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읽고 있는 이 성경에서 지금 시대에 가장 많은 공격을 받고 있는 부분은 아마도 창세기일 것이다. 이중에서 창세기의 6장부터 9장까지는 노아의 이야기와 홍수 심판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신화적으로 취급하거나 중동의 국지적 홍수사건으로 치부하곤 한다. 그러나 성경은 노아의 홍수에 대해 구약과 신약을 통틀어 일관되게 전지구적 사건으로 말하고 있다. 과학이 진리로 받아들여지는 이 시대에 노아의 홍수 사건은 성경을 믿기 어렵게 만드는 믿음의 장애가 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노아의 홍수는 크리스천은 물론 불신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어릴 때부터 신앙 생활을 한 크리스천들에게는 귀여운 동물들이 줄을 지어 방주를 타고, 40일간 비가 오고, 방주는 물 위를 떠 다니다가, 까마귀와 비둘기를 보내고, 아라랏산 꼭대기에 방주가 정박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창세기 대격변을 지지하는 지질학자와 지구물리학자들에게는 노아의 홍수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니라 도리어 우리의 경험의 한계를 벗어난 끔찍한 대격변의 심판 사건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들은 그랜드캐년의 거대한 퇴적층을 노아의 홍수 때 형성된 것으로 해석하며, 대부분의 화석들도 그때 매몰되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격변적 지층 형성에 대한 내용은 창조과학을 접한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전혀 관찰 되지 않는 대격변적 해석이 전제되어 설명하는, 홍수지질학적 해석이 어떻게 가능한지? 그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렇다면 창세기의 노아 홍수 사건이 말하는 대격변은 어떠한 지질학적 메커니즘을 통해 이루어진 것인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격변적 판 구조론(catastrophic plate tectonics)-노아 홍수 메커니즘

1912년 알프레드 베게너(Alfred Vegener)는 각 대륙의 해안선이 서로 잘 맞고, 화석과 지층이 대양을 건너 서로 일치하는 것을 통해서, 원래 하나였던 대륙이 서로 분리되어 이동했다는 대륙이동설을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의 주장이 대륙을 이동시키는 역학적 메커니즘을 설명하지 못해서 주류 학계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중앙해령의 확장을 비롯한 많은 증거들이 보고되면서, 1960년대에 판 구조론(plate tectonics)라는 이름으로 과학계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현재 이러한 판구조 운동은 관측위성을 통해 대륙이 이동한 거리를 확인 할 수 있으며, 연간 평균 5cm 정도씩 대륙이 이동하는 것이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판의 이동은 고체 맨틀의 대류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판 구조론에 대한 수학적-물리적 연구는 이후 지구물리학자인 존 밤가드너(John Baumgardner) 박사에 의해 세계 최초로 구형좌표계 유한요소법을 이용한 3차원 판 구조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꽃을 피우게 되었다. 그의 수치해석적 판구조 운동 연구는 네이쳐지와 사이언스지에 수 차례 논문으로 발간되었으며, 판구조 컴퓨터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는 현재 독일 기상청에 채택되어 판구조 운동에 관련된 지구물리학적 거동 예측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

이후 그는 물리학자 러셀 험프리스(Russell Humphreys), 대기물리학자 래리 바디만(Larry Vardiman), 퇴적지질학자 스티브 오스틴(Steve Austin), 암석지질학자 앤드류 스넬링(Andrew Snelling), 지질학자 커트 와이즈(Kurt Wise) 등과 공동연구를 통해, 지각과 맨틀의 물성을 물리적-지질학적으로 보다 실제에 가깝게 모사하고 알고리즘을 개선하였다. 이러한 판 구조 운동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제시한 결과는 일반의 예상을 벗어나는 결과를 보여 주었다. 즉 판 구조 운동은 현재처럼 아주 느리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힘에 의해 판 운동이 시작되기만 하면 맨틀에서의 판의 운동은 매우 급격하게 가속됨을 말하는 것이었다. 이는 맨틀을 구성하는 감람석과 같은 초고철질(ultramafic)규산염 광물의 특성(가압 하에서 수십 억 배 변형 발생)으로 인해 판이 움직이면서 속도가 증가하면, 마찰열이 발생하고, 매질 주변의 강도가 떨어지고, 점성도가 낮아지며, 이 때문에 판의 이동속도가 더 빨라지게 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욱 빨라진 판의 속도는 더 높은 마찰열을 발생시키며 이 과정이 순환되면서 계속 빨라지게 된다. 이러한 급격한 판의 섭입 현상을 탈주섭입(run-away subduction)이라 한다.

