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작년 5월에 오렌지카운티에 소재한 K고등학교 졸업생들의 퍼포먼스 페스티벌을 관람했다. 졸업생들이 자신의 장기 및 재능을 발표하고 심사위원들인 교사들이 그해의 Mr. K와 Miss K를 선정하는 행사였다. 정말로 많은 학생들이 멋진 노래, 연주, 민속춤, 마술, 기계체조 등 다양한 자기 재능을 선보였다.
시상 시간에 맨 마지막 그랑프리를 차지하며 그 해의 Miss K가 될 여학생을 발표했다. 한국계의 여학생이 영광의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모든 관중들이 서서 환호를 지르며 축하할 때 나에겐 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 학생은 탁월한 재능을 펼친 것도 아니고 특별한 퍼포먼스를 한 것도 아니었다. 자기에게 주어진 10분동안 마이크 하나를 잡고 강단을 이리 저리 걸어 다니며 “감사”란 주제로 자기의 작은 경험을 조용히 이야기 하고 내려 간 것이 전부였다.
이야기의 내용은 지난 11학년 시절 여름방학 2개월간 레바논의 시리아 난민 지역에 가서 선교 봉사 활동을 하며 같이 생활했던 시리아 난민 어린아이들의 이야기였다. 전쟁과 피난의 공포와 고난 속에서 그 어린아이들은 다 기쁨을 잃었다 했다. 이 여학생은 그 아이들을 보살피며 영어도 가르치고 놀이 친구도 되어주는데 통 아이들이 겁에 질려 있고 도무지 마음을 열지 않는 모습이 안타까워 눈물만 흘렸다 한다.
“하나님 아버지, 저 아이들의 잃어버린 미소를 찾게 해 주세요. 저들에게 희망을 주세요.”
하루에도 수없이 기도하고 기도했단다. 몇 주가 지나면서 그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다가 ‘Thanks’(감사)를 설명해야 하는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단다. 나는 부모가 있는 것이 감사한데 그 아이들 중에는 전쟁으로 또 행방불명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있었다. 나는 건강을 감사하는데 그 아이들 중에는 포탄으로 불구가 된 아이, 소아마비, 구개구순열 아이가 많았다고 한다. 나는 좋은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다 먹는데 그 아이들은 하루에 한 덩어리 빵과 한 그릇 스프가 고작이었다.
‘내가 감사하는 내용들이 그 아이들에겐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감사를 가르칠까?’ 그런 생각을 하며 엉엉 우는데 한 아이가 어깨를 만지며 “선생님이 우리 친구가 되어 주어서 감사하다”고 했다. 그리고는 웃었단다.
감사를 하면 웃음이 생긴다는 이야기. 우리는 감사의 조건이 너무나 많은데 오히려 그것을 불평하며 산다는 것. 감사를 찾으면 기쁨이 회복된다는 이야기. 청중들 모두가 숨죽이며 그 이야기를 듣던 모습이 떠오른다.
필자는 목회자로서 청소년들을 어떻게 양육하고 가르쳐야 할까 많은 고민이 있던 차에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청소년 시기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하여 열방으로 직접 자기를 희생하며 찾아가는 사랑의 훈련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지를 깊이 깨달았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