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동성결혼 케이크 제작을 거부했다가 소송에 걸린 콜로라도 주의 크리스천 베이커 '잭 필립스'에 대해 지지 입장을 밝힌 이른바 '우정의 법정 의견서(friend-of-the-court brief)'를 연방대법원에 제출했다. CNN에 따르면, 제프 월(Jeff Wall) 법무차관은 법무부를 대신해 "필립스에게 자신의 진실한 종교적 신념에 위배되는 의식에 표현하거나 가담하게 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수정헌법 1조의 침해"라는 내용의 서한을 썼다.
"아티스트는 그림을 그리도록 강요받을 수 없고, 뮤지션은 연주하도록 강요받을 수 없으며, 시인은 글을 쓰도록 강요받을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법정의견서는 빌리그래함전도협회 등 다른 단체들의 법정의견서들이 제출된 후에 지난 7일 제출됐다.
동성결혼 케이크 제작과 관련해 잭 필립스 소송건인 'Masterpiece Cakeshop v. Colorado Civil Rights Commission'은 현재 미국 내에서 동성결혼 논쟁이 뜨겁게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양 진영 모두에게서 주목을 받고 있는 중요한 종교자유 소송이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자 '매스터피스 케이크샵(Masterpiece Cakeshop)'의 주인인 필립스는 동성커플인 데이브 멀린스와 찰리 크레익의 동성결혼 케이크 제작 주문을 거부했다가 차별금지법 위반으로 지난 2012년 하급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6월 연방대법원은 필립스의 항소 입장에 대해 들을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잭 필립스의 변호를 맡아 온 보수적 기독교 법률 단체 자유수호연맹(Alliance Defending FreedomㆍADF) 변호사들은 지난 주 필립스를 대신해 준비서면을 접수했다. 로렌 어삼(Lauren Ehrsam) 법무부 대변인은 앞서 이번 소송과 관련, "수정헌법 1조는 모든 미국인들의 표현의 자유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동성커플을 대리하는 친동성애 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은 법무부의 법정의견서 제출 결정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ACLU의 변호사인 루이스 멜링(Louise Melling)은 "법무부가 성소수자(LGBT)와 다른 많은 사람들의 권리에 대한 적의를 매우 분명하게 이미 드러냈다"면서 "이 의견서는 충격적이며, 이 행정부는 더 충격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옹호하는 것은 차별하라는 헌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앞서 텍사스주 법무장관인 켄 펙스턴(Ken Paxton)도 20개주의 연합을 주도하며 필립스를 지지하는 법정 조언자에 의한 의견서(amicus brief)를 연방대법원에 제출했다. 이 의견서는 아티스트의 종교자유의 권리를 헌법이 보호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팩스턴은 "연방대법원은 수정헌법 제1조가 자신의 신앙에 부합하는 비즈니스를 운영하려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장치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언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면서 "잭 필립스에게 정부의 부당한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이 케이크 제작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허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견서에는 텍사스 주 법무장관인 팩스턴을 포함해, 앨라배마, 애리조나, 아칸소, 아이다호, 켄터키, 루이지애나, 미주리, 몬태나, 네브라스카, 네바다, 노스다코다, 오클라호마, 사우스 캐롤라이나, 사우스 다코다, 테네시, 유타, 웨스트 버지니아, 위스콘신 주의 법무장관 그리고 폴 르페이지 메인 주지사가 동참했다.
자유수호연맹도 지난 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필립스가 수십년 간 자신의 기독교 신앙에 따라 일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연맹은 "필립스의 신앙은 그에게 그동안 사람들을 사랑하고 섬기도록 해왔지만, 오직 자신의 신앙의 교리와 일치하는 케이크만 만들 수 있었다"면서 "그가 특별 케이크 제작 여부에 대해 결정할 때 가장 중요했던 것은 고객이 어떤 사람이냐가 아니라 자신이 제작한 케이크가 무엇을 표현하고 축하하는 것이냐에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20년간 이상, 필립스는 할로윈 케이크나, 반미 케이크, 성인용 케이크, 알콜 함유 케이크 등은 제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