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기독교 변증 콘퍼런스가 '예수, 신화인가? 하나님 아들인가?'라는 주제로 22일 서울 방화동 큰나무교회(담임 박명룡 목사)에서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이날 콘퍼런스에서 박명룡 목사는 '예수는 신화인가? 역사인가?', '신약성경은 역사적 신뢰성이 있는가?'를 주제로 오전 시간에 잇따라 강연했다. 박 목사는 서울신대(M.Div.)와 탈봇신학대학원(Th.M.)을 졸업하고 바이올라대 전문대학원 기독교변증학 석사(M.A.), 탈봇신학대학원 '지성적 영성 개발' 목회학 박사(D.Min.)를 이수한 기독교변증 전문가다.
박명룡 목사는 첫 강연에서 티모시 프리크(Timothy Freke)와 피터 갠디(Peter Gandy)가 쓴 <예수는 신화다>와 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SBS 다큐멘터리 '신의 길 인간의 길'을 반박했다.
<예수는 신화다>는 예수의 이야기를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메시아의 전기가 아니라 이교도의 유서 깊은 이야기들을 토대로 한 하나의 '신화'이고, 그리스도교는 새롭고 유일무이한 계시 종교였던 것도 아니며, 유대인들의 방식으로 각색된 고대 이교도의 미스테리아 신앙이었을 뿐인 '허구적 신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스테리아'의 핵심에는 죽어서 부활한 신인(神人)과 관련된 신화가 놓여 있는데, 이는 고대 이집트에서는 오시리스, 그리스에서는 디오니소스, 소아시아에서는 아티스, 시리아에서는 아도니스, 이탈리아에서는 바쿠스, 페르시아에서는 미트라스 등 여러 이름으로 알려져 있으나 근본적으로 모두 동일한 신화적 존재이다.
저자들은 오시리스-디오니소스 신화와 예수의 전기 사이의 유사점으로 △오시리스-디오니소스는 육체를 가진 신이며 구세주이고 하나님의 아들이다 △그의 아버지는 하나님이며 어머니는 인간 처녀(동정녀)이다 △3명의 양치기가 찾아오기 전인 12월 25일에 동굴이나 누추한 외양간에서 태어난다 △신도들에게 세례 의식을 통해 다시 태어날 기회를 준다 △결혼식장에서 물을 술로 바꾸는 기적을 행한다 △나귀를 타고 입성하실 때 사람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고 찬송하며 그를 맞이한다 △죽은 지 사흘만에 부활해서 영광되어 하늘로 올라간다 △신도들은 최후의 날 심판자로 그가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그의 죽음과 부활은 그의 몸과 피를 상징하는 빵과 포도주 의식으로 기념된다 등을 말하고 있다.
박 목사는 이에 대해 "신화는 역사적 정황 속에서 발생하지만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것으로, 기독교는 이와 달리 처음부터 예수가 언제 어디서 태어났으며, 무엇을 가르쳤고 어떻게 죽고 부활했는가에 대한 역사적 증언과 설명을 제시한다"면서 그들의 주장을 조목 조목 반박했다.
▲박명룡 목사가 강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
◈"<예수는 신화다>, 새로운 주장 아냐"
먼저 <예수는 신화다>가 기독교에 대해 '고대 신비종교를 모두 혼합하여 상상력에 기초를 두고 만들어낸 가상의 종교적 신화'라고 한 것에 대해 "기독교가 발생하기 전에 기독교와 유사한 특성들을 모두 갖춘 신비 종교들은 하나도 없었고, 이는 저자들도 인정한다"며 "저자들은 고대 신비 종교들 중 각기 다른 특성을 떼내어 한 곳에 갖다 붙여 인위적인 오시리스-디오니소스 신화를 새롭게 창조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예수는 신화다> 저자들은 이를 마치 새로운 학설인 것처럼 과장하지만, 사실 20세기 초 알버트 슈바이처 시대부터 유행했다"며 "역사적 예수 연구에 몰두했던 슈바이처는 '그런 근거 없는 고대 신화는 바울 시대에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고 했다.
또 기독교와 다른 신비 종교들의 세례를 비교 연구한 군터 와그너는 "기독교가 모든 핵심 교리를 베껴올 만큼 완성된 신비 종교는 예수 시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고대 신비 종교들과 기독교의 관계를 깊이 있게 연구한 로널드 내시(Ronald Nash)는 "기독교 이전 신비 의식들이 실제 용어로서 '거듭남'을 사용했다는 믿음은 심지어 단 하나의 자료에서도 뒷받침될 수 없다"고 하는 등, 학자들은 <예수는 신화다> 저자들의 주장에 학문적 근거가 없음을 알려주고 있다.
박명룡 목사는 "어느 두 종교 사이에 유사점들이 발견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한 종교가 다른 종교에서 빌려온 내용이라는 점을 필연적으로 말해주지 않는다"며 "인간은 '종교성'이라는 보편적 공통 요소들을 갖고 있기에, 보편적 종교성을 토대로 생겨난 종교들은 때로는 서로 비슷한 개념들을 공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기독교가 신비 종교들의 신화를 베꼈다는 주장은 연대기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 박 목사는 "실제 고대 역사를 살펴볼 때, 기독교 발생 전에 기독교가 그 내용을 빌려올 수 있을 만큼 성숙된 신비 종교는 존재하지 않았다"며 "'기독교 발생 이전에 죽었다가 3일만에 다시 살아난 신은 없었다'는 점은 고대 신화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권위 있는 학자들 모두가 동의하는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당시 신비 종교들이 기독교의 영향 받아"
기독교와 신비 종교들 사이의 유사점은, 오히려 '신비 종교들이 기독교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말해 준다고도 했다. 그 근거로는 △고대 신비 종교들은 처음부터 혼합주의였지만, 초기 기독교는 처음부터 배타적이었다 △2-3세기 신비 종교들은 기독교 신앙으로부터 적극 모방을 시도했다 등을 들었다.