 

▲격변적 판 구조 운동의 발생시 응력(위)과 점성도(아래) 결과. 판의 섭입이 이루어지면서 맨틀 내의 유동학적 특성에 의해 동적 재결정 작용이 크게 발생하고 판 주변의 맨틀 강도 저하가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
(Photo : ) ▲격변적 판 구조 운동의 발생시 응력(위)과 점성도(아래) 결과. 판의 섭입이 이루어지면서 맨틀 내의 유동학적 특성에 의해 동적 재결정 작용이 크게 발생하고 판 주변의 맨틀 강도 저하가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

 

 

판 구조 운동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현재의 느린 판의 속도(연간 평균 5 cm)는 과거에도 동일하게 느린 속도의 판 운동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한때는 급격한 판 구조 운동이 있었으며 이는 수 개월 정도 이어지다가 그후부터는 거의 안정화된 상태에 접어드는 것을 보여준다.

 

▲격변적 판 구조 운동 발생 120일후 결과. 하나로 연결된 초대륙으로부터 대륙판들이 현재의 위치로 이동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Photo : ) ▲격변적 판 구조 운동 발생 120일후 결과. 하나로 연결된 초대륙으로부터 대륙판들이 현재의 위치로 이동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러한 판 구조 운동이 격변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있을까?

최근 학계에서 보고되는 지진파 토모그래피 결과에 따르면, 해양 판이 섭입된 형태가 P파 속도 토모그래피 역산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고밀도로 나타나는 차가운 매질이 바로 섭입된 해양 판이다. 이는 현재의 판의 이동 속도처럼 매우 느리게, 그리고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섭입이 이루어 질 때에는 설명이 곤란한 결과이다. 그러나 만약 격변적 판 구조론에 따라 판의 급속한 섭입이 있었고, 그 섭입 시기가 오래 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설명이 매우 쉬워진다. 즉 맨틀의 온도(1000~3000도)와 섭입된 판(약 4도) 간의 온도차가 해소되지 않고, 아직 열평형에 도달할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차가운 해양 판이 관측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지진파 토모그래피를 통해 확인된 맨틀 속의 섭입된 해양지각(저온 이상)
(Photo : ) ▲지진파 토모그래피를 통해 확인된 맨틀 속의 섭입된 해양지각(저온 이상)

 

 

격변적 판 구조 운동 시뮬레이션에 의해 예측된 맨틀의 온도 분포는 현재 관측되는 지진파 토모그래피에 의한 맨틀의 온도 분포와 잘 맞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격변적 판 구조론이 현재의 관측 결과와 잘 맞는다는 뜻이다.

 

창세기 노아 홍수 판구조론
▲격변적 판 구조 시뮬레이션에 의해 예측된 맨틀의 온도분포(좌)와 현재 지진파 토모그래피를 통해 확인된 맨틀의 온도분포(우)

 

이 외에도 해령에 나타나는 지자기 줄무늬와 얼룩점 무늬, 맨틀 전이대의 분포, 킴벌라이트와 다이아몬드의 형성, 급속한 지자기 역전, 초대륙적으로 분포된 광활한 퇴적층, 원거리 퇴적 기원 등등 많은 현상들이 느린 판 구조론 보다, 격변적 판 구조론으로 더욱 잘 설명 될 수 있다.

