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덥수룩한 흰 수염에 빨간 옷을 입은 후덕한 산타클로스와 빨간 코의 루돌프 사슴, 리본과 공, 양말, 반짝이는 전구로 장식된 트리, 트리 모양을 본뜬 쿠키와 케이크, 경쾌한 멜로디의 캐럴, 눈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상점마다 넘쳐나는 크리스마스 기획 상품, 크리스마스 특선 영화 등이 있을 것이다. 우리 머리 속에 각인된 크리스마스에 대한 이런 아득한 이미지와 함께 어릴 적 교회 크리스마스 행사와 관련한 추억,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한 기대감, 소중한 인연과의 추억,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는 아쉬움과 새 해를 앞둔 설렘 등 많은 감정이 밀려올지 모른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눅2:14)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요 3:16)
크리스마스 시즌 교회 앞 플래카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성구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기독교인이라면 적어도 크리스마스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믿지 않는 이들은 물론, 믿는 이들 중에서도 이 날을 선물과 카드 등을 주고받는 매년 돌아오는 기념일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또는 가족과 연인, 소외된 이웃과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기회, 개인의 휴식 기회 등으로 여기기도 한다.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가 죄 많은 이 땅에 오시고, 인류를 사랑하심으로 죄를 대신 담당하시고 새로운 구원의 역사를 여신 '예수님이 주인 되는 크리스마스'를 지내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죄인 된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뻐하고 진정으로 감사와 찬양을 드리는 날인지, 혹 아무 감흥이 없는 날, 나와 가까운 이들의 즐거움과 만족을 얻으려는 날은 아닌지 깊이 고민하고 기도해보자.
4세기부터 이어져 온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Christmas, 성탄절 聖誕節)는 '그리스도'(Christ)의 '미사'(mass)의 줄인 말로, 우리는 이날 성육신하여 세상에 오신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며 예배를 드린다. 'X-mas'라고도 부르는데, X는 그리스어에서 그리스도를 뜻하는 크리스토스(XPIΣTOΣ, Kristous)의 첫 글자에서 왔다. 다른 말로는 '기독탄신일'이나 '예수성탄대축일'로도 불린다.
성경에는 예수님의 탄생일에 대한 정확한 날짜가 기록되어 있지는 않다. 초기 교회도 수난과 부활에 관심을 두었기 때문에 성탄에는 관심이 적었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1월 1일, 1월 6일, 3월 21일, 3월 27일, 12월 15일 등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이 다양했지만, 교회에서 크리스마스절기를 지키지는 않았다. 2세기 후반에는 그리스도의 수난일인 유대력 니산월 14일, 곧 로마 율리우스력 3월 25일을 수태일과 동일시하기 시작했다. 또 로마의 기독교 공인 이전에 4세기 교부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가 활동하던 북아프리카 지역, 라틴어권 교회는 이미 그리스도의 탄생일을 12월 25일로 기념했다.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도 교회 전통에 따라 예수께서 3월 25일 수태되셨고, 12월 25일 태어났다고 기록하여 3월 25일이 수난일인 동시에 수태일이며, 9개월 이후인 12월 25일을 예수님의 탄생일로 보았다.
이후 로마가 기독교를 국교로 인정하면서 336년경부터 우리가 기념하는 크리스마스(율리우스력 12월 25일)가 이어져 왔다고 본다. 로마교회는 태양신을 믿는 이교도들의 개종과 그들과의 절충 등을 고려해 당시 이교도들이 기원전부터 기념한 태양신의 생일(12월 25일)이자 동지절(12월 24일~1월 6일) 대축제일 중에 기독교 축제로 기념했다. 또 그리스도 교도 사이에서도 예수를 세상의 빛, 태양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이 외에 로마 주교 율리우스 1세(재위 337~352)가 350년에 12월 25일을 예수님의 탄생일로 선포하면서, 이 축제가 기독교의 축제로 인정됐다는 주장도 있다.
정확히 성탄절이 언제부터 축하됐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그 무렵부터 성탄절은 교회 축제로 지켜져 이후 안디옥교회가 375년에 성탄절을 지키고 4세기 말에는 그리스도교 국가 전체가 성탄절을 축하하게 되었다. 종교만 바꾸고 기존 의식을 교회 축제로 바꾸면서 이교의 습관이 그 후 수 세기 동안이나 남아있었기 때문에 교회는 이를 염려하면서도 교의와 모순되지 않는 이상 동화, 절충 방안을 사용했다.
