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아~ 이리로 내려와 봐~" 조금은 다급하게 막내를 불렀습니다. 코피가 난 지 벌써 30분이 지났는데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변기통에는 피 묻은 휴지가 그득했고 세면대 여기 저기에도 핏물이 튀어 있었습니다. 혹시 아이들이 놀랄까 봐 아래층 화장실 문까지 걸어 잠그고 피를 닦고, 막고 하고 있었는데 도무지 멈추지를 않았습니다. 휴지로 한쪽 구멍을 막으면 다른 구멍으로 피가 흘러내렸고, 두 쪽 다 막으면 입으로 흘러내렸습니다. 당황스럽기도 했고, 조금은 겁도 났습니다.
"Blood Thinner(혈액 항응고제)때문에 코피가 안 멈추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인터넷 좀 찾아봐..." 일전에 혈압 문제로 약 하나를 추가해서 먹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약 때문인 거 같았습니다. 막내가 찾아봤더니 인터넷에도 별 뾰족한 수는 없었습니다. 보통 하듯, 차가운 수건으로 코를 막고 코 주위를 압박하여 지혈하기 시작했습니다. 10분 정도가 더 지났을까...드디어 피가 멎기 시작했습니다. 세면기를 붙들고 선 채로, 앞에 있는 거울을 쳐다보는데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인생이란 게 다 이렇게 가는 거지 뭐..."라는 생각이 들면서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아침에는 한 성도님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갔었습니다. 새벽기도를 오시다가 교회 근처에서 사고가 나셨다는 소식을 듣고 참 마음이 무거웠었는데, 병실에 누워계신 집사님은 너무 밝은 얼굴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이 우리 교회와 우리 가정에 복을 주실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요..." 우리로 기도하게 하신 하나님께서, 비록 어려움이 있지만 기도하기를 쉬지 않는 교회와 성도들을 통해 일하실 것이라는 믿음을 나누고 돌아왔습니다.
저녁에는 먼저 가신 선배 목사님의 가정에서 예배를 인도했습니다. 주어진 '인생'이라는 기회를 통해 열심히 하나님을 섬기시다가, 마침내 하나님께로 돌아가신 선배 목사님의 삶을 들으면서 참 귀하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브라함의 삶이 이삭과 야곱에게 '따라가야 할 길'이 되어졌던 것처럼, 목사님의 삶이 모든 가족들에게 따라가야 할 길이 되기를 기도하고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와 새벽기도 말씀을 준비하는데, 말씀이 너무 은혜가 되었습니다. 하루 종일, '정말 인생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또 '어떻게 사는 것이 그 인생을 잘 사는 것일까?'를 묵상했었는데 그 답이 거기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편 119편 기자는 이렇게 말씀합니다. "주의 말씀대로 나를 살리소서!" 시인은 하나님의 말씀을 사랑했습니다. 그 말씀을 늘 읊조리며 지키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고난을 만났습니다. 눈에 뻔히 보이는 고난이었지만, 그 고난을 피하기 위해 말씀을 등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부르짖습니다. "하나님이여, 말씀하신대로 나를 살리소서..." 하나님께 이런 삶을 살고 싶다고 기도했습니다.
한번뿐인 인생을 잘살고 싶습니다. 어차피 코피가 터지는 인생입니다. 모든 인생이 그 길로 갈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다가 코피가 터지는 가'가 아니겠습니까? 2019년의 두 번째 주일, 우리 모두 이 마음을 품었으면 좋겠습니다. 대충 대충 믿고 어려움을 만날 때 포기하는 인생이 아니라, 어려움을 만나더라도 끝까지 믿음을 지키며 그 길을 가는 인생... 그래서 "하나님이여, 말씀하신대로 나를 살리소서"라고 기도할 수 있는 인생, 그런 2019년이 되실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