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행사를 하다 보면 많은 순서가 있고 각기 맡겨진 역할이 있습니다. 특히 축하 예배나 취임 예배 등을 드릴 때에는 사회를 맡은 분, 기도를 맡은 분, 설교를 맡은 분 그리고 축사나 권면, 축가를 맡은 분들이 있습니다. 대개 주최 측에서는 나름대로 콘티를 짜고 순서를 정해서 아름다운 예배가 되도록 구성을 합니다. 그런데 간혹 보면 사회를 보는 분이 너무 멘트가 많아서 행사나 예배를 지루하게 한다거나 축사를 맡은 분이 권면을 하고, 권면을 맡은 분이 축사를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좀 더 심한 경우에는 축사나 권면을 맡은 분이 아예 다시 설교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축도를 맡은 분이 축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축도 전에 꼭 기도를 한다던가, 심지어는 축도하기 전에 한 말씀만 드리겠다며 설교와 기도와 축도까지 1인 3역을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순서가 많은 행사나 예배는 지혜롭게 역할을 분별하며 서로 균형을 이루어가면서 순서에 임하면 정말 아름답지만 한 두 분의 과욕(?)으로 인해 모든 분들을 힘들게 할 때가 많음을 보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나름대로 사정은 있겠지만 순서에 이름만 올려놓고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보기 좋은 일은 아닐 것입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자기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바로 알고 역할의 성격에 따라 분별력을 가지고 움직여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과연 역할이란 무엇일까요? 역할[役割, role]이라는 용어는 본래 연극에서 비롯된 것으로, 연극을 이끌어 감에 있어서 배우들이 맡은 각각의 배역을 말합니다. 배우들은 상황에 따라 약간의 변동은 줄 수 있겠지만 자기가 맡은 배역에 따라 더해서도 안 되고 덜해서도 안 됩니다. 한 번 방향이 틀어지면 연극은 엉뚱하게 흐를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될 때 연극은 결국 망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가정도 마찬가지이고 사업도 단체도 교회도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역할을 맡은 자들이 알아야 할 것은 어떤 작은 역할이라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성경에도 보면 “우리가 한 몸에 많은 지체를 가졌으나 모든 지체가 같은 기능을 가진 것이 아니니 이와 같이 우리 많은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 되어 서로 지체가 되었느니라”(고전12:4-5) 말씀합니다. 손은 손대로, 발은 발대로, 눈은 눈대로, 귀는 귀대로 소중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자기의 역할을 바로 알아 역할 감당만 잘 해 주면 모두가 합력하여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인간은 본래 서로 돕고 살도록 지음 받은 존재들이기에(창2:18) 필요에 따라 서로 혼용해서 일을 해야 할 때도 있지만, 결국 각자의 위치와 역량에 따라 역할을 잘 분별하고 해야 할 일들을 정확히 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임을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