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에서 인류가 다민족으로 다문화를 형성하게 된 결정적 사건은 바벨탑 건축 사건이라 말할 수 있다. 바벨이란 의미는 ‘신의 문’을 뜻하는 바빌론과 연결된다. 특히 창세기 저자는 바벨이란 의미를 ‘뒤섞는다. 혼란시키다’의 의미인 발랄(Balal)을 염두에 두고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성경에서 바벨은 하나님을 저버린 사회를 상징한다. 바벨탑은 바빌론의 마르둑 근처의 신전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고대 메소포타미아 도시 중앙에 세워졌던 지구라트를 말한다. 그런데 성경에서는 인류가 바벨탑 사건 이후에 각기 다른 언어를 따라 다문화 민족을 이루어 흩어져 널리 펴져 살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창세기 11장 1절에 따르면 인류는 같은 언어를 사용했다고 전하고 있다. “온 땅의 언어가 하나요 말이 하나였더라” 그런데 창세기 11장 7절에서는 “자, 우리가 내려가서 거기서 그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그들이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 하시고”라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창세기 11장 8절에서 여호와께서는 인류를 온 지면에 흩으심으로 그들이 도시를 건설함을 그쳤다고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구약학 신학자인 클라인(Meredith G. Kline)은 인류의 확장이 창세기 9:1의 일반 은총의 축복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지만 인류의 퍼져감과 흩어짐을 저주와 심판에 속한 것임을 시사했다. 무엇보다 인류는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고 바벨탑 사건을 저지르므로 하나님으로부터 심판과 저주를 받아 각각 다른 언어를 사용하게 되고 따라서 여러 민족으로 분열하여 흩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월터 브루거만(Walter Brueggemann)도 하나님께서 인류에게 내린 심판은 인류가 바벨탑을 쌓고 하나님을 거역하려는 시도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바벨탑 사건 이후 인류는 자신들끼리 무리를 지었으며, 자신들이 원하는 장소로 이주해 갔고 부족과 종족의 집단을 이룸으로 인해서 다문화 종족으로 발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이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였다는 것은 피부색의 다름과 거주지가 다른 것보다 문화와 관습의 차이가 더 심화되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이렇듯 바벨탑 사건 이후 인류가 다른 언어를 사용한 것을 지적하며 브루거만은 언어야말로 인간 공동체를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하며 이로부터 인류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생겨나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보게 된다면 인류는 단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단일 민족으로 동쪽으로 이주해 오다가 신아르 지방에 자리 잡고 살고 있었다. 그러나 바벨탑 사건 이후 같은 언어를 쓰던 인류는 하나님의 심판으로 나뉘게 됨으로 다문화 공동체가 시작되었다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하나님께서는 다문화 공동체를 통해서 바벨탑 사건으로 인해 흩어진 인류가 각각의 다른 언어와 문화로 함께 하나님께 예배하며 서로 사랑하게 하는 은혜를 다시 한 번 허락해 주셨다. 인류가 바벨탑 사건으로 인해 온 세상에 흩어졌지만 이것은 영원히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류는 다시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이제 인류는 서로가 흩어진 상태를 탓할 것이 아니라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해 귀환의 과정, 즉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하나 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결국 바벨탑 사건은 인류의 다원화가 결코 파멸로 치닫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일치로 향해야 함을 가르쳐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지구상에는 237개의 국가가 있으며, 민족들은 약 12,000종족이 된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들 종족들은 각기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습관이나 문화가 다르다고 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구원을 통해 천국의 백성이 되는 순간 우리는 하나 된 언어와 사랑으로 하나님께 영광된 예배를 드리게 될 것임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