어지는 소리는 '이거 놓으세요' 하시는 목사님의 목소리와 함께 상대의 입에서 욕이 쏟아 지더니 '퍽, 퍽' '억, 억'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문에 있는 유리창을 주먹으로 깨고 들어가서 그 사람을 붙잡는데 유리창이 깨지면서 찢어진 손에서 생각보다 많은 피가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상황은 일단 종료가 되었고 주위에 있던 성도들의 도움으로 급하게 병원에 가서 치료를 하고 붕대를 잔뜩 감고 교회로 돌아왔습니다. 사모님은 내 손을 잡고 우시는데 목사님께서 나를 따로 사무실로 부르셨습니다. 그리고는 "저 분이야 예수를 알지 못해서 교회 안에서 주먹도 쓰고 큰 소리도 지르고 욕도 하지만, 강 형제는 예수를 믿고 복음을 아는 사람이 교회 내에서 주먹을 쓰면 되겠습니까? 예수 믿는 사람은 때리면 맞고, 욕하면 욕먹고, 억울한 일도 당하는 겁니다." 사실 스스로 잘했다 생각하고 뿌듯해 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엄하게 야단을 들었습니다. 아마 그 때 목사님으로부터 고맙다며 칭찬과 격려를 들었다면 그후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심지어 교회 내에서 또 언제 주먹을 휘둘렀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 엄한 야단을 들으며 그분의 모습 속에서 진실한 예수님의 십자가를 보았습니다. 목사님을 통해 늘 십자가에 대해 귀로 머리로 배웠는데 그날 그 책망을 통해 진실한 십자가를 눈으로 마음으로 깨달아 알게 되었습니다. 십자가의 길은 진짜 매도 맞고, 욕도 먹고, 오해도 받고 가는 실제 상황인 것을 그 때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2013년 7월 31일 하나님 품에 안기신 故 송신호 목사님이십니다. 목사님은 하나님 앞에서 진실한 분이셨고 저는 진실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진실한 믿음의 어른 덕분에 부끄럽지만 조금은 십자가의 길을 가는 흉내를 내보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