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를 잃은 집시에게는 찾아오는 밤이 두렵다/ 타인이 보는 석양의 아름다움도, 집시에게는 두려움의 그림자일 뿐... / 한때는 천방지축(天方地軸)으로 일에 미쳐 하루 해가 아쉬웠는데 모든 것 잃어버리고, 사랑이란 이름의 띠로 매였던 피붙이들은 이산(離散)의 파편이 되어 가슴 저미는 회한(悔恨)을 안긴다
굶어 죽어도 얻어먹는 한 술 밥은 결코 사양하겠노라 이를 깨물던 그 오기도 일곱 끼니의 굶주림 앞에 무너지고 / 무료급식소 대열에 서서... 행여 아는 이 조우할까 조바심하며 날짜 지난 신문지로 얼굴 숨기며 아려오는 가슴을 안고 숟가락 들고 목이 메는 아픔으로 한 끼니를 만난다 / 그 많던 술친구도 그렇게도 갈 곳이 많았던 만남들도 인생을 강등(降等)당한 나에게 이제는 아무도 없다(酒食兄弟千個有, 急難之朋一個無)
밤이 두려운 것은 어린아이만이 아니다 50평생의 끝자락에서 잠자리를 걱정하며 석촌공원 긴 의자에 맥없이 앉으니 만감(萬感)의 상념이 눈앞에서 춤을 춘다 뒤엉킨 실타래처럼 난마(亂麻)의 세월들... / 깡소주를 벗 삼아 물 마시듯 벌컥대고 수치심 잃어버린 육신을 아무 데나 눕힌다 빨랫줄 서너 발 철물점에서 사서 청계산 소나무에 걸고 비겁(卑怯)의 생을 마감하자니 눈물을 찍어내는 지어미와 두 아이가 "안 돼 아빠... 안 돼" 한다.
그래, 이제 다시 시작해야지 교만도 없고, 자랑도 없고 그저 주어진 생을 걸어가야지 / 내달리다 넘어지지 말고, 편하다고 주저앉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그날의 아름다움을 위해 걸어가야지... 걸어가야지..."
이는 서울 영등포 노숙인 쉼터 <행복한 우리집>의 식당 벽에 붙어있는 시(詩)다. 제목은 '집시의 기도', 부제(副題)는 '충정로 사랑방에 기거했던 어느 노숙인의 시'이다. 쉼터 관계자는 "이 바닥에서는 아주 유명한 詩"라고 전한다.
이 시의 원작자인 장(張) 씨는 1999년 봄에 이를 직접 썼다고 했다. 1998년 장 씨가 사업에 망했다면서 찾아 왔다. 키는 160cm 정도에 머리숱도 적고 이도 많이 빠진 왜소한 사람이었다. 그가 이 기도시를 써 놓고 떠난 것이다.
'솔베이지의 노래'의 유래도 비슷한 데가 있다. 노르웨이 어느 산간 마을에 농부인 페르퀸트가 살고 있었다. 같은 동네에 아름다운 소녀 솔베이지가 살고 있었다. 둘은 사랑했고 결혼을 약속했다. 가난한 농부였던 페르퀸트는 돈을 벌기 위해 외국으로 떠났다.
갖은 고생 끝에 돈을 모아 방탕한 생활을 하다, 고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국경에서 산적을 만난다. 돈을 다 빼앗기고 고생 끝에 겨우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어머니 오제는 이미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살던 오두막집에 도착해 문을 열고 보니, 어머니 대신 사랑하는 솔베이지가 백발이 되어 다 늙어 버린 페르퀸트를 맞이한다. 병들고 지친 페르퀸트는 솔베이지의 무릎에 머리를 누이고 눈을 감는다. 그녀는 꿈에도 그리던 연인 페르퀸트를 안고 '솔베이지의 노래'를 부른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만남이다. 독일의 문학자인 한스 카롯사는 "인생은 너와 나의 만남"이라고 말했다. 인간은 만남의 존재이다. 산다는 것은 만난다는 것이다. 부모와의 만남, 스승과의 만남, 친구와의 만남, 좋은 짝과의 만남, 많은 사람과의 만남이다.
남편은 좋은 아내를, 아내는 좋은 남편을, 자녀는 좋은 부모를, 부모는 좋은 자녀를 잘 만나야 한다. 씨앗은 땅을 잘 만나야 하고 땅은 씨앗을 잘 만나야 한다. 국민은 대통령을 잘 만나야 하고 대통령은 국민을 잘 만나야 한다. 인생에서 만남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우연한 만남이든, 심리적 만남이든 만남은 중요하다. 인생의 변화는 만남을 통해 시작된다. 만남을 통해 우리는 서로를 발견하게 된다. 서로에게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떤 난관이 오더라도 마음엔 태양을 갖고 입술에는 노래를 가져라. 폭풍이 불고 눈보라가 쳐도, 하늘에 먹구름이 땅에는 싸움이 그치지 않아도, 항상 마음엔 태양을 가져라. 어떤 고난이 와도 입술에 노래를 간직하고 명랑한 노래를 불러라. 용기를 잃지 말고 저 높은 곳을 향해 순례의 여정을 늦추지 마라.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전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