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1. 장례식과 묵상 기도
장례식장에 문상을 갔을 때는 조금 혼란스럽습니다. 보통 예수 믿는 사람은 영정사진 앞에서 향을 피우지 않고 절을 하지 않습니다. 단지 사진 앞에 꽃을 놓고 그 앞에서 기도를 합니다.
불신자들이 절을 하는 영정사진 앞에서 기도를 하는 것이 과연 바른 것인지 조금 어렵게 생각이 됩니다. 고인을 위하는 기도가 아니라면, 그 앞에서 유가족을 위로하는 뜻의 기도를 해도 괜찮은 것인가요? 그리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말이 왠지 성경적인지도 궁금한데요
[답변]
불신자의 장례식에 참여하는 신자의 자세에 관한 성경적 원리부터 추적해 봅시다. "내가 너희에게 쓴 것에 음행하는 자들을 사귀지 말라 하였거니와 이 말은 이 세상의 음행하는 자들이나 탐하는 자들과 토색하는 자들이나 우상 숭배하는 자들을 도무지 사귀지 말라 하는 것이 아니니 만일 그리 하려면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전5:9,10) 우선 신자도 세상 속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우상 숭배하는 불신자와도 교제해야 합니다.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치집에 가는 것보다 나으니 모든 사람의 결국이 이와 같이 됨이라 산 자가 이것에 유심하리로다 슬픔이 웃음보다 나음은 얼굴에 근심함으로 마음이 좋게 됨이니라 지혜자의 마음은 초상집에 있으되 우매자의 마음은 연락하는 집에 있느니라."(전7:2-4) 특별히 결혼식 같은 경사보다 장례식 같은 흉사에, 즉 이웃이 곤경에 처해 있을 때에 도와주며 위로하는 것이 더 나은 인간관계를 형성한다고 합니다.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히9:27) 있습니다. "가로되 예수여 당신의 나라에 임하실 때에 나를 생각 하소서 하니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하시니라."(눅23:42,43) 십자가상의 강도가 죽기 직전에 회심하고 예수를 믿자 즉시 천국으로 인도되었습니다. 모든 사람은 죽자마자 생전에 예수를 믿었는지 여부에 따라 천국과 지옥 둘 중 하나로 그 운명이 갈립니다.
따라서 인간이 죽어서 귀신이 되어 이승을 떠돌거나 살아 있는 자의 삶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그 반대로 살아있는 사람도 죽은 자의 이미 정해진 운명에 전혀 영향을 끼칠 수 없습니다. 나아가 천주교의 연옥이론이나 일부 종교가 죽은 자를 위해 세례나 선행 같은 공적을 쌓으면 영계의 일을 좌우할 수 있다는 가르침은 성경에는 전혀 없습니다. 알기 쉽게 말해 신자는 죽은 자에게 절해서도 안 되고 죽은 자를 위해 기도할 일도 없습니다.
흔히 신자들도 아무 생각 없이 "삼가 고인의 명복(冥福)을 빈다."는 말을 곧잘 하는데 성경적으로는 잘못된 것입니다. 지옥 아니면 천국 둘 중 한 곳에 이미 가 있는 자에게 빌어줄 복은 따로 없습니다. 죽은 자를 위해 복을 빈다는 것은 하나님께 지옥의 고통을 줄여 달라거나 천국의 기쁨을 배가 시켜 달라는 셈인데 완전 어불성설이지 않습니까? 반면에 "삼가 심심한 조의(弔意)를 표한다."는 말은 유족을 대상으로 위로하는 말이기에 괜찮습니다.
신자가 불신자를 조문하러 가서 그들 절차대로 향 피우고 절할 수는 없습니다. 필연적으로 잠시 서거나 앉아서 기도로 대신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고인을 위해 기도할 필요가 없고 해서도 안 되므로 당연히 유족과 자기 자신이 기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유족에 관해선 슬픔을 잘 이겨내고 하루 속히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도록 하고 무엇보다도 예수를 믿어 구원의 은혜 가운데 들 수 있도록 기도해주어야 합니다. 간혹 불신자를 위해 복을 비는 것은 그 대상자가 아무 믿음이 없어서 실제 응답도 안 되니 소용없다는 식으로 완고하게 생각하는 신자가 있습니다. 틀린 생각입니다. 전도를 위해서라도 부단히 기도해야 하지 않습니까?
