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주헌 교수
(Photo : ) ▲하주헌 교수

1912년 4월 15일 0시 5분, 다급하게 전송된 신호 ··· --- ···를 수신한 카르파티아호는 전속력으로 항해하여 90km 떨어진 좌표 지점에 약 4시간만인 03시 55분경에 도착하였다. 하지만 그 곳은 이미 1,513여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후였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처참한 상황이었다. 가까스로 생존한 711명만 구조할 수 있었다. 당시 생존자의 증언에 따르면 영하 2도인 바닷물에 뛰어들었을 때는 수천 개의 날카로운 칼이 온 몸을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고 한다. 1912년 4월 10일, 영국 사우샘프턴을 떠나 뉴욕을 향해 처녀항해를 하던 당시 최고 및 최대를 자랑하던 호화여객선 타이타닉호는 4월 14일 23시 40분 빙산과 충돌하고, 이후 타이타닉은 침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한 선장 에드워드 스미스는 4월 15일 0시 5분, 조난 신호인 ··· --- ··· (돈돈돈 쓰쓰쓰 돈돈돈)를 보내게 된다. 결국 타이타닉은 충돌 후 2시간 40분여 만인 4월 15일 02시 20분에 완전 침몰하게 된다.

 

모스 부호는 문자 정보를 짧은 발신 전류(·)와 긴 발신 전류(-)의 조합으로 전송하는 무선 통신 방법이다. 이 조합 중 가장 간단명료한 조합인 ···(S)와 ---(O)를 이용하여 SOS를 조난 신호로 사용하기로 1906년 결정되었고, SOS는 1912년 4월 15일 타이타닉호에 의해 최초로 사용되었다. 물론 SOS는 전파뿐 아니라 소리, 빛, 색깔 등 다양한 매개체를 이용하여 전달될 수 있다.

'조난'이라는 추상적인 '정보'가 매개체인 다양한 '물질'에 담겨져서 전달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는 정보는 철저한 규칙에 의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만약 ··· --- ··· 안에 정해진 규칙이 없다면, 이 신호는 무의미한 잡음이 될 뿐이며, 타이타닉호의 711명도 카르파티아호에 의해 구조되지 못했을 것이다. 교통 신호등의 빨간 불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왜 빨간색이 '정지'라는 정보가 되었는가? 이 과정에서도 정보는 규칙 혹은 약속임을 알게 된다. 즉 빨간색이 정지하라는 구체적인 약속이 없었다면 그 색 자체는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약속으로 이루어진 정보의 예시
(Photo : ) ▲약속으로 이루어진 정보의 예시

여기서 약속 혹은 규칙이란 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이 말에는 어느 한 개인 혹은 주체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 적어도 쌍방 간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그 규칙이 좀 더 폭 넓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간의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정보는 구성원 사이의 합의가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함을 의미하고, 정보의 생성 과정에서 우연이라는 개념은 존재할 여지가 없다. 비슷한 예로 시각 장애인을 위해 개발된 점자는 문자 정보를 종이, 금속, 나무 등 다양한 물질의 요철 형태를 이용하여 전달하며, 이 과정에도 철저한 규칙이 있어야지만 정보가 존재하게 된다. 정보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물질의 한 형태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고, 그 사람은 전달된 물질을 보고 그 규칙에 따라 정보를 획득하게 된다. 즉 정보는 아무런 규칙이나 방향성 없이 우연하게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점자도 약속에 따른 정보를 전달한다.
(Photo : ) ▲점자도 약속에 따른 정보를 전달한다.

 

 

생명현상은 유전정보에 의해 유지되고 결정되고 또한 다음 세대로 전해진다는 사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 생명 현상이 끊임없이 다음 세대로 전달되려면 이 정보는 어떠한 물질에 포함되어 전달되어야만 하기 때문에 생명 현상의 본질을 알기 위해서는 물질의 생성 뿐 아니라 정보의 생성에 대해서도 필히 이해하여야만 한다. 진화론에서 다루는 가장 핵심적인 주제는 '어떻게 간단한 물질이 복잡한 형태의 물질로 변화되었는가? 혹은 물질의 간단한 조합이 어떻게 더 복잡한 조합으로 변화되었는가?' 이다. 이러한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자연선택 혹은 적자생존과 같은 논리가 사용되어 왔지만, 이들은 모두 물질의 변화에 대한 설명일 뿐, 정보의 생성과 발전에 대해서는 마땅한 논리나 설명이 없는 실정이다. 왜 그럴까? 물질의 우연한 발전보다는 정보의 우연한 생성과 발전이 진화론으로 더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정보 생성 과정에서 우연이라는 개념이 개입할 여지는 전혀 없다.  

 

 

▲유전정보를 담고 전달하는 DNA의 모형도
(Photo : ) ▲유전정보를 담고 전달하는 DNA의 모형도

생명체 내의 모든 '정보'는 DNA라는 '물질'에 담겨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 모든 생명체는 DNA 안에 들어있는 규칙에 따라서 정보를 주고받으며, 이러한 정보가 살이 되고 피가 되고, 이러한 정보에 의해 자녀들이 부모를 닮게 된다. 알파벳 26개를 모스 부호로 정보화하기 위해서 26가지의 조합이 필요하다. 과연 생명 유지를 위해 얼마나 많은 정보가 필요할까? 인간의 지식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방대한 정보량이 필요할 것이라고 쉽게 추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방대한 정보량을 담을 수 있는 물질(DNA)은 얼마나 정교하고 효율적이며 신비할지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정보와 마찬가지로 이런 정교한 물질이 우연히 만들어지기는 불가능하다. 지난 50여 년간 자연과학자들은 DNA 안에 숨겨져 있는 규칙을 알고자 수많은 연구를 거듭해 오고 있지만, 연구를 하면 할수록 얻는 결론은 DNA와 그 규칙은 신묘막측하다는 사실이며 인간의 능력으로 그 본질을 절대로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엄연히 존재하는 방대한 양의 유전 정보와 그 정보를 담고 있는 정교한 물질들이 하나님의 창조가 아니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하주헌 교수(경희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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