한편, 개신교와 로마가톨릭은 12월 25일을 기념하지만 그리스 정교회, 아르메니아 정교회, 시리아 정교회, 콥트교회 등은 1월 6일, 우리가 사용하는 그레고리력보다 13일이 늦은 율리우스력(구태양력, 줄리안력)을 사용하는 러시아 정교회는 1월 7일을 성탄절로 기념한다.
크리스마스 지내지 못하는 나라도 있어
오늘날 부활절과 함께 기독교의 최대 명절인 성탄절은 서방교회에서는 4세기 중반, 동방교회에서는 5세기 말부터 지키는 관습이 정착됐다고 한다. 12세기 유럽에서 성탄절은 가장 중요한 축제일로 정착했으며 이 기간 선물을 주고받는 풍습이 성행했다. 이후 성탄절은 세계 많은 나라에서 명절로 자리 잡아 중국에서는 17세기 초 명나라 때 쉬자후이에서 크리스마스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49년부터 '기독탄신일(基督誕辰日)'이라는 이름으로 공휴일로 지정되었다.
중국에서는 성탄절이 공휴일이 아니지만 홍콩, 마카오 등 특별자치지역에서 성탄절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일본도 성탄절이 공휴일이 아니다. 이슬람을 믿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리트 등도 공휴일로 지정하지는 않았지만, 소수 기독교인이 예배를 드리고 출근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많은 이슬람권에서 크리스마스 예배를 드리는 교회와 크리스천을 대상으로 테러도 종종 일어나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 2013년 12월 25일 이라크 바그다드 남부에서는 성 요한교회에서 크리스마스 예배가 끝나고 성도들이 나올 시간 인근 시장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했으며, 2010년 1월 6일 이집트 나그 함마디에서는 성 요한교회 옆을 차를 타고 지나가며 성탄절 전야 예배를 드리고 나오는 성도들을 향해 총격을 퍼부어 6명의 크리스천이 목숨을 잃었다. 2011년 12월 25일 나이지리아에서는 마달라, 조스, 요베주, 다마토루 등의 교회와 성당 등에서 이슬람 급진 테러 조직인 보코하람에 의한 연쇄테러가 일어났다.
박해받는 교회를 돕는 기독교세계연대(CSW)는 작년 성탄절과 새해에 기독교인을 탄압하는 국가로 이란,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이집트, 인도네시아, 수단, 멕시코 등을 지목했다. 이들 나라에서는 성탄절과 새해에 교회에서 평화롭게 예배를 드리거나 행사에 참여하는 크리스천들이 과격 무슬림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일부 교회의 성탄예배를 금지하기도 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 유럽은 어느 때보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 그리고 연계단체들의 크리스마스 테러 위협으로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 작년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 유럽 다수 지역에서 총기, 폭발물 사용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경계를 강화했고, 프랑스 경찰도 연말 테러 취약지역에 4만8천 명의 경찰관을 투입했었다.
올해는 지난 11월 미국이 유럽에서의 연말 테러 위협을 경고하며 내년 2월 20일까지 유럽 전역에 여행주의경보를 내렸다. IS와 알카에다, 그 연계단체들이 연말 행사를 목표로 유럽 테러 공격을 기획하고 있기 때문에 축제, 행사, 시장 등 사람이 붐비는 곳으로의 여행을 당부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 12월 19일 독일 수도 베를린의 카이저 빌헬름 기념 교회 근처의 크리스마스 시장에서는 쇼핑객들을 향해 대형 트럭이 돌진하여 12명이 죽고 48명이 다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테러 용의자로는 IS와 접촉한 튀니지 출신 무슬림이 지목됐다. 그는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분류돼 감시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스위스 취리히 중앙역 근처 이슬람 사원 인근에서도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독일의 크리스마스 시장은 22일 재개장했으나, 또 다른 테러 발생 우려로 유럽과 미국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보안을 대폭 강화했다. 입장 전 의무 보안 검사, 무장 경찰과 군인 배치, 장벽 설치, 사전 테러 모의 적발을 위한 모니터링 등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