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에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에 의해 피랍되었던 이들이 40여일만에 모두 석방되었다는 소식이 연일 보도되면서 피랍되었던 당사자들이나 가족들은 물론 뉴스를 접한 모든 이들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해 주었습니다. 말이 40일이지 사실은 언제 풀려날지, 과연 풀려나기나 할 수 있는 건지조차 모르면서 하루하루를 불안과 공포로 지낸 피랍자들과 그들의 소식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게 살아온 가족들에게 이보다 더없는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피랍자들이 풀려나면서 그 동안에 있었던 사건의 발단과 경유, 그리고 피랍자들의 생활들에 대한 보도들을 통해 그 동안 여러 가지로 추측되었던 일들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사건과 연관된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 등 사건에 대한 여러 가지 측면에서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가하면 이번에 우리 정부가 피랍된 이들을 석방시키기 위해 테러 집단과 협상을 벌인 것에 대해서 납치범들과는 어떤 협상도 해서는 안 된다는 국제관례를 어긴 것이라는 비판과 함께 이제 이번 사건을 협상으로 해결한 탓에 앞으로 납치범들은 더 많은 이들을 납치할거라고 하는 우려도 합니다. 게다가 이번 사건의 협상 내용 중 피랍자 귀환의 대가로 납치범들이 받은 몸값이 수천만 달러라고 하는 납치범 쪽의 이야기가 들리는가하면 그런 협상은 없었다고 하는 우리 정부 당국자의 입장 표명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의 크리스천으로서 이번 사건에 대한 우려는 그보다 더 심각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데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바로 이번 사건이 발생한 직후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역을 하시는 한 선교사님이 보낸 편지에서 지적한 것들입니다. 그 분은 이 사건의 최대의 피해자는 아프가니스탄이 될 것이라고 예견하면서 이번 사건이 어떤 형태로 해결이 되든지 아프가니스탄은 위험하고 불량 국가라고 전 세계가 한번 더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그 다음은 한국선교가 위기를 맞이할 뿐만 아니라 선교의 문이 닫힐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측했었는데, 과연 이번 사건을 통해 그분의 예견은 여지없이 그대로 들어맞아 버린 것입니다.

이번 사건이 타결된 협상의 내용 중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는 한국군의 철수는 이미 예정되어 있던 절차를 확인한 셈이 되었지만 앞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선교를 중단하겠다고 하는 내용은 이번 사건을 통해 선교의 문이 닫힐 가능성이 높다고 예견한 선교사님의 말 그대로 된 것입니다.

물론 협상의 합의가 텔레반과 우리 정부 간의 대면협상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우리 한국교회의 입장이나 이번에 단기선교팀을 파송한 샘물교회의 입장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협상이 타결된 이후에 한국교계를 대표하는 두 단체가 앞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선교를 중단하겠다고 한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내용으로 발표한 성명이나 이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이기는 하지만 이번 팀은 선교를 목적한 것이 아니라 봉사가 목적이었다고 하면서 선교적 목적을 은익하려고 여러 차례 교회의 입장을 표명해온 샘물교회의 태도를 볼 때, 이번 협상을 주도한 우리 정부의 입장과 그리 차이가 있는 것 같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저는 이번 사건을 접한 샘물교회나 그 교회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를 비방할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비방은 커녕 아마 제가 그런 경우를 당했다고 해도 크게 다르게 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 연루된 교회가 소위 개신교계에서는 그동안 앞서가는 교회, 닮고 싶은 교회, 모범적인 교회라는 평을 받아온 교회이고, 그 교회의 목회자는 저 같은 목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리 한국교계에서 존경을 받아온 분이기에 그 교회와 목회자에 거는 기대 때문에 제 마음이 더 무거운가 봅니다. 우리 같은 소인배 목사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어떤 수단이라도 강구한다하더라도 그런 목회자는 다른 줄로 알았습니다. 그렇게 제자훈련, 선교훈련을 잘 받은 교회 교인들은 그래도 의연하게 대처할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억류되었다가 풀려나는 이들 중에서 자신들이 풀려난 협상 조건이 앞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더 이상 선교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차라리 내가 피랍되어있을지언정 이 땅에서 하나님의 선교는 포기될 수 없다는 고백이 나올 줄로 알았습니다.

그래서 40여 일간의 어렵고 불안한 피랍생활에서 무사히 풀려나 서로를 부둥켜안고 우는 피랍자들의 모습과 그들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는 가족들과 교회 당사자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마냥 기쁘지만은 않습니다.

하나님의 선교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고백하면서도 목숨을 위해 하나님의 선교를 중단하겠다고 하는 모습이 비단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이들만의 모습이 아니라 하나님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고백하고서도 나의 유익을 위해서는 고백도 뒤로 감추어 버리는 바로 제 자신의 모습인거 같아 마음이 많이 무겁습니다.

문제에 부딪칠 때마다 그 문제에 직면하게 하신 하나님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묻기 보다는 어떻게 해서든지 문제를 빨리 해결하려고만 하는 너무나 이기적인 신앙인의 모습, 바로 제 자신의 모습이 온 세상에 드러난 것 같아 많이 부끄럽습니다.

/글 이승우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