격변적 판구조 쓰나미 시뮬레이션-지층의 침식, 퇴적, 부정합

과거 홍수지질학을 주장한 창조과학자들은 지질학의 해석적 관점에서 노아 홍수를 통해 대규모 침식과 퇴적 그리고 대부정합층을 설명했었다. 그러나 2018년 이후, 존 밤가드너 박사에 의해 판 구조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보다 정량적이고 수치적으로 격변적 지질형성 과정을 모사하였다. 격변적 판 구조 운동에 의해 발생하는 대지진(Megaquake)에 의한 엄청난 규모의 쓰나미를 수치해석 기법을 통해 시뮬레이션하였다. 그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현재 상태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대규모 쓰나미가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였고, 강한 유속과 큰 유량을 가진 저탁류가 발생하여 대륙적 규모의 대규모 침식과 퇴적을 일으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홍수지질학이 예측한 것과 잘 부합하는 것이었다. 이로서 홍수지질학이 더이상 성경에 맞춰 억지로 지질학적 해석을 실시하는 것이라는 누명을 벗고, 수치해석 실험이 예측하는 결과와 부합하는 과학적인 지질 해석 방법론이라는 것을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수치해석 방법은 판 구조 운동 뿐만 아니라 이에 의해 유발되는 기후 모델링 등에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현황이다.

 

▲격변적 판 구조 운동 발생 140일후 쓰나미 시뮬레이션 결과. 물과 땅의 표고(a)(b), 기반암 침식 높이(c)(d), 퇴적 높이(e)(f).
(Photo : ) ▲격변적 판 구조 운동 발생 140일후 쓰나미 시뮬레이션 결과. 물과 땅의 표고(a)(b), 기반암 침식 높이(c)(d), 퇴적 높이(e)(f).

 

 

결론

판 구조론이라는 이름이 다소 일반인들에게는 어렵게 들릴 수 있지만, 사실은 우리의 일상과 그다지 멀리 있지 않다. 뉴스에서 자주 언급되는 '불의 고리', 즉 환태평양 조산대는 이러한 판의 경계부 위치로서 현재 화산과 지진이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지역을 이르는 곳이다. 최근 발생하는 지진과 화산이 대부분 환태평양 조산대, 즉 태평양 판의 주변 경계부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지진과 화산은 과거에도 계속 있어왔다. 우리는 역사 기록을 통해서 과거의 지진(고지진)과 화산(고화산)의 규모를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역사가 기록되기 이전의 시기에는 현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규모(수천 ~ 수만 배)의 대지진(megaquake)이나 수퍼화산(super volcano)이 있었다는 사실이 보고 되고 있다. 창조과학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노아 홍수 시기에 있었던 격변적 판구조 운동 때문에 엄청난 규모의 대지진과 수퍼화산이 있었다고 해석한다. 이러한 격변적 판구조 운동은 거대한 쓰나미와 큰 저탁류를 일으키고, 이에 의한 대규모 침식층과 퇴적층을 생성했다. 북미 대륙 대부분에 걸쳐 광대하게 분포하는 사우크(Sauk) 사암층과 같은 거대 퇴적층은 동일과정설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인 해수면 변화로는 잘 설명이 되지 않으나, 노아의 홍수 사건-격변적 판구조 운동은 훨씬 나은 설명을 제시 할 수 있다. 이처럼 홍수지질학은 최근 창조과학자들의 실험적인 수치해석 연구를 통해 보다 정량적으로 연구되어 그 신뢰성을 높여가고 있다.

처음에 언급했던 이야기로 되돌아가서, 격변적 판 구조론의 연구를 통해 살펴본 노아의 홍수 심판 사건은, 주일학교에서 봐온 귀여운 동물들이 배을 타고 항해를 하는 것과 같은 이야기가 절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는 맨틀 위의 전체 지각 판들이 급속히 이동하고, 섭입되고, 확장되고, 그리고 엄청난 쓰나미와 저탁류에 의해 대규모 퇴적 지층이 형성되고, 많은 생물들이 토사에 매몰 되어 화석화 되는 전지구적이고 엄청나게 끔찍한 재앙이었던 것이다. 성경에 따르면 노아가 탄 방주 이외에 어떠한 곳에서도 육지의 동물과 공중의 새들이 생존할 수가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지구물리학적 연구를 통해 당시 홍수 심판의 준엄함을 볼 수 있었다면, 다가올 최후의 심판은 어떠할지가 더욱 새롭게 다가올 것 같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예수 그리스도, 구원의 방주가 있으므로, 어떠한 심판에도 두렵지 않고 담대할 수 있으니, 이것이 얼마나 큰 감사인지 모른다.

이동권(지구물리학 박사, 창조과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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