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인 텔레반에 의해 일어난 샘물교회 해외봉사팀 피랍사건이 발생한지 벌써 2주간이 지났습니다. 이 사건을 접한 직후부터 소식을 들은 모든 이들은 인질로 납치된 23명의 안전한 귀환을 소망하여 왔고, 특별히 한국교회와 교인들은 이를 위하여 개인적으로 혹은 교회적으로 집중하여 기도해 오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건이 해결될 기미는 아직도 보이지 않고 오히려 피랍된 일행 중 두 사람이 이미 납치범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였다는 참담한 소식이 듣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할 뿐, 남은 일행들이 언제나 무사히 귀환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도도 들리지 않습니다. 사건 현장에서 매일 나오는 뉴스도 이런 저런 가능성들만을 예측할 뿐이며, 그 예측도 하루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을 뿐입니다.

사건이 일어난 곳이나 사건을 당한 이들이 살고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지만 저도 이번 사건을 접한 이후로 지난 두 주간 동안 이를 위해 집중하여 기도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 같은 사람이 아무리 간절히 기도한다고 해도 그들을 파송한 샘물교회의 목회자들과 그 교인들의 열성 어린 기도에 비할 바가 되질 못할 것입니다. 더구나 이번 사건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가족들이 얼마나 간절히 하나님께 기도로 매어 달릴지는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느낄 수가 있고, 더더욱 인질로 잡혀 있는 당사자들이 얼마나 간절하고 애절하게 하나님께 매어 달릴지는 생각만 해도 안타까움이 마음에 가득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수많은 이들이 두 주간이 넘도록 집중하여 간절하게 인질로 잡힌 이들이 무사히 귀환하기를 위해 기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태는 여전히 아무런 진전이 없고 누구도 이번 사건이 어떻게 진전될지를 예견하지 못하는 답답함이 아직도 이어져 가고 있습니다. 더구나 사건이 해결되지 않는 그 자체도 문제지만 신앙인으로서 당면한 더 큰 문제는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수많은 이들이 하나님께 부르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침묵하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기도한대로 응답해 주시든지, 아니면 우리의 기도가 틀렸다고 지적해 주실 하나님께서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으신다는 것이 제게는 더 큰 도전입니다.

한국의 교회는 기도하는 교회요,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기도의 능력을 체험한 성도들이라고 스스로도 자부할 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 교회와 교인들도 이를 인정하는데 그러한 교회와 교인들이 이리도 간절하게 하나님을 향하여 부르짖고 있는데 왜 하나님께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시고 침묵하시는지, 이 침묵을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신앙적 도전 앞에 서있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 드리자면 저는 왜 하나님께서 우리의 부르짖음에 응답하지 않으시는지, 그 의도를 아직은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사실은 더 답답합니다. 다만 그렇게 답답한 마음으로만 지내지 않고 성경을 통해서, 그리고 교회 역사를 통해서 하나님께서는 왜 당신의 백성의 간구에 대해 침묵하셨는지를 다시 보면서 이번 사건을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조심스럽게 물어보며 지내고 있습니다.

혹시 하나님께서 침묵하고 계신 것이 이미 대답하셨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주의 이름으로 복음을 증거하는 것이 무엇을 요구하는 것인지를 이미 말씀하셨기에 그것을 깨닫기를 기다리며 침묵하고 계신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아니면 복음을 전하고 주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생명도 바치겠다고 다짐한 각오의 진위를 시험하시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또는 복음전파와 사랑실천을 위해 간다고 하면서, 방학 중 타 문화를 이해하고 경험하는 연수 삼아 가거나, 편안하게 사는 환경을 떠나 잠시동안 살기 어려운 환경에 가서 고생 좀 하는 극기 훈련으로 생각하거나, 기독교인이라면 단기 선교 한 두 번 쯤은 다녀와야 한다는 일종의 신앙 문화적 행사치례로 생각하는 것에 대해 질책하시는 것은 아닌지 물어 봅니다. 혹시 땅 끝에 있는 한 영혼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과 구원하심을 증거하기 위해 선교한다고 하면서 선교를 교회의 세를 과시하기 위한 일종의 행사화한데 대한 하나님의 지적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또한 이번 선교여행이 정한 기간 동안 정한 지역에서 정한 프로그램을 무사히 잘 마치고 돌아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갔다면 아무 사고없이 모두 무사히 돌아오는 것을 바라며 계속 간구해야겠지만, 예수의 복음을 전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하여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면서도 갔다고 한다면 혹시 우리의 기도가 바뀌기를 기다리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침묵, 왜 하나님께서 이번 사건을 위해 부르짖는 수많은 이들의 기도에 아직 대답하지 않으시는지, 이번 사건을 통해 말씀하시려는 하나님의 의도가 무엇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이 어떻다고 판단하지 못하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왜 하나님께서는 침묵하고 계신지, 하나님의 침묵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묻고 있습니다. 지금은 다만 기도할 때 인 듯 합니다.

/글 이승우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