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06년, 블랙가스펠 그룹 믿음의유산(Heritage of Faith)이 '헤리티지'라는 새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다. 복음이 녹아 있는 음악으로 가스펠과 대중 음악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자 말이다.
이듬해인 2007년, 헤리티지는 제4회 한국대중음악상 최고의 알앤비 소울 상을 수상했고, 그로부터 10여년간 브라운 아이드 소울, 비, 바비킴, 다이나믹듀오, 이승환, 임재범, 김범수, 비와이, 양동근, 김태우 등 음반과 무대 외 다방면에서 활발히 활동해 왔다.
그런 헤리티지가 멤버 이철규의 곡으로 발표한 2년 만의 싱글 앨범 'I Believe, I Know, I shout' 발매를 기념해 오는 19일, 홍대 인근 스테이라운지에서 신곡 발매 쇼케이스 겸 단독 공연을 앞두고 있다. 공연에선 헤리티지 멤버 이경선의 곡 '유일한 자랑'이 최초 공개될 예정이다. 헤리티지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단독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공연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나요?
김효식: "콘서트 겸 쇼케이스 공연이라 새로 발매할 예정인 곡도 준비하고 있어요. '유일한 자랑'이라는 곡인데, 콘서트 때 살짝 소개하려 해요. 저희가 신곡을 많이 안 한 편인데, 이제는 다작으로 자주 할 예정이에요."
-헤리티지 매스 콰이어 스타일을 기대하고 오는 분들도 있을 거 같은데.
김효식: "교회에 계신 분들이 저희를 잘 모르시는데, 저희가 특이한 편(?)이 거든요. 정말 즐겨서 찾아서 듣지 않으면 듣기 힘든 스타일이에요. 교회에서 많이 불리는 것도 아니고, 카페에서 나오거나 기독교 방송에서 나오는 노래들도 아니기 때문이죠. 매니아 층이 아니면 일부러 찾아 듣지 않으면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번 기회에 헤리티지를 알릴 수 있을 거 같아요."
이철규: "한 달에 한 번 서대문교회에서 정규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헤리티지 매스 콰이어 사운드는 거기서 들으실 수 있을 거예요."
김효식: "저희가 그간 콰이어 분들과 공연을 많이 했는데, 저희가 소극장 공연에 최적화된 팀은 아니라서 편곡도 다시 하고 있어요. 콰이어 분들이랑은 무대에 맞는 스케일로 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큰 극장에서 공연을 많이 했거든요. 관객이 많아서가 아니라 무대가 작아서. 그렇지만 단독 공연을 많이 한 것도 아니에요. 초청 공연이나 초대는 많이 했는데, 유료 단독 공연을 많이 못했더라고요. 단독 공연과 초청 공연의 차이는 호스트의 취향에 맞추는 여부인 것 같아요.
단독은 저희가 해 보고 싶었던 것, 잘 할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것들을 할 수 있으니까 재미있죠. 그러면서 동시에 긴장과 스트레스가 좀 더 있어요. 늘 해 왔던 데서 변화를 주려 하니까 고민도 되고, 긴 시간 동안 준비했다기보다 단독 공연을 재미있게 해 보자 하고 짧게 준비했어요."
이철규: "계속 사역을 하니 공연에 대한 갈증은 해소되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 뭔가 생각이 있었나 보다 했죠. 전 사람들이 보는 걸 굉장히 부담스러워하는 편이지만요."
멤버들: "저희 모두 갈증이 있었죠."
-몇 달 전에도 홍대 예배문화운동 '수상한 거리' 축제 때 이번과 같은 장소(스테이라운지)에서 공연을 하셨던데요.
김효식: "그때 하고 나서 한 번 더 할까 이야기가 나왔었죠. 낮 12시에 공연했는데 굉장히 많이 오셨어요. 무너지는 것 아닌가 걱정할 정도로(웃음). 원래 조명이 예쁜데 그때 문제가 생겼어요. 리허설도 제대로 못 해서 여러 가지로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충분히 하고 있어요."
-이번 공연에서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김효식: "말씀드렸던 것처럼 또 신곡을 발표하는데, 지금까지는 콰이어랑 같이 했던 음반이 많았어요. 2006년 1집 나왔고 이후에 싱글 2곡 밖에 안 나왔어요. 12년 동안 콰이어와 많이 활동해 왔으니, 이번엔 헤리티지만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저희에게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요".
