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포디랜드 양효숙 대표, 박호걸 소장 인터뷰
경기도 구리 포디(4D)랜드 본사 건물에 들어서면 천장에서부터 바닥까지 가득 채우고 있는 형형색색의 입체 조형물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다. 10cm 안팎의 간단한 정다면체 구조부터 4m가 넘는 공룡뼈 모형까지, 그리고 시에르핀스키 삼각형, 뫼비우스의 띠, 클라인병, DNA 구조, 온갖 탈 것과 동식물이 알록달록한 선과 점이 만난 입체로 형상화 되어 있다. 마치 누군가의 머릿속 상상의 세계를 그대로 밖으로 끄집어낸 듯한 이 작은 테마파크에 들어서면 '아!'하고 탄성이 절로 나온다.
모든 모형은 빨대를 꼭 닮은 포디프레임(4DFrame) 연결봉과 눈송이 모양의 연결발을 자르고 이어서 만들어졌다. 가볍고 잘 휘어지며 원하는 길이로 얼마든지 쉽게 자를 수 있는 포디프레임의 유연성은 공장에서 정형화된 틀로 찍어내는 블록형 장난감들과 가장 큰 차별성을 뒀다. 기존의 규격화, 표준화에서 탈피하여 유연성, 창의성, 융복합적 사고가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 단순하면서도 유연한 도구가 학생들의 수·과학, 창의, 체험교육의 교구로서 최적의 조건을 가진 셈이다. 포디프레임은 오히려 종주국인 한국에서보다 교육강국인 스웨덴,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이스라엘, 심지어 사우디아라비아까지 먼저 그 가치와 가능성을 알아보고 현지 정부, 기업, 학교, 과학관 및 체험관의 요청으로 2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북유럽에서는 국빈급 대우를 받으며 전 세계에 대한민국 교구재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는 포디랜드 양효숙 대표, 박호걸 소장을 3일 본사 건물에서 만났다.
유연성을 강점으로 창의성 활동 교구로 각광
트렌드 반영한 교육컨텐츠 개발은 필수
▲포디프레임은 결과물이 아닌 과정물로서, 표현 못할 스토리가 없다. 박호걸 포디랜드 소장이 물고기 뱃속에서 기도하는 선지자 요나의 이야기를 담은 모형을 소개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
-세계적인 창의적 교구재로 인정받은 포디프레임을 만든 동기는 무엇인가.
박호걸 소장(이하 박 소장): 어릴 적 강원도 시골에서 자라면서 흙이나 수수깡을 많이 가지고 놀았다. 남들보다 손으로 만드는 것에 재주가 있어 모형회사에 취직하여 13년간 일하다 1993년 에벤에셀 모형 회사를 차렸다. 97년 IMF를 맞으며 지식산업의 필요성을 느끼는 와중에 미국에서 국내로 처음 출시된 레이저조각기를 1억 원 주고 구입했다. 처음에는 못을 쓰지 않고 홈을 파서 조립하는 입체 퍼즐 같은 딱딱한 물성의 제품을 만들었다. 그러다 종이의 유연성을 보면서 구부러질 수 있는 물질에 대하여 연구하여 포디프레임을 개발하게 되었다.
포디프레임은 3차원의 공간에서 아이들의 꿈(Dream)과 시간이 자라나길 바라는 의미의 포디(4 Dimension)와 틀, 뼈대, 구조를 의미하는 프레임(frame)의 합성어다. 처음 포디프레임 제품이 출시되었을 때 대다수의 사람이 빨대로 보고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았다. 길에 떨어져도 안 주워가는 '빨대'가 아니라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잘 하고 싶은 수학의 개념을 포디프레임을 가지고 놀면서 학습할 수 있도록 컨텐츠를 개발했다.
처음 법인을 만들었을 때,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유치원 원장인 아내가 나를 돕기 위해 경영에 뛰어들었다. 아내는 포디 교육컨텐츠를 수준별, 영역별로 개발하고 현장중심의 탁월한 강의와 마케팅에 은사가 있다. 무엇보다 아내가 아들 셋을 키워가며 학부모의 관점으로 공감하고, 교육컨텐츠를 교실에서 적용하는 선생님들과 소통을 잘해서 법인 대표를 맡으면서 관련 기관과 업무적 네트워크까지 지금껏 안팎의 살림을 잘 꾸려주는 동역자로서 역할을 든든히 감당해주고 있다.
-교육강국 스웨덴, 핀란드를 비롯해 미국,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인정을 받았다. 포디프레임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박 소장: 교육경쟁력 1위인 북유럽, 특히 발명의 왕국 스웨덴에서 수많은 교구를 꼼꼼히 조사한 후 포디프레임을 선택했다. 포디프레임은 결과물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과정물을 판다. 물감을 사면 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처럼, 포디프레임으로 공간을 내 생각대로 디자인할 수 있다. 이런 포디프레임의 핵심 강점은 한마디로 유연성이다. 내가 '제3의 흙'으로 부르는 것도 이런 유연성 때문이다. 제품이 유연성과 탄성을 가지고 있어 잘 구부러지고 자를 수 있다. 아이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머릿속으로 설계하고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는데, 이 과정을 통해 생각하고 고민하고 발전하게 된다. 교육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수입국인데, 포디프레임만큼은 수학과 과학의 창의성 활동 교구로 해외 2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하루 한 끼 먹더라도 기독교 가치관으로 정면돌파 의지
올곧게 가고 최상의 실력 갖출 때 하나님이 사용
▲과거 국립중앙과학관에 전시된 포디프레임 모형. ⓒ이지희 기자 |
-포디프레임 개발 초기에는 마케팅과 컨텐츠 개발, 전략 등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어떻게 극복했나.