박 목사는 "기독교가 발생하기 전 고대 신비 종교들은 기독교 형성에 영향을 미칠 만큼 성숙하지 못했고, 유대 지역에서 그 신비 종교들의 실질적 영향력은 별로 감지되지 않다가 3세기 들면서 신비 종교들은 '죽었다가 부활한 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한다"며 "일례로 기독교와 매우 놀랄만한 유사점을 가진 미트라스교(Mithraism)는 A.D. 90년까지 존재조차 입증되지 않았고 2세기가 넘어서야 서서히 그 정체가 드러나고 있는데, 이 미트라스가 기독교 발생에 영향력을 미쳤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단, 기독교가 신비 종교들을 모방한 부분도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것이 미트라스 탄생 축제일을 모방한 것으로 알려진 성탄절 날짜(12월 25일)이다. 그는 "그러나 기독교는 시작할 때 모방한 것이 아니라 충분히 성숙된 후인 4세기 이후, 핵심 교리가 아니라 여러 의식들을 차용했을 뿐"이라며 "이러한 차용들은 초기 그리스도인의 복음 선포와 기독교의 핵심 교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부차적인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박 목사는 "기독교가 발생할 당시 여러 신비 종교들이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퍼져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그 신비 종교들은 모호하고 비밀스러웠으며 지역적 특성을 기반으로 했다"며 "그들은 기독교처럼 인류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실제로 죽고 다시 부활하는 신인의 신화를 갖고 있지 않았지만, 기독교가 급성장하여 세상에 알려지면서 오히려 혼합적 성향이 강한 많은 신비 종교들이 기독교 신앙을 모방하기 시작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그는 "사실 <예수는 신화다> 저자들의 기독교 관련 주요 주장들 중 대부분이 '조작된 허위"라며 "고대 신화를 제대로 연구한 학자들은, 예수의 역사적 행적들이 오시리스-디오니소스 신화의 영향 때문에 신화회됐다고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이대웅 기자 |
◈신약성경, 역사적으로 신뢰할 만 한가?
박명룡 목사는 이어진 강의에서 '신약성경의 역사적 신뢰성'에 대해서도 여타 고대 경전들이나 동·서양 고대 문헌들과 비교해 논증했다. 그는 "신약성경뿐 아니라 고대의 종교 경전들은 모두 다 구전 전승기간을 갖고 있어, 각 종교 지도자의 생애와 가르침이 구전으로 전달돼 후대에 문자로 기록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했고, 그 구전 기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가르침의 내용이 변질되지 않은 역사적 사실에 가깝다"며 "그 기간이 조로아스터교 1천여 년, 불교 500여 년, 이슬람교 20-200년 등인 데 비해, 신약성경은 예수님의 죽음 후 18-60년 사이 모두 문서로 기록됐다"고 했다.
종교 경전뿐 아니라 동·서양 고대 문헌들과 비교해도 이는 충분히 짧은 수치이다. 공자의 <논어>는 150-300년 후, 노자의 <도덕경>은 200-300년간 계속 첨가·삭제됐고, 알렉산더 대왕 전기는 사후 400년, 로마 황제의 기록조차 황제 사망 후 80-250년 후에 각각 기록됐다. 그는 "예수님의 생애와 가르침을 담은 신약성경의 역사성은 고대 동·서양 문헌들 중 가장 탁월한 역사적 신뢰성을 갖고 있다"고 했다.
'원본은 없고 사본만 있지 않느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박 목사는 "좋은 지적이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일반 고대 문서들은 거의 모두 원본이 남아있지 않아 필사본에 의존하고 있다"며 "문제는 신약성경 기록이 다른 고대 문서들의 기록들과 비교할 때 얼마나 더 믿을만한 근거가 있는지, 필사본끼리 상호 일치율이 높은지 등을 살펴야 한다"고 했다.
일반 역사 저작물들은 몇백 년에서 1천 년 이상 원본과 사본의 차이가 있지만, 신약성경은 몇십 년 이내에 쓰여진 필사본이 보존돼 있고 최대 간격도 300년 이내이다. 필사본도 희랍어 5,664권, 라틴어 약 1만 권, 그 외 언어 8천 권 등 총 2만 4천여 권이 존재한다. 사본 일치율도 99.5%에 달한다고 한다. 그는 "예수님께서 가르친 말씀들이 오늘날 우리에게 그대로 전달됐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예수님에 대한 기록은 일반 역사서에서도 다수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박명룡 목사는 "고대 종교와 문서들 중 신약성경 기록만큼 정확한 문서는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고대 문서들 중 일반 역사를 가름하는 잣대를 적용할 때, 신약성경은 가장 신뢰할 만한 역사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며 "만일 예수님의 역사성을 부인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반드시 고대 동·서양 주요 인물들에 대한 역사적 신뢰성도 모두 거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는 안환균 소장(변증전도연구소)이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인가?', 하도균 교수(서울신대)가 '왜 예수인가?'를 각각 강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