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침례연합(한침)은 최근 미국침례회(ABCUSA, 북침례회)와의 협약에 매우 고무돼 있다. 협약 후 한 달여가 지난 가운데, 사무총장 김종포 목사에게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봤다.
-축하드린다. 이번에 미국침례회와 협약을 맺게 되었는데, 아직 한국에서는 북침례회, 남침례회 등의 개념이 생소하다. 간단히 설명해 달라.
"노예제도를 두고 벌어진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침례교회도 정치적 신념에 따라 북침례회와 남침례회로 분리됐다. 북침례회는 노예제도에 반대한 링컨 대통령 등과 함께했으며, 남침례회는 남쪽의 지주들을 지지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볼 때 남침례회가 압도적인 교세를 자랑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 침례교회의 정통성은 북침례교회, 즉 미국침례회에 있다. 미국 교회의 상징과 같은 마틴 루터 킹 목사도 미국침례회 소속이었다."
-한국 침례교회 상황은 어떤가.
"우리에게 익숙하고, 흔히 아는 한국의 침례교는 남침례회다. 남침례회가 100여년 전 한국에 먼저 자리잡아, 북침례회의 한국 진출이 쉽지 않았다. 물론 남침례회의 적극적인 선교로 한국 내 침례교가 정착되는 큰 성과를 거뒀지만, 장로교 못지 않게 다양한 신학을 갖고 있는 침례교의 신학이 한정적으로 인식되는 아쉬움도 있었다. 이번 협약은 앞으로 한국교회 신학의 발전과 지경을 넓히는데 상당한 동력을 줄 것이다."
-미국침례회, 즉 북침례회의 특징은 무엇인가.
"과거 노예제도를 반대하는 그룹으로 이뤄진 만큼, 북침례회는 평등과 인권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 실제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주도한 미국의 인권 운동은 미국 내 인종차별의 궁극적 변화를 가져왔다. 미국침례회 신학에는 하나님의 정의와 구원, 평등과 인권이라는 다양한 요소가 내재돼 있다. 또 전 세계 침례교회를 대표하는 침례교세계연맹(BWA)을 이끄는 교단이 바로 미국침례회다. 미국침례회와의 협약은 단순한 교단 간의 협약을 넘어, 아시아, 유럽, 미주 등 전 세계 침례교회와 교류를 여는 중대한 발판이 될 것이다."
-주된 협약 내용은 무엇인가.
"크게 세 가지이다. 먼저 미국침례회와 신학과 신앙 노선을 함께하며, 공동의 발전을 이뤄나가자는 궁극적 목표를 갖고 있다. 우리 교단은 앞으로 북침례회의 신학과 신앙을 바탕으로 미래 한국교회를 이끌어갈 깨어 있는 일꾼들을 양성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교수, 학생, 실무진 교류 등을 활발히 펼치며, 교육 발전에 온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또 청소년 인재 양성에도 양 교단이 깊은 관심을 갖고 추진해 나갈 것이다. 이번 협약은 한침의 한 교회와 미국침례회의 한 교회가 10년 전부터 지속해 온 청소년 교류 사역이 확대된 결과물이다. 그만큼 양 교단의 청소년 교육 및 인재 양성에 대한 관심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교회가 갈수록 침체를 거듭하는 상황에서, 청소년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기독교의 존립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사안이다.
목회자 및 여성 지도자 교육과 교류에도 힘을 쏟을 것이다. 우리 교단은 목회자 교류를 통해 세계 교회의 흐름과 미래 목회의 대안을 연구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침례교단의 취약한 부분으로 지적됐던 여성 지도자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통해 침례교의 변화를 이뤄낼 것이다."
-양 교단의 기대는 어떠한가.
"거듭 밝혔지만, 협약을 통해 교단은 물론이고 한국교회 차원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로 매우 고무돼 있다. 어쩌면 우리보다 ABCUSA 측이 한국 선교에 대한 기대가 더 높을 것이다. 그리고 양 교단 모두 남침례회 신학에만 길들여진 한국교회에서, ABCUSA의 신학이 어떻게 비춰질지에 대한 조심스러움도 있다.
하지만 ABCUSA 측은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ABCUSA는 이미 아시아권에서 인도, 중국, 일본 등 한국을 뺀 대부분의 국가에서 활발한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 심지어 북한에서도 지하교회 선교를 활발히 펼쳤으나, 수년 전 남북 관계가 급격히 경색되면서 선교를 중단한 바 있다.
그렇기에 미국침례회에서는 최근 종전선언까지 언급되는 평화의 물결 속에서 한침을 통해 북한 선교를 재개할 기대도 갖고 있다."
-한침의 향후 목표는.
"한침은 건강한 목회, 회중 중심의 참된 침례교회를 추구하는 이들이 모여 만든 교단이다. 비록 역사는 짧지만, 이번에 하나님이 주신 놀라운 기회를 바탕으로 한국교회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헌신할 각오가 돼 있다. 오직 하나님의 뜻에 따라 교회를 존중하고, 국민을 섬기는 겸손한 교단으로 한국교회와 함께할 것을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