예수님도 제자들을 전도 여행에 파송하면서 "그 집에 들어가면서 평안하기를 빌라 그 집이 이에 합당하면 너희 빈 평안이 거기 임할 것이요 만일 합당치 아니하면 그 평안이 너희에게 돌아올 것이니라."(마10:12,13)고 당부했지 않습니까? 불신자의 결혼이나 장례 등을 기독교 예식으로 베푸는 것은 원칙적으로 잘못이지만 기도는 오히려 더 많이 해주어야 합니다.
남의 장례식에 가서 자신을 위해 기도한다는 것이 우습게 들릴지 몰라도 그렇지 않습니다. 고인이든 유족이든 평소 알고 지내는 불신자이기게 조문하려고 들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동안 그들에게 전도를 등한히 했다는 의미인 셈입니다. 그 잘못부터 회개하고 남은 유족이라도 더욱 사랑으로 섬기며 전도하겠다는 헌신의 기도를 해야 합니다. 혹시 고인과 생전의 관계에 잘못한 일이 있으면 뒤늦게나마, 그 사람에 대해서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회개해야 합니다.
반드시 유족을 전도해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있습니다. 불신자 유족들은 영정 앞에서 잠시 묵도를 드린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 리 없습니다. 당연히 자기들처럼 고인의 명복을 빌어준 것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그럼 기독교도 불신자나 다른 종교의 사후세계에 대한 개념과 동일하다는 것으로 오해하게 됩니다. 쉽게 말해 절 대신에 기도로 그 형식만 바뀐 것뿐이지 그 내용은 고인의 명복을 빈 것으로 착각합니다.
그런 기독교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유족에게 장례가 끝난 후에 꼭 찾아뵙고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또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장례를 마친 직후라 삶과 죽음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입니다. 나아가 유독 기독교인만 특이한 조문 형식을 따르니까 왜 그런지 궁금해 하지 않겠습니까? 이웃이 어려울 때에 당연히 사랑으로 섬겨야 하지만 신자니까 무슨 일을 해도 그리스도의 아름다운 덕을 선전하여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도록 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영정 앞에서 기도하는 문제에 대해선 너무 경직되게 생각할 것은 없습니다. 고인과 유족에 대한 예의를 표하는 것이지, 귀신이나 우상을 숭배하는 의미는 전혀 없지 않습니까? 또 상가나 장례식장에서 유족이 흔쾌히 동의해 준다면 얼마든지 기도해주어도 됩니다. 물론 그 내용은 재차 강조하지만 오직 유족을 대상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육신적인 슬픔을 하루 속히 추스르며 무엇보다도 천국에 대한 소망이 생겨서 구원의 은혜가 베풀어지게 해달라는 내용이어야 합니다. 혹시라도 기도할만한 분위기가 아니거나 동의하지 않으면 하지 말아야 합니다. 대신에 나중에 따로 개인적으로 만나 전도하셔야 합니다.
미국의 장례절차
미국은 기독교 국가로 출발했기에 거의 모든 장례절차가 기독교식입니다. 불신자도 주로 교회나 성당에 장례식을 의뢰하며 특별한 거절 사유가 없는 이상 목사나 신부가 집전해줍니다. 미국 목회자들과 의견을 나눈 적은 없지만 틀림없이 이미 죽은 불신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남아 있는 유족을 위해서 장례식을 거행해 줄 것입니다.
이곳 교민 사회도 거의 그러합니다. 교민 사회에서 교회가 차지하는 위치는 단순히 구원을 전하는 영적 기관이 아니라 삶과 교제의 중심입니다. 이민 오면 교회 나가게 마련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실제로 문화, 언어, 관습, 법률, 인종 등이 다른 이국땅에서 많은 장벽과 애로에 부딪히므로 이민 와서 하나님을 믿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한 마디로 한국 교민들도 거의 기독교식 장례를 치른다는 뜻입니다.