이철규: "소극장이 소통이 잘 되고 반응도 즉각적이더라고요. 앞에서 멘트를 하는데 피드백도 자유롭고 바로 앞에 서 있다 보니 서로 공감하기 쉽지 않을까 해요. 예전에 4,600석 올림픽홀에서도 해 봤는데, 그 때보다 부담도 덜하고 말 그대로 재미있지 않나...."
이경선: "좋아해 주신 분들 많은데, 공연에서 직접 뵙고 보여드릴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조금 새로운 버전으로 편안하게 들려드릴 수 있는, 앨범을 꾸준히 들어주신 분들에게는 선물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새로운 곡에 대해 조금 더 소개해주신다면.
이경선: "솔로든 작곡이 됐든 한 사람 한 사람이 싱글을 내 보자 했어요. 제가 이번에 두 번째 주자로 지목 받아서 작업 중이에요. 진솔한 고백이 담겨 있는 찬양 곡인데. 블랙가스펠적 요소가 담겼죠."
이신희: "지금은 이렇게 편안하게 이야기하지만, 가사를 쓰고 곡을 쓰는데 정말 깊은 고뇌의 시간들이 있었어요. 기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곡을 쓸 때 작사와 작곡 중 무엇이 더 어려웠나요?
이경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 가사가 어려워요.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아름답고 은유적인 표현으로 바꿔서 하고 싶은데, 성향 탓인지 재미가 없어서 그런지, 확실히 책을 많이 읽고 계속 쓰고 고민하는 시간들이 많아야 가사로 풀어낼 수 있는 은사가 생기지 않을까 해요. 좋은 가사를 보면 음악으로 풀 수 있을 텐데 하는 기대감이 있어요."
이신희: "정기 예배 때 콰이어나 외국 곡들이 많은데 번안도 다 경선 자매가 하고 있어요. 이렇게 각자의 재능이 다른 게 좋은 것 같아요. 전 가사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신학적으로) 검증은 안 됐지만 네, 다섯 개도 할 수 있는데, 곡은 마무리가 잘 안 되더라고요. 와 닿는 가사가 나오기까지는 힘든 거 같아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공연에서 하나님을 찬양하고 그분께만 집중하는 게 어렵지는 않나요?
김효식: "저희가 표방하는 노선은 가스펠이에요. 블랙가스펠은 어쨌든 기독교 음악이죠. 그러면서도 음악적 장르가 매력이 있는데 이걸 일반 대중들도 이해할 수 있는 코드로 부를 수 있을까 하는 게 있어요. 물론 아예 섭외가 안 되기도 하고, 뭐뭐 빼 달라는 요청도 많이 해요. 반대로 교회 쪽에서도 너무 리드미컬하거나 시끄럽고 높아도 안 된다고 하죠. 최근에 교회에서 부른 곡들이 편안하고 워십 느낌이 강하다 보니, 저희에 대한 선입견을 많이 갖고 보는 거 같아요.
그런데 교회와 공연은 또 다르니까 반반인 것 같아요. 음악적인 무언가를 원하는 경우도 있고, 두 가지를 잡아야 하는 부담감이 있어요.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데 겉모습만 가스펠 아닌가 하는 고민도 있었고, 음악적인 것과 메시지 두 가지 모습들을 잘 융화시켜야 한다는 숙제가 있어요. 지금까지 선례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개척하는 마음으로 말이에요."
박희영: "사실 '믿음의 유산'으로 시작할 때만 해도 블랙 가스펠 형태를 띤 팀들이 더 있었어요. 그러다가 사그라들었죠. 개척하는 심정이라고, 십 몇 년째 사역을 해도 계속 개척하는 거 같아요. 하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까. 그래도 '프론티어'라는, 그런 자부심을 갖고 사역을 하고 있어요.
또 기독교 음악의 다양성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계와 세상 사이의 가교를 담당할 팀이 저희 말고도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접근성에 있어서요. 말씀을 듣고 바로 바뀌기는 쉽지 않은데, 전도의 도구라는 측면에서 다양성의 측면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 속 소망이 있죠. 무대에서 음악으로 이걸 풀어내는 것 같아요. 힘들고 어렵긴 하지만 십 몇 년 이상 할 수 있는 이유도 그게 아닐까 해요."<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