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계와 침례교회를 대표하는 지도자인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 원로목사)가 최근 미주를 방문, 침례교회의 정체성과 나아갈 길에 대해 역설했다. 특히 그는 시애틀에 이어 19일 밤 LA에 도착해 20일 토랜스에서 6시간에 걸쳐 이 지역 한인 침례교 후배들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이후에도 상담과 권면을 이어가는 열정을 보였다.
이동원 목사는 이러한 강행군 속에 짧게 이뤄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장로교회와 감리교회가 개신교 문화를 형성해, 침례교회에 대해서는 생소해하는 경향이 있다”며 “물론 침례교회도 개신교회의 특성을 대부분 공유하지만 나름의 독특성이 있는데, 이러한 것들을 나눔으로써 침례교 목회자들과 교인들에게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고 싶었다”고 이 같은 훈련의 시간을 갖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그는 침례교 신앙의 핵심 7가지로 △성서의 절대적 권위를 믿는다 △중생의 필요와 예수 그리스도의 주님 되심을 믿는다 △신자의 영원한 안전을 믿는다 △영혼의 개인적 자율성과 신자의 제사장직을 믿는다 △두 개의 교회 의식을 믿는다 △지역교회의 자치성과 교회와 국가의 분리를 믿는다 △선교의 우선순위와 협동선교의 중요성을 믿는다 등을 꼽고, 이를 BAPTIST(B: Believer’s Priesthood, A: Autonomy Of The Local Church, P: Primacy of Scripture, T: True believers only in Church, I: Individual Competency of the Soul S: Separation of Church and State, T: Two Ordinances)로 소개했다.
이 목사는 침례교회의 가장 큰 장점으로 “철저히 민주적인 ‘회중정치’”를 들었다. 그는 “그래서 우리 교단은 다른 어떤 교단들과 비교해도 목사들이 덜 권위적이고, 성도를 존중하며 그들의 결정을 중심으로 교회를 이끈다”며 “한국사회가 점점 더 민주화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침례교적 신앙 양식이 더욱 선호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 침례교회가 가장 많은 것도, 미국의 민주적 정치 토양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미국 남침례교의 탁월한 신학자 멀린스(E. Y. Mullins)가 침례교 신앙의 독특성으로 “종교에 있어서의 영혼의 자율적 능력”이라고 말한 것을 상기시킨 뒤, “영혼의 개인적 자율성, 교리의 하나님과의 관계에 대한 적용이 바로 만인 제사장직이라고 할 수 있다”며 “만인 제사장직 교리를 믿는다는 사람들과 교회들은 많지만 그것을 제대로 적용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또 그는 침례교회가 믿는 ‘두 개의 교회의식’인 ‘침례’와 ‘주의 만찬’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예수님이 이 의식을 지키도록 명하셨는가?”, “신약교회가 이 의식을 실천하는 모본을 보였는가?”, “이 의식이 상징하는 의미가 오늘의 성도에게 참된 교훈이 되고 있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합당한 의식은 그 둘뿐이라는 것. 그는 “침례교인들은 이 두 가지 의식을 명명함에 있어 ‘성례전’보다 ‘의식’이라는 표현을 선호했다”며 “그 이유는 이 의식 자체가 하나님의 은혜를 전달하는 수단인 것처럼, 심지어는 구원의 방편인 것처럼 오해돼 온 과거의 종교적 미신을 피하기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침례교인들은 이 두 가지 의식에 자발적으로 참여함으로 지역교회의 온전한 일원이 된다고 믿어 왔다”고 했다.
이 목사는 ‘교회와 국가의 분리’의 참 의미에 대해서는 “신약 성서는 국교제도의 가능성을 시사하지 않는다. 국교는 신앙의 자유를 억압하고 국가의 악이나 종교의 악을 쉽게 표출할 수 있다”고 지적한 뒤, “그러나 민족은 복음화돼야 한다. 민족 구성원 모두에게 복음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야 하고, 참된 전도는 개인적 응답의 자유가 전제된 상황에서만 진실되게 이뤄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한국 내에서 침례교회의 교세가 상대적으로 작은 데 대해서는 “선교가 늦었기 때문”이라며 “장로교회와 감리교회는 130여 년 전 동시에 도착해 선교 구역을 나누고 뿌리를 내렸지만, 침례교회는 이로부터 한참 뒤인 6.25 직후에 본격적으로 선교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동원 목사는 “침례교회의 복음적이고 성경적인 유산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더 활기찬 믿음의 삶을 누리게 되기를 기도해 마지않는다”며 “우리는 일차적으로 그리스도인이지만 동시에 피할 수 없는 교파의 선택에 있어 자랑스러운 침례교인이 되는 것을 보고 싶다”고 했다.
또 “한국에 최초로 침례교회의 복음을 가져온 펜윅 선교사는 찌그러진 물통이라도 복음의 생수를 운반하기 위해 자기를 쓰시는 하나님께 감격한다고 고백했다”며 “복음은 완벽한 생수이지만 생수를 나르는 그릇으로서의 교파나 교단은 결코 완벽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 나은 물통을 준비하고 선택할 책임은 우리의 것”이라고 했다.
이 목사는 “이제 한국과 해외의 한인 침례교회들도 많이 성장해서, 미국의 어떤 지역에서는 한인교회가 침례교회들 중 가장 크다”며 “한인 리더십이 미국교회를 견고하게 하는 데 기여하고, 정책 결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독려하기도 했다.
한편 몇 년 전 조기 은퇴와 모범적 리더십 이양으로 반향을 일으켰던 이동원 목사는, “은퇴 후 처음 3년간은 적극적으로 후임에게 멘토링했지만, 이후에는 새 담임목사가 신임 투표를 통과하고 어느 정도 자리잡았다고 판단했기에 저는 전혀 개입하지 않고 있다”며 “이제 지구촌교회와 진재혁 목사를 위해서는 그저 중보기도와 축복을 하는 것이 제 의무”라고 했다.
끝으로 이 목사는 현 한국사회에 대해서는 “진통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보여도 끝난다. 하나님께서 청소하시는 기간이 아닌가 생각하고, 우리가 이런 위기를 잘 극복하면 더 좋은 시절이 오리라 본다”며 “우리가 너무 비관적으로 보지 말고, 단지 하나님의 음성이 무엇인가 귀를 기울이며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