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의인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어요. 예수님 앞에서, 입도 뻥긋하지 못할 만큼 전적으로 부패한 죄인이었습니다. '아, 이제 죽었구나!' 그 순간, 이전의 저는 죽고 오직 예수만을 따르는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정훈 교수(울산대 법철학)가 떨리는 가슴으로 회심했던 그 때를 떠올렸다. 너무나 극적인 체험이어서, 듣는 이들도 모두 숨을 죽였다. 이 교수는 27일 밤 오륜교회(담임 김은호 목사)에서 진행된 '원데이 다니엘기도회' 강사로 나서 그에게 찾아오신 예수님을 간증했다.
널리 알려져있듯이 이정훈 교수는 불자였다.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알고 싶었던 그는 20대의 이른 나이에 머리를 깎고 절로 들어갔다. 그렇게 답을 얻어보려 했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결국 그는 그 물음을 잠시 내려놓고, 사회로 눈을 돌린다. 모순으로 가득찬 세상, 바꿔보고 싶었다.
문제는 기독교였다. 혁명을 하려면 예수 믿는 사람들부터 뿌리뽑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눈엣가시 같은 존재. '왜 저들은 때마다 모여 누군가를 향해 노래를 부르고 아멘을 외치며, 심지어 눈물까지 흘리는 걸까?' 이런 기독교인들이 그의 눈엔 매우 어리석어 보였다.
그래서 집요하게 기독교를 공부했다. 상대를 알아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성경부터 찾아 읽었다. 쉬는 시간엔 설교 방송을 들었다. 종교개혁사의 위인들, 위클리프와 칼빈, 아브라함 카이퍼 등을 연구했다. 한국교회사도 빠짐없이 읽었다. 신실한 기독교인도 잘 하지 못할 이런 것들을, 그는 교회를 공격하기 위해서 했다.
그날도 그는 설교 방송을 들으며 조소를 날렸다. 그런데 그날따라 목사의 입에서 나온 '죄인'이란 말이 뇌리에 박혔다. 법을 공부한 그에게 이 단어는 더 날카롭게 꽃혔다.
그 순간, 더는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무언가에 그는 압도당했다. 바닥에 엎드렸다. '아, 이제 죽는구나!' 머리가 아닌 온 몸의 세포가 그렇게 느꼈다고 했다. "예수님이 찾아오셨다." 이 교수의 고백이다.
사실 그가 읽었던 말씀, 파고 또 팠던 종교개혁과 한국교회의 역사가 그의 마음을 이미 흔든 뒤였다. 공격하려고 했던 것들이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영혼을 예수로 서서히 물들였던 셈이다. 그리고 마침내 고꾸라졌다. 주님 앞에서.
▲오륜교회 '원데이 다니엘기도회'에 참석한 성도가 두 손을 들고 찬양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
지금은 기독교의 변증가가 되었다. 누구보다 뛰어난 혁명가가 되고 싶었던 이 교수. 이젠 그 이면에 있는 한계와 모순, 위선의 세계를 폭로한다. "남을 정죄하고 사회를 비판하면 할수록, 스스로 의롭다 여긴 이들. 그런 의인들이 만든 인류의 역사는, 역설적이게도 언제나 파멸의 그것이었다." 한때 어리석어 보였던 것들이 지금은 그의 삶에 전부가 되었다. "오직 예수" 그는 강연 내내 이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
"다른 길은 없습니다. 오직 예수만이 우리의 구원자 되십니다. 그러므로 그 분 앞에 무릎 꿇고, 우리의 모든 삶에서 예수님의 주권을 드러내야 합니다. 결코 삶과 신앙은 분리될 수 없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나의 자리에서 예수님을 드러낼 때, 결국 세상은 바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