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다는 말 한마디 남기지 않고 / 훨훨 / 아름다운 오색 옷 벗어 버리고 / 앙상한 가지 위로 /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결에 눈물짓는 / 마지막 잎새... 김민식 시인의 '말없이 떠난 가을'이라는 시입니다. 그는 '근이영양증'이라는 희귀한 병을 앓다가 지난 2009년 12월 30일 28세라는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야만 했던, 누가 보아도 슬픈 인생을 산 사람이었습니다. 위의 시에서도 그는 온몸의 근육이 조금씩 사라져 버리는 병을 앓고 있던 자신을 '앙상한 가지 위에서 울고 있는 마지막 잎새'로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슬픈 인생을 살았던 인생이었음에도 그의 인생이 슬프게만 보이지 않는 것은 마지막까지 그를 위로했던 수 많은 사람들 때문일 것입니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학교를 중퇴하고 바깥 출입을 삼가기 시작했습니다. 4년 뒤부터는 휠체어를 밀 근육마저 없어져 누워 지내기 시작했고, 그후 14년을 그렇게 살아야 했습니다. 오그라드는 발, 펴지지 않는 손, 무서울 정도로 말라가는 자신의 몸을 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는 분노했고, 또 세상을 미워했습니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죽음이 올 때까지 자신의 삶을 사랑하기로 결심하고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자신의 삶을 글로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교육이라고 해봐야 고작 초등학교 4년, 책을 이해하는 것마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모자라는 이해력과 어휘력을 채우기 위해 그는 같은 책을 백 번 이상 읽어내려 갔습니다. 얼마나 그랬을까... 어느 날 그가 쓴 수필이 한 잡지에 실리면서 그에게 놀라운 일들이 시작되었습니다. 그의 글을 통해 서글픈 그의 삶을 접한 사람들이 하나 둘씩 그를 찾아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장애인용 컴퓨터와 마우스를 가져왔습니다. 어떤 사람은 집에 인터넷을 설치해 주었습니다. 주말이면 숱한 청년들이 시인을 찾아와 그를 휠체어나 들것에 태워 들로 산으로, 또 개울로 가 그와 함께 놀아주었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이었던 '장준'이란 사진작가가 그때를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열댓 명씩 찾아와 며칠씩 한뎃잠을 자며 민식이랑 놀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시인은 '삶은 사는 것만큼 행복하고 아름답다'라는 시와 자신의 영정에 바쳐진 시편 성경을 뒤로 한 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외출을 떠났습니다.
사 40:1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너희는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위로하라..." 생각해보면, 14년을 누워 있었던 김민식 시인에게 있어, 그를 찾아준 적지 않은 사람들은 차라리 기적이었습니다. 늘 누워만 있던 시인에게 그들은 손이요 발이었으며, 또 눈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가 삶의 작은 것을 나누는 순간이, 어떤 사람에겐 기적이 시작되는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 그런 우리의 삶을 통하여 예수께서 세상의 많은 소자들에게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고, 구원이 되고 싶어 하시는 것을 아십니까? 떠나고 없는 젊은 시인의 고백이 귓가를 맴돕니다. "나는 주님을 만났습니다 / 아름답고 선하신 주님을 만났습니다 / 나의 고통과 아픔을 알아주시는 그분을..." 오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서로를 위로하며 하나님의 작은 기적으로 살아가실 수 있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