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들이 모여 새해 복을 바라고, 떡국을 나눠 먹으며 서로의 정을 나누는 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도 반갑지만, 바쁜 삶에 잠시 쉼표를 찍는 연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의미 없이 보낸다면 플러스가 아닌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도. 그래서 준비했다. 크리스천투데이가 추천하는 '기독교 영화 베스트 3'. 명절 하면 뭐니 뭐니 해도 특선 영화! 때론 한 편의 영화가 설교보다 감동적일 때가 있으니.
#미션
'넬라 판타지아'. 이 단어를 듣고 혹시 한 예능 프로그램을 떠올린 이들에게 이 영화를 강추한다. 그야말로 '불후의 명곡'인 이 노래의 원곡이 바로 영화 '미션'의 OST '가브리엘 오보에'이기 때문이다. 우거진 밀림을 뒤로하고 낯선 이를 경계하는 신대륙 원주민들을 향해 가브라엘 신부(제레미 아이언스)는 자신이 가진 오보에로 연주를 시작한다. 팽팽한 긴장을 녹이며 은막 위로 흐르는 장엄하고도 아름다운 선율. 영혼과 영혼이 소통하는 이 하나의 장면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
'미션'은 1986년 롤랑 조페 감독이 연출했고, 세계적인 배우 로버트 드니로와 제레미 아이언스가 주연으로 출연했다. 특히 음악을 맡았던 엔리오 모리코네는 이 영화로 같은 해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18세기 라틴 아메리카를 배경으로 당시 스페인과 포루트갈의 패권 경쟁과 이에 맞선 예수회 신부들의 과라니족을 향한 사랑과 희생을 그리고 있다. 음악으로 다가가 원주민들의 마음을 열어 서서히 그들과 하나되어 가는 신부들의 모습이 매우 감동적이다.
그러나 영화는 그리 단선적이지 않다. 같은 사랑이지만 그것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드러났을 때, 과연 우리는 어느 것을 진정한 기독교적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영화는 바로 그것을 진지하게 묻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사이의 조약은, 두 신부들을 통해 자유를 맛본 과라니족에게 다시 노예로 살아갈 것을 강요한다. 결국 가브리엘과 로드리고(로버트 드니로) 신부는 두 강대국의 위협에 맞서 과리니족을 지켜야 할 상황에 놓이고, 그 둘은 서로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누가 옳고 그른가를 판단하기에 앞서, 비록 드러나는 모양은 다르지만 그 뿌리가 같을 수 있고, 그래서 저마다 당위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이 영화를 통해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마지막 장면이 특히 오래도록 마음을 붙잡는 영화다.
#벤허
기독교 영화의 고전이자, 압도적 스케일과 스펙터클한 전차 경주 장면으로 여느 블럭버스터 영화들에 영감을 불어넣은 명작이다. 윌리엄 와일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1959년 미국에서 제작된 이 영화는 주인공 벤허와 그의 친구 메살라 사이에서 벌어지는 우정과 복수,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용서를 그리고 있다.
서기 26년 로마제국 시대, 유태 청년 유다 벤허(찰톤 헤스톤)는 당대 귀족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살던 이스라엘에 새 총독이 부임하고 벤허의 옛 친구인 메살라(스티븐 보이드)가 주둔 사령관으로 온다. 로마와 이스라엘, 그 적대적 관계 아래 벤허와 메살라 역시 우정을 벗어나 어긋나게 되고, 끝내 둘은 적이 되고 만다.
메살라는 벤허의 여동생인 티자(캐시 오도넬)의 실수로 총독이 부상을 입자, 이를 빌미로 벤허에게 누명을 씌워 그를 노예로 팔고, 그의 어머니와 여동생 역시 감옥으로 보낸다. 이후 가족들의 생사도 모른 채 노예로 힘겨운 삶을 살던 벤허. 어느날 그가 타고 있던 배가 해적선의 습격을 받게 되지만 그 속에서 로마 집정관 아리우스를 구한 벤허는 오히려 기회를 얻는다. 이후 풀려난 벤허는 다시 고향으로 향하고, 메살라를 향한 복수를 다짐한다.
벤허는 결국 복수에 성공하지만 그 스스로는 자유를 맛보지 못하고 간신히 만나게 된 가족들은 한센병에 걸려 고통받는다. 그러던 중 십자가를 진 예수를 만나 진정한 사랑과 용서의 세계에 눈을 뜬 벤허.
고전 '벤허'는 지난해 리메이크돼 우리나라에서 큰 흥행을 거두기도 했다. 헐리우드 영화이면서도 예수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내 많은 기독교인들을 극장으로 이끌었다. 상업성이 짙은 영화에서 만나는 예수는 그 자체로 반갑고 신선했다.
또 하나, "기독교 영화가 감동은 주나 따분하다는 편견" 따위 '벤허'로 날려버리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맬 깁슨이라는 헐리우드 스타 배우가 감독을 했다는 것도 그렇지만, 예수 그리스도가 받았던 '육체의 고통'을 매우 직설적으로 카메라에 담아 충격과 슬픔, 감동을 동시에 전해 화제가 됐던 영화다. 예수의 십자가가 지닌 의미를 지나치게 육적인 부분으로 축소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것을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한편으론 기독교인들의 관념적 신앙을 깼다는 평가도 있었다.
예수의 마지막 12시간을 그리는 이 영화는, 성경에 등장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놓아, 어떤 면에선 아주 단순한 서사를 보이지만, 실제 스크린을 넘어 전해지는 인상은 그 이상으로 매우 강렬하다. 이미 예수와 그의 십자가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 기독교인들에게 그것은 다른 어떤 영화적 기교보다 직접적으로 가슴을 때린다. 그런 점에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더더욱 기독교인들만을 위한 영화다.
우리가 습관처럼 말하는 십자가.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익히 경험해보지 못한 비참한 죽음과 맛닿아 있다. 그렇기에 오늘을 사는 우리는, 우리의 구원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고 얻게 된 것인지 쉽게 가늠하기 힘들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혹 누군가에게 그 접점이 될 수 있을까? 가능성 없지는 않다.
P.S. 사일런스
"고난의 순간에... 당신은 왜 침묵하십니까?"
가톨릭 신부들의 이야기로, 기독교 신앙을 소재로 한 영화 '사일런스'가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헐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과 앤드류 가필드 등이 주연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화의 원작은 엔도 슈사쿠(遠藤周作)의 소설 '침묵'. 가톨릭 신자이기도 한 엔도 슈사쿠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17세기 초 일본을 배경으로, 당시의 무자비한 기독교 탄압과 여기에 휘말려 생사의 기로에 놓인 신부들의 신앙적 딜레마와 비애를 그리고 있다.
영화 역시 이 서사를 따라간다. 일본으로 선교를 떠난 페레이라 신부(리암 니슨)가 믿음을 저버렸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이를 믿을 수 없는 로드리게스(앤드류 가필드)와 가르페(아담 드라이버) 신부는 목숨을 걸고 스승을 찾아 나선다.
마침내 도착한 일본. 그러나 이들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생각보다 훨씬 더 처참한 것이었고, 두 신부는 고통과 절망 속에서 '침묵하는 신'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기도해도 앞이 보이질 않는다." "난 침묵에게 기도하는 것인가?"라는 이들의 물음 속에서 그와 같은 고뇌가 엿보인다.
아울러 배교하지 않으면 그 대가로 다른 이들을 죽이겠다는 협박 앞에서 과연 신앙의 정절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 옳은 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도 던지고 있다. 쉽게 답하기 어려운 신앙의 실체를 그대로 마주하고픈 당신에게 영화 '사일런스'를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