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항문외과의로 근무하면서 말하지 못하는 아픔으로 고통받는 항문병 환자들을 볼 때 그들의 잘못된 습관으로 인한 결과임에 안타까울 때가 많다. 대부분의 항문 질환의 경우 잘못된 습관으로 인하여 발병하기에 의학적 치료와 함께 그 습관을 고치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항문성교로 인한 항문병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를 볼 때 이루 말할 수 없은 안타까움이 있다. 항문성교만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고통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항문성교의 위험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또한 동성애를 옹호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항문성교의 위험성에 대한 심각성을 간과하고 있다.
항문성교의 위험성은 크게 성교 시 발생하는 물리적 손상과 감염병으로 나눌 수 있다. 항문성교 시에 가장 흔하게 손상 받는 부위는 항문 피부점막이다. 흔히 치열이라고 부르는 항문 찢어짐이 그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변비로 인한 항문 찢어짐은 수일 이내에 자연치유가 되지만 항문성교로 인한 항문 찢어짐은 그 정도가 심하여 쉽게 회복되지 않고 상당 기간 항문통증 및 배변통증을 동반한다. 심한 경우 항문 괄약근까지 손상 받게 되면 변을 참지 못하고 변이 세는 변실금이라는 심각한 합병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항문성교로 인한 손상의 심각성에서 항상 언급되는 것이 항문 괄약근 손상이다. 항문 괄약근은 항문을 조여주는 근육으로 평소에는 조여져서 변이 새지 않게 하고, 배변 시 스스로 열려 변을 배출하게 하는 근육이다. 항문 괄약근은 하나의 근육이 아닌 여러 근육이 각자의 기능을 가지고 조화를 이루어 매우 정교하게 작동하는 근육이다. 이 근육이 지속적인 물리적 충격을 받게 되면 점차적으로 그 힘이 약해지고 조그마한 자극에도 항문이 열리게 되는 변실금을 야기하게 된다.
항문 점막의 물리적인 자극이 지속되게 되면 항문 점막의 보호기능을 상실하게 되고 그로 인해 많은 감염병이 발생하게 된다. 단순한 세균성 감염의 경우 항생제로 치유가 되지만 바이러스성 감염의 경우는 완치가 되지 못하고 만성적으로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항문성교로 인한 바이러스성 감염병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질환이 곤지름이라고 부르는 콘딜로마 사마귀와 흔히 에이즈라고 부르는 악명높은 바이러스성 감염병인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이다. 콘딜로마는 인간 유두종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며, 흔히 자궁경부암의 원인으로 주목되고 있는 바이러스이다. 일반적으로 항문생식기에 주로 발생하는데 피부상피 세포에 감염되어 닭벼슬 모양으로 피부를 부풀게 만든다.
이 바이러스는 주로 피부 접촉으로 감염되게 되는데 감염된 사람의 피부가 맞닿게 되면 감염이 전파되게 되는 대표적인 성병 바이러스이다. 항문성교와 관계없이 발병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항문 주변 피부에만 사마귀가 발생하지만, 항문성교로 인한 감염의 경우는 항문 주변보다 항문 안쪽, 더 깊숙하게 직장 점막까지 넓게 퍼지는 것이 특징적으로 눈에 잘 보이지 않고 심각할 정도로 발전하지 않으면 자각증상이 없기 때문에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질병의 치료는 부풀어 튀어나온 사마귀를 잘라내고 그 주변의 피부를 전기소작으로 태우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 질병이 워낙 재발을 잘하여 한번의 치료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바이러스는 피부 상피 내에 숨어 발병하기 전에는 표시가 나지 않기 때문에 정상세포와 감염세포의 구분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튀어나온 사마귀를 절제하고 이후 감염된 세포에서 다시 튀어나오는 것이 있다면 그때 마다 잘라내고 전기로 태우는 수술을 반복하게 된다.
또한 치료기간 동안에도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항문 피부를 잘라내고 전기로 태우기 때문에 항문이 화상을 입은 것과 같기에 통증이 심하고 배변 시 매우 고통스럽다. 직장 안까지 깊게 발생한 콘딜로마는 절제 범위가 넓고 치료가 잘되지않을 뿐 아니라 치료 이후에도 항문협착과 같은 여러 합병증의 발생 위험도가 높아져 환자 뿐만이니라 치료하는 의사도 곤욕을 치루는 질병이다.
성교로 인한 바이러스 전파에 있어 에이즈 즉, HIV 감염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주된 감염전파 경로가 성교인 바이러스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이다. HIV 바이러스는 주로 혈액 내에 존재하기 때문에 혈행성 감염으로 알고 있지만 혈액뿐만 아니라 남성의 정액에도 매우 많은 양의 바이러스가 포함되어 있다. 이 정액 속의 바이러스가 손상된 점막을 통해 몸속으로 침투하는 대표적인 바이러스 침투경로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수혈이나 혈액제제를 통한 혈행성 감염은 철저한 관리로 인하여 최근에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되지만 현재 HIV 감염자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특히 거의 대다수가 남성 감염자인 것은 결국 항문성교로 인한 감염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심각한 문제는 HIV 감염이 증상을 보일 때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지난 시점이기 때문에 본인의 감염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계속해서 파트너가 바뀌면서 급속도로 전파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HIV 감염자의 경우 면역기능이 떨어지게 때문에 항문 손상으로 인한 항문농양이 빈번히 발생하고 수술적 치료를 위해 수술 전 검사에서 우연히 감염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항문성교를 단순한 성적인 취향으로 가볍게 생각하는 일부 사람들에게 과연 그 위험성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항문성교를 성적 쾌락의 대가로 그 위험성을 안고 가기에는 그 대가가 너무나도 크다. 배변에 있어 너무나도 중요한 장기인 항문을 담보로 순간의 쾌락을 위해 희생한다는 것은 무모한 모험일 뿐이다.
한두 번의 경험이 아니라 결국 습관화가 되고 치료 이 후 또 다시 문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단순한 호기심에 항문성교를 시작하려 한다면 그 치명적인 대가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결코 시도하지 말아야 할 것이고 이미 습관화가 되었다면 하루 빨리 그 굴레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이관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