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구조나 가족들의 역할 기대가 많이 달라졌다. 요즘엔 마가렛 미드 여사가 제안했던 양성 3세대(兩性 三世代)가정을 찾아보기 힘들다. 옛날 농경문화 시대, 1차 산업에 종사하면서 한 동네에 집성촌을 이루며 살 때나 가능했던 제도다.
현대는 어린 자녀와 부부가 함께 사는 2세대 가정이 보통이고, 나이 들면 자녀들이 혼인이나 취업으로 둥지를 떠나니까 빈 둥지(empty net)에 노인 부부만 사는 단세대 가정으로 바뀐다. 그러다 한 사람이 죽으면 요양원으로 옮겨 여생을 보내게 된다.
장남이든 외아들이든 결혼 이후 함께 살려는 기대는 접는 게 좋다.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상을 반영하듯, 여기 선진 어머니 한 분이 결혼한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읽어보도록 하자.
"나 찾지 마라. 아들아, 명절 때 친가에 오고 싶다고 하지 마라. 처가가 좋으면 처가에 가든지 그냥 연휴를 마음껏 즐겨라. 이 엄마는 그동안 명절이면 허리 빠지게 일했다. 그래서 지금은 놀러가고 싶다. 평생을 끼고 살았는데 뭘 자꾸 보여주려 하느냐? 그냥 한 달에 한 번, 아니 두 달에 한 번이면 족하다. 너희들끼리 알콩달콩 재미있게 살거라.
나 찾지 마라. 아들아, 네 처와 싸웠다고 내 집에 오지 마라. 너의 집은 네 마누라가 있는 그곳이다. 깨끗이 치워놓은 내 거실에 너 한번 왔다 가면 나..., 이제는 물건이 정돈돼 있는 걸 즐기며 살고 싶다. 부부가 살면서 싸울 때도 있다. 하지만 둘이서 해결하고 영 갈 곳 없으면 처가로 가거라. 그곳에서 불편함을 겪어봐야 네 집이 얼마나 좋은지 알거다.
나 찾지 마라. 아들아, 결혼했으면 마누라 해주는 밥이 모래알 같아도 마누라가 한 반찬이 입에 맞지 않아도 투덜대지 말고 먹어라. 30여 년을 네 입에 맞는 밥과 반찬을 준비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느냐? 이제 '김치 담가줄 거지' 라고 묻는 네가 정말 징그럽다. 싫다. 네 아버지랑 내 것만도 벅차다. 제발... 우리도 신혼처럼 살게 해다오.
나 찾지 마라. 아들아, 이 엄마는 너희들 키우면서 직장 다녔고 돈도 벌었다. 자기가 낳은 자식은 자기가 돌보는 게 맞다. 그래야 자식을 함부로 만들면 안 된다는 것도, 그 책임이 얼마나 큰 지도 알거다. 그러니 너희들이 좋아서 만든 자식을 나한테 맡기지 마라. 또한, 처가에도 안 된다. 처가 부모 역시 힘들게 자식 키웠으리라... 잠깐 여행을 가고 싶다면 그 때는 봐 주마.
나 찾지 마라. 아들아. 네가 선택한 마누라의 흠을 이 엄마한테 와서 말하지 마라. 그건 네 얼굴에 침 뱉기다. 네가 골랐잖니? 부부는 평생을 서로 맞춰가며 사는 거다. 네 마누라도 네가 좋기만 하겠냐? 이 어미 욕 먹이지 마라. 아들놈을 이따위로 키웠냐는 말... 너 때문에 욕먹는 거 초등학생 때로 끝났다고 생각한다.
나 찾지 마라. 아들아, 허황된 생각을 갖지 마라. 사업을 하고 싶거든 사업 종잣돈을 모은 다음에 하거라. 내 것, 네 것 그건 분명히 하자. 내가 네 엄마지만, 나도 내 인생이 있고 내 상황이 있다. 내 노후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 너도 네 가정을 잘 이끌어 가거라.
아들아, 아내를 울리지 마라. 네 아내를 울리는 것은 이 어미를 울리는 것과 같다. 이 엄마가 어떻게 살았는지..., 그걸 기억한다면 감히 네 아내를 함부로 대할 수 없을 것이다.
아들아, 장모님께 잘 하거라. 이 엄마도 딸이 있어 그 마음을 잘 안다. 딸은 그냥 보고만 있어도 가슴 시린 그런 게 딸이다. 너도 딸을 낳아보면 안다. 그러니, 네 마누라를 키워준 그 분들께 진정으로 잘 하거라. 너희가 무소식으로 살아주면 그게 나의 행복이다."
요즘엔 시집살이란 말이 거의 없어졌다. 시집살이하려는 며느리도 없지만 시집살이 시키려는 시어머니도 없다. 옛날엔 새로 시집 온 며느리에게 시어머니가 집안 내력과 풍습과 가정 전통을 전수해 주기 위해 일정 기간 함께 데리고 살다가 분가시켜 주었다. 지금도 그것은 일리 있는 일이다. 그러나 직장 등 여러 이유로 함께 살 수 없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일관된 가풍전수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친정집에서 보고 배운 대로 알아서 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기에 친정에서 물질적 혼수만 준비할 게 아니라 부덕(婦德)과 경로효친과 친족우애 등 부녀자의 기본 소양과 기초예절을 배워 가지고 시집 오는 수 밖에 없다. 일단 시집 온 뒤엔 시어머니가 고쳐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