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출전 소식을 들었을 때 매우 기뻤다. 올림픽에 처음 나갔을 때가 생각났다. 그래서 더 열심히 훈련했다. 감사하다. 준비한 결과를 반드시 보여 주고 싶다."
호주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한 박태환 선수가 인천공항에서 한 말이다. 그가 지나온 아픈 시간들을 생각하면 얼마나 감격스러운 순간일까?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이 끝났을 때이다.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 약물인 테스토스테론 양성 반응이 나타났다. 결국 국제수영연맹(FINA)에 의해 18개월 선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아시안게임에서 받은 6개 메달도 모두 몰수 처리됐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지난 3월 2일 징계는 풀렸다. 그 다음 달 광주에서 열린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통해 복귀했다. 자유형 100m와 200m, 400m, 1500m를 석권하고 한국에서 유일하게 올림픽 A 기준 기록을 통과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대한체육회에서 박태환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국가대표 선발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게다. "체육회 및 경기 단체에서 금지 약물 복용 행위로 징계를 받고 징계 만료 후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올림픽 수영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할 가능성을 갖고 있는 선수는 박태환밖에 없다. 국제수영연맹에서 징계를 받았는데, 이중적으로 처벌을 받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대한체육회에서는 원칙론을 주장하면서 단호하게 일축하고 말았다.
박태환 측은 국내 법원에 이의 신청을 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는 "대한수영연맹의 수영국가대표 선발 규정 제5조 6호에 의한 결석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한체육회와 수영연맹이 국위 선양에는 관심도 없고 고의적으로 갑질하는 것이라는 빈축도 쏟아졌다.
투쟁 끝에 드디어 박태환은 법원의 가처분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잠정 처분을 통해 국가대표 자격을 회복했다. CAS의 잠정 처분 결과를 통보받은 대한수영연맹은 박태환을 명단에 올려 FINA에 제출했다. 이제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를 얻는 것만 남았다.
본인 말대로 약물 복용 사실을 몰랐는지, 아니면 명백한 잘못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건 이제부터 그런 실수를 하지 않는 게다. 한 번의 실수가 평생의 일침이 되기를 바란다. 이번 실수를 교훈 삼아 프로다운 선수가 되길 기대한다. 요즘 프로가 프로답지 못해 우리네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실망시키는 경우가 많다. 실수는 접어 두고, 앞으로는 이런 실수가 없도록 스스로 따끔하게 채찍질을 해야 한다.
사실 박태환 선수는 아픈 시간을 많이 보냈다. 지난날 잠실관광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응원해 준 국민과 동료들에게 허리 숙여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 금지 약물 투여는 도핑 테스트 전까지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자숙 시간을 갖겠다고 약속도 했다. 그 후에도 인천시청에서 사죄의 큰절을 올리는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충분히 아팠고, 대가 지불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국위 선양을 위해 최선의 질주를 해 주길 기대한다. 지나간 아픈 시간들을 마음에 새기면서, 남은 시간에는 훈련에만 매달리기를 당부한다.
아팠던 만큼 더 이를 악물었으면 한다. 다소 부담을 안겨 주는 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당부하고 싶다. 실망했던 국민들에게 기쁨의 메달을 안겨 주기를 부탁한다.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리우로 보내길 정말 잘했다'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스스로에게도 메달로 보상해 주기를 바란다.
박태환 사건을 보면서 관점의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그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두고 그동안 뜨거운 갑론을박이 이어져 왔다. 출전시켜야 한다는 측에서는 실리론으로 접근했다. "약물 복용으로 인한 18개월간의 국제수영연맹 징계가 끝났으니 명예 회복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그의 국내 대회 기록이 올림픽 메달권에 육박하는 만큼, 국위 선양을 위해 발탁해야 한다는 게다.
그러나 반대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약물 복용으로 징계를 받은 선수는 3년간 국가대표로 발탁할 수 없다는 대한체육회 규정은 지켜져야 한다는 게다. 약물을 복용해도 운동만 잘하면 태극마크를 달아 주는 건 교육상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게다. 그들은 명분론과 원칙론으로 맞섰다.
물론 원칙대로 하겠다는 게 감정 문제나 갑질은 아니길 기대한다. 원칙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권이 개입되고 감정이 연루되면 여지없이 무너지는 경우를 많이 봐 왔으니까.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인 게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세상. 남이 하면 불륜이고 자신이 하면 로맨스가 되는 세상. 이런 태도로는 결코 정의롭고 공의로운 세상을 기대할 수 없다.
살아가면서 관점으로 인한 갈등을 수없이 경험한다. 관점 차이 앞에서 서로 얼굴을 붉히고 싸운다. 죽어도 양보할 수 없다는 듯이. 자신은 절대 옳다는 듯이. 당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듯이. '절대'라는 말을 거듭 되뇌면서.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로 안 된다고 하면서. 그런데 잣대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선명하지 않은 주관적인 잣대로 판단하니 중심이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 이중 잣대를 갖고 남을 판단하고 비난하려 들기도 한다.
양심이라는 잣대가 살아 있었으면 좋겠다. 보편타당함이 서로에게 통용될 수 있는 사회이면 좋겠다. 자기중심적·주관적 잣대가 아니라,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상식이 잣대가 되면 좋겠다. 영원히 변치 않는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가 겪는 관점 충돌을 해결하는 선명한 기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