간혹 교인의 불신자 가족이나, 완전한 불신자 가정이 장례를 부탁해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자는 몰라도 후자는 원칙적으로 따지면 위에서 언급한 대로 목사가 집전해선 안 됩니다. 그러나 가장 힘들 때에 도와줌으로써 유족들의 전도에 도움이 되고 또 교민 사회에선 장례 절차를 교회 말고는 마땅히 대신 맡아줄 기관이 없기에 순전히 봉사 차원으로 대개는 그 부탁을 들어줍니다. 만약 한국 같으면 불신자들이 교회에 장례를 맡길 리는 없지 않습니까? 결국 미국 장례식은 거의 기독교식이므로 조문객들은 예배에 참석하기만 하면 되고 또 유족을 위해 기도하는 것도 전혀 문제 되지 않습니다.
질문자님께서 정작 궁금하신 것은 미국도 영정 앞에서 기도하는지 여부일 것입니다. 이참에 한국과 다른 미국 장례 절차의 몇 가지 특징을 참조하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우선 관의 모양이 다릅니다. 영화에서 보듯이 어깨 부분이 넓은 관을 씁니다. 그래서 한국처럼 염(殮)을 하기 위해 시체의 어깨를 억지로 웅크리게 하거나 심하면 뼈를 꺾는 것 같은 일은 없습니다. 편안하게 누운 자세로 관에 넣습니다.
따라서 한국처럼 시체를 천으로 둘러 감지 않습니다. 대신에 사체에 방부제를 넣고 오히려 깨끗하게 화장을 시킵니다. 그리고 정장(正裝)을 입혀서 관에 안치하고선 뚜껑을 덮지 않습니다. 장례 예배 때에 View라고 해서 모든 조문객들이 관 앞을 지나가면서 고인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볼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염을 하여 입관한 후에는 미처 도착하지 못한 유족조차 고인을 볼 수 없는 한국과는 이점에서 아주 차이가 납니다.
묘지는 도시 안에 공원처럼 꾸며져 있어서 언제라도 방문할 수 있습니다. 모든 공원묘지에는 장례예식을 치룰 수 있는 대소형의 식장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기독교 국가였던지라 거의 모두 교회 스타일이지만, 최근에는 모든 종교인들이 자기들 식으로 예배드릴 수 있도록 단순한 강당 형식으로 만들어 놓은 곳도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하관시에는 묘지 앞에서 예배를 드린 후 유족이나 조문객들을 전부 돌려보냅니다. 땅 밑으로 하관(下棺) 하는 모양을 보여주지도 않고 보지도 않습니다. 장례식에서 가장 슬픈 순간이 가까운 사람을 땅 밑에 묻는 것인데 그 절차를 보여주지 않으려는 뜻인 것 같습니다.
대개 장례 예배는 세 차례로 나눠 드립니다. 죽은 직후 가족들이 목회자를 불러 가정에서 예배를 드립니다. 또 일반 조문객이 View를 할 수 있는 정식 장례 예배는 교회나 장례식장에서 주로 장례 당일에 드립니다. 고인과 그리 가깝지 않고 볼 일이 있는 조문객들은 하관 장소까지 따라가지 않아도 됩니다. 마지막으로 묘지 바로 옆에서 하관예배를 드립니다.
한 마디로 미국 장례식은 거의 모두 종교적 의식으로 드려지기에 조문객은 그 절차에 따르기만 하면 됩니다. 혹시 다른 종교 의식 장례에 조문하러 간 기독교 신자는 양해를 구하여 예식에 참여하지 않고 끝날 때까지 그 장소나 곁에서 따로 기다리다가 마지막 View할 때만 참여하면 됩니다. 따라서 그 View 할 때나 따로 기다리는 동안에 위에서 설명한 대로 유족과 자신을 위해 기도하면 됩니다. 영정 앞에서 절하거나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특별히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특기할 사항은 교회에서 장례 예배를 드리고 묘지로 향하는 자동차 행렬을 경찰 순찰차가 앞뒤로 호위해 준다는 것입니다. 묘지로 가는 모든 차에 "Funeral"(장례식)이라는 붉은 스티커를 붙여서 장의차를 선두로 일렬로 따르게 한 후, 다른 교통을 차단하면서까지 소통이 원활하도록 정리해 줍니다. 미국에서 가장 교통이 혼잡한 LA의 고속도로에서도 종종 목격하는 장면입니다. 한국도 여건이 허락하면 본받아야할 좋은 제도인 것 같습니다.
[출처: 박진호 목사 홈페이지 http://whyjesuson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