양효숙 대표(이하 양 대표): 저는 어떻게 하면 모든 아이가 배우면서 자존감이 높아지고, 즐겁게 활동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두었다. 그리고 저렴하면서도 누구나 자유롭게 내 것을 만들 수 있는 교구가 되길 원했다. 사실 교구만큼이나 컨텐츠가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했는데, 포디프레임이 빨대로 보이니 좋은 컨텐츠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현장에서 교육컨텐츠를 직접 연구하고 개발해왔던 나로서는 컨텐츠 개발과 강의만큼은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그렇게 개발한 포디프레임과 교육컨텐츠는 우리나라 교육 시장이 아니라 먼저 외국으로 나갔다. 이 교구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는 하나님이 도와주셔야 한다고 기도했다. 먼저 교육의 최고 강국에서 포디프레임의 가치를 알고 쓰임받도록 해달라고 서원기도를 했다. 책자를 영어로 번역해 외국에 발표하는 한편, 국내에서 열리는 모든 교육 컨텐츠 공모제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교육계의 좋지 않은 관행이 있었는데 기독교 세계관을 가진 크리스천 비즈니스인으로서 순응할 수 없었다. 가진 돈을 사업에 다 쓰니 배가 고팠지만, 하루 한 끼 먹어도 좋으니 우리가 기독교 가치관으로 살아낸 것을 자녀들에부터 보여주고 싶었다. 저는 청소년기 때 예수님을 믿고 청년 때 강렬한 체험신앙이 있어 불의에 대한 흔들림도 없었고,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확신이 있었다. 올곧게 가고, 순리를 따라 나의 실력과 지력, 그리고 컨텐츠를 최상의 것으로 만들어놓으면 하나님이 쓰신다.
서원기도 대로 스웨덴의 과학관에서는 레고가 있던 자리에 포디프레임이 들어갔고, 국내 수리과학 컨텐츠 1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교육 수준, 교육 방향 등 현 교육계 트렌드와 수요자의 필요에 맞게 전문성을 갖추니 당당하게 공모전에서 1등에 당선됐다. 포디프레임의 인지도가 굉장히 높은 스웨덴에서는 이미 4개 과학관에 포디프레임이 들어갔고, 국왕이 오는 자리에 초청받아 인사하기도 했다.
▲위 사진 두 장은 2015년 2월 초 사우디아라비아 과학축전에, 아래 사진 두 장은 2015년 4월 말부터 5월 초 카타르 교육컨퍼런스에 포디랜드 양효숙 대표와 박호걸 소장이 참석해 한국 교구의 우수성을 알렸다. ⓒ포디랜드 |
박 소장: 하나님은 복을 주려면 먼저 연단시키시는 것 같다. 처음에는 실패와 고난, 후회의 연속이나 고비를 넘기니 어느 날 갑자기 햇빛이 뜨는 것을 본다. 하나님은 우리의 자질과 능력, 인내를 보신다. 저는 어머니의 기도와 신앙이 바탕에 깔려 있었고 회사를 그만두고 너무 힘들 때 왕성교회에 나가게 되었다. 새벽기도, 철야기도, 수련회에 빠짐없이 참석하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고 열심히 청년부 생활을 하며 같은 청년부이자 리더인 믿음 좋은 아내도 만났다. 포디프레임 사업을 하면서 어려워져 주변 가족에 돈도 빌리고 반 지하 방에 살면서 힘든 과정이 있었는데, 지나고 나니 하나님께서 겸손하게 하신 과정인 것 같다. 신앙은 예배당 안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 빛을 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의 방법을 따라가다 보니 때에 맞춰 우리가 원한다고 갈 수 없는 국가에도 초청받아 가게 되고, 공부도 계속하게 되었다.
미래 지식 방향은 공유를 통한 더 나은 가치의 창출
성경 속 수학과 과학 풀어내 교회교육에 활용
-포디프레임이 기독교적 가치 구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박 소장: 포디랜드의 정신은 나눠주는 것이다. 나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을 추구한다. 우리나라 전통공예가 어려운 이유는 노하우를 공유하면 뺏기는 것으로 보고 가르쳐주지 않아서 확산되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미래 지식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공유를 통한 더 나은 가치의 창출이라 믿고 있다. 나만 알고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확산돼야 여러 사람과 더불어 함께 사용하고 풍성해진다.
