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19대 임금 숙종(1661-1720, 재위, 1674-1720)은 인현왕후 민씨, 장희빈과 최숙빈 동이 등 궁중의 여인과 얽힌 사건으로 유명한 왕입니다. 그러나 그는 조선조에서 46년 동안의 오랜 재위 기간을 가지면서, 가장 강한 왕권을 행사하였던 임금 중의 하나입니다. 그는 또한 평상복을 입고 은밀히 민중을 시찰하는 “미행”(微行)으로 유명한 왕입니다.
숙종이 미행 중에 선비에게 뺨을 맞은 일은 아주 잘 알려진 사건입니다. 숙종 12년에 그는 서울의 한 시장 거리에서 한숨을 쉬고 있는 선비를 만났습니다. 그는 과거시험을 마치고 불합격한 사람이었습니다. 그에게 임금 됨을 숨기고 나아가 당신에 하고 싶은 벼슬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뉘신지 모르나 내가 일만 맡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대답하였습니다. 군수, 판서, 정승 등 모두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임금은 넌지시 “임금 자리도 할 수 있겠소” 마지막으로 물었습니다.
숙종 임금은 이 선비에게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도록 따귀를 한 대 맞았습니다. 눈에서 불이 ‘번쩍’ 하였습니다. 선비는 “나한테 지금 역적질을 하라는 말이냐”고 호통을 쳤습니다. 주변에 진치고 있던 수행원들이 놀라서 급히 달려들어, 왕을 때린 이 선비를 처단하려고 찍어 눌렀습니다. 왕은 급히 그들을 제지하였습니다. “아니다. 그 사람이야말로 진짜 충신이다.” 왕은 자신의 뺨을 때린 그를 평안히 가도록 하였습니다. 그 선비는 나중에 출세의 길이 열려 정승의 반열에까지 올랐다고 합니다.
충성은 결정적인 순간에 드러났습니다. 숙종 임금에 얽힌 이야기는 충성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우리의 충성을 시험하는 것은 두 가지로 다가옵니다. 하나는 핍박이고 또 다른 하나는 유혹입니다. 예수님은 서머나 교회를 향하여 “네가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관(冠, crown)을 너희에게 주리라”(계 2:10)고 말씀합니다. 선비에게 ‘임금도 할 수 있느냐’고 묻는 것은 유혹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주시지만, 신앙을 타협하여 세속적인 것을 구하는 것은 유혹에 떨어지는 것입니다.
서머나 교회에게 준 그리스도의 명령을 가장 탁월하게 순종한 사람은 서머나 교회의 감독 폴리캅(Polycarp, 69-155)입니다. 그는 황제숭배를 거부하고, 타협하지 않으므로 순교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서머나는 에베소와 쌍벽을 이루는 황제숭배의 도시였습니다. 그곳에서도 어김없이 그리스도인들은 교회의 부흥을 이루었고, 이들은 유대인 공동체의 지극한 혐오를 받았습니다. 유대인의 도움으로 화형장의 장작과 불을 준비한 집정관은 황제숭배를 결연히 반대하는 폴리캅을 회유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리스도를 욕하라 그러면 그대는 자유를 얻을 것이다.” 폴리캅은 외쳤습니다. “내가 86년 동안 그분을 섬겨왔지만 그 분은 내게 절대로 해를 입히신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나의 왕이요 나의 구주이신 그 분을 욕할 수 있습니까?” 믿음은 십자가로 환란과 핍박을 이기면서 승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