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스페인이 필리핀을 식민지화하면서 대부분의 필리핀 사람들은 가톨릭으로 개종했습니다. 무기를 앞세운 스페인의 무력 통치가 효력을 발휘했고, 결국 필리핀은 표면적으로 보면 전체 인구의 80%가 가톨릭을 신봉하는 압도적인 가톨릭 국가가 됐습니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필리핀 사람들 가운데 실제 성당에 다니는 사람은 10%도 되지 않습니다.
필리핀 사람들은 대체로 가톨릭 신앙에 익숙해 있긴 하지만, 알고 보면 그들의 신앙은 정령숭배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삼위일체 하나님에 입각한 정통 가톨릭을 믿는 것이 아니라, 다분히 무속적 신앙을 갖고 있습니다. 스페인이 필리핀 사람들에게 가톨릭 신앙을 전파하긴 했지만 그들의 정령 숭배 사상을 없애지 못했고, 다만 그들이 숭배하던 무속신앙에 가톨릭 신앙을 덧칠했을 뿐입니다.
그래서 필리핀만의 독특한 민속적인 가톨릭교가 생겨났는데, 이 민속 가톨릭에는 가톨릭 신앙의 형식과 기독교가 전파되기 전의 관습이 혼재돼 있습니다. 이들에게서 그리스도의 십자가상은 하나의 부적일 뿐이며, 수호성인은 그들 안에 내재하는 영의 표상이 되었습니다. 종전에 그들이 믿고 있던 토속 신앙에 성상을 옮겨놓았을 뿐, 그들의 신앙생활 가운데 달라진 것은 별로 없습니다.
필리핀 사람들 대다수는 성물을 집안에 들여놓고 섬기는데, 가톨릭 신앙을 열심히 믿는 사람들치고 집안에 그런 성물들을 두지 않은 집이 거의 없을 지경입니다. 돈이 많은 부자일수록 이런 형상들을 자신들의 집안에 더 많이 두고 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필리핀에서는 매년 부활절을 앞두고 '흑인 예수상'을 등에 메고 행진하는 종교 행사가 열립니다. 이때가 되면, 사람들은 이 예수상이 영험하다며 그것을 한 번이라도 만져보려고 거리로 뛰쳐나와 실랑이를 벌이는 광경을 보게 됩니다. 이처럼 필리핀 사람들은 잘못된 신앙사상에 젖어 있고, 무속신앙이 발달하여 이단들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인구의 10% 정도는 '이글레시아 크리스토'를 신봉합니다. 이 종교는 필리핀의 가톨릭에서 파생한 가톨릭 이단인데, 식민지 종교인 가톨릭에 반동하여 가톨릭과 개신교를 융합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종교의 사제는 개신교 목사처럼 결혼도 하며, 특히 십일조를 대단히 강조합니다. 그 면에서는 오히려 개신교보다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는데, 십일조를 내야만 정식 신자로 인정합니다. 지금 필리핀에서는 이 종교가 아주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각 마을을 지날 때마다 이글레시아 크리스토 예배당이 멋지게(?) 솟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필리핀 사람들은 믿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아닌, 건축물을 교회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서양 가톨릭에 영향을 받은 그들은 가정교회나 일반 건물을 빌려 교회를 운영하는 것을 정식 교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가톨릭 성당처럼 웅장하고 멋지게 세워진 교회만이 진정한 하나님의 교회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글레시아 크리스토는 포교를 하는 곳마다 일정한 형식을 갖춘 자신들만의 교회당을 짓고 있습니다.
이들은 초기에 이단으로 괄시를 받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여러 정치인들이 이들의 관심을 얻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주의 말 한 마디면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가 결정될 수 있을 정도로 그 영향이 막강합니다. 신자들이 교주의 말을 거의 무조건적으로 따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이들을 이단이라 말하지 않고, 오히려 가톨릭의 정식 종파로 받아들여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필리핀에서 개신교도는 10% 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개신교 내에도 수많은 이단들이 뒤섞여 있어, 정통 개혁교회 신자들은 6-7% 정도라고 봅니다. 필리핀은 이단 개념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아서, 몰몬교, 여호와의 증인 등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이단조차 이단으로 간주하지 않습니다. 문선명의 통일교도 개신교회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으니, 이들이 얼마나 올바른 신앙개념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필리핀 북부의 바기오에서는 이단들이 매년 큰 스타디움을 빌려 전국적인 행사를 벌입니다. 이단들일수록 대놓고 그들의 종교를 전파하며, 지자체들은 돈을 받고 거리낌 없이 그들에게 공공시설을 빌려줍니다. 한국 같으면 그 일로 인해 기독교인들이 정부를 성토하겠지만, 필리핀 사람들은 전혀 이단을 공박하지도 않고, 또 그들을 이단이라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이처럼 필리핀은 정말 이단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신천지도 필리핀에 상륙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성경을 모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필리핀에서 이슬람교도는 약 5% 정도를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 급속도로 많아지고 있습니다. 회교도들은 남부 민다나오 지역을 벗어나서 중북부 지역 포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이들은 불법 상업행위를 통해 신도들을 확보해 나가는 일도 서슴치 않습니다.
회교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종교를 믿으면 물품들을 제공해 주고, 그렇게 밥은 굶지 않고 먹고살 수 있게 해 준다고 말합니다. 사실상 가난한 필리핀 현지인들에게 이러한 포교 정책은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회교 지도자들은 이런 선전에 넘어온 사람들에게 주로 불법복제 DVD나 도난 휴대폰 등의 중고거래 또는 길거리에서 팔 수 있는 악세사리 매대와 같은 작은 일자리들을 알선해 줍니다.
이런 여러 현상으로 보건대, 필리핀은 아직도 열심히 전도해야 하는 선교 대상 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혹자는 필리핀은 대표적인 가톨릭 국가이자 기독교가 많이 전파된 곳이므로, 선교지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말도 합니다.
하지만 필리핀 사람들의 90% 이상이 삼위일체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문외한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들이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였다지만, 예수와 성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잘 모르고 있으며, 비록 신자라 할지라도 대부분은 이단들에 물들어 있습니다.
그들은 거듭남의 의미를 알지 못해, 오히려 거듭남을 주장하는 기독교를 이단으로 치부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거듭남을 강조하는 정통 기독교를 좋지 않은 의미로 '본 어게인 크리스천' 광신자라고 비꼬기도 합니다. 요한복음에서 니고데모가 예수께 거듭남이 무엇인지 물었던 장면이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그러므로 필리핀은 우리가 여전히 열심히 선교해야 하는 나라입니다. 다음번에는 필리핀 선교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채천석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대표, 필리핀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