전방에서 싸우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후방에서 연구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보급하는 곳으로, 전방에 힘과 자신감을 주고 싶다. 이렇듯 우리가 일하고 성공하는 이유는 소유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기 위함이다. 이것이 예수님의 방식이다. 될 수 있으면 더 많은 사람에게 나눠주고 우리 자신을 비우고 가볍게 하는 것이 목표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기분이 훨씬 좋을 뿐 아니라 주면 망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것이 나온다. 그것은 하나님이 주신 영감이다. 그런 경험을 체험해봐야 한다.
-국내외 일반교육 현장뿐 아니라 교회교육 현장도 많이 부딪혀 왔다. 지금 한국교회 미래인 어린이와 청소년 숫자가 급감하고 있는데 포디랜드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양 대표: 세상의 교육은 칼라이고 4차 산업을 이야기하는데 교회교육은 이제 흑백이고 1차원적 수업을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다음세대의 중요성을 늘 언급하고 열심히 기도하는데 막상 교회가 예산 투자는 잘 안 하는 것 같다. 큰 교회 주일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포디프레임을 활용한 성경 속 수학과 과학 이야기를 풀어내고, 하나님의 창조물 속의 창의적 발상 개발을 위한 다양한 컨텐츠를 소개했지만 거기서 그쳤다. 교회 안에 많은 교육 인프라를 잘 활용해야 하고, 교육 철학과 시대정신이 분명한 목회자들이 많아져야 다음세대가 세상에 현혹되지 않고 따라온다.
교회교육 컨텐츠에 목마른 중소형교회 목회자들은 오히려 우리 컨텐츠의 가치를 알아본다. 교회가 많은 투자를 해도 컨텐츠 개발에 열망이 있는 곳은 자체적으로 운영되는데, 그렇지 못한 곳도 많다. 대형교회가 주도적으로 나서 중소형교회 목회자들에게 포디프레임을 활용하여 신앙과 연계된 수학, 과학 교육 컨텐츠를 제공하고 자격증을 주면 좋겠다. 또 교육환경을 계속 리모델링하고 기독교 세계관 속에서 다음세대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
포디프레임 종주국으로 한국 테마파크 설립 기대
컨텐츠 개발 위해 대학·연구소·기업의 산학협업 필수
-우리나라 교구재가 20개 국으로 수출되고 있는 점이 놀랍다. 앞으로 비전이 궁금하다.
양 대표: 먼저 포디프레임이 국가브랜드가 되는 것이 꿈이다. 올해 11년째인 오는 10월 포디프레임 수리과학대회에는 10개국이 참가한다. 미국 테네시 주에서 열리는 국제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 대회로 인해 지역의 문화, 경제가 살아난 것처럼 우리도 지자체와 협업하여 포디프레임의 메카를 만들길 원한다. 어렵고 힘들어도 가치창출을 잘 하여 지자체 수장이 바뀌어도 꾸준히 이어갈 의식 있는 지자체를 만나고 싶다.
지금 스웨덴을 비롯하여 미국, 영국 등 전 세계에서 포디프레임의 종주국인 한국에 테마파크가 있는 줄 알고 설레는 마음으로 방문하는데 작은 테마파크를 보여주는 것이 참 아쉽다. 레고랜드가 춘천에 생기는데, 우리도 이미 사둔 무주의 9,300평 부지에 테마파크를 세우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 이 융합창의체험관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즐기고 놀 수 있도록 누군가 하나님의 기름부음이 있기를 기대한다. 또 한국사회의 교육환경 리모델링과 함께 기독교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기독교 대안학교도 만들고 싶다.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기독교 세계관과 국가관, 딱 두 가지만 확실하게 심어주면 탈선하지 않는다. 그리고 부모가 삶으로 제대로 본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를 위한 컨텐츠 개발을 위해 기독교 대학과 산학협업을 제대로 해야 한다. 가치를 창출하고 실현하는 대학, 연구소, 기업이 콜라보레이션 하여 세계화 한 교육컨텐츠 개발 및 수출을 위해 목놓아 기도하고 찾고 있다.
▲경기도 구리에 위치한 포디랜드 본사 건물. ⓒ이지희 기자 |
앞으로 포디프레임은 저렴한 비용으로 가장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선교 모델이 될 것이다. 기독교 가치관을 가지고 들어가기 힘든 국가에도 진출해 과학페스티벌에서 우수 컨텐츠로 뽑히고 아이들, 부모, 과학교사들의 평가에서도 1등을 했다. 하늘의 마음을 품은 이들에 의해 교육이 비즈니스 선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단기선교여행을 갈 때 축구공 대신 포디프레임을 가지고 가서 수업을 하고 축구공처럼 만들어 놀았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사례도 있었다.
박 소장: 포디프레임이 전 세계에 확산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처럼 전 세계 포디프레임을 사용하는 이들이 종주국인 한국에 방문하면 좋겠다. 그리고 포디프레임을 배운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것을 통해 수학과 과학도 재미있게 배우고, 포디프레임 때문에 교회도 가고 싶고 학교도 가고 싶은 곳이 되는 것이 비전이다. 각 나라에도 포디프레임 체험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 나중에 포디프레임을 모두가 알게 됐을 때 그 근저에 하나님이 함께 하셨다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되기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