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모세 시대 가나안 주변이 피부질환이 아주 심한 환경이었음을 말해 준다. 이 같은 고통은 신약 시대에까지 연장된다. 팔레스타인 지역만이 아니었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기원전 15년 백제 온조왕 4년조 '삼국사기'에 보면 "봄과 여름에 가물어 기근이 생기고 역병(疫病)이 유행했다"고 전염병이 들끓었던 시대상을 전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역병이나 역질(疫疾)에 관한 내용이 많다. 1393년 3월 태조가 심혈을 기울여 창건한 양주 회암사에 역질이 유행한 것을 시작으로, 200여 건에 달하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현재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 보관 중인 조선 시대 인물 진신화상첩(眞身畵像帖) 22건 가운데 5명의 것에서 마마(천연두)의 흔적이 뚜렷하게 보일 정도다. 우리 인간은 왜 이 같은 질병에 노출되는 것일까?
하나님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귀한 신분을 스스로 포기하고 에덴 동산에서 추방된 인간은, 심음과 거둠과 추위와 더위 속에서 고단하고 피곤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시내산 아래서 1년여를 체류한 다음 광야의 긴 여행을 떠나야 할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들 앞에는, 참기 힘든 피부병(문둥병과 유출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모세와 아론에게 누구든지 피부에 무엇이 돋아나거나 종기와 부스럼과 색깔이 나타나면, 일단 피부병(문둥병)으로 간주하고 그를 제사장에게 데리고 가서 진찰을 받도록 명하셨다. 여기에는 어떤 교훈이 담겨 있는 것일까?
피부질환 진단(1-8절)
성경은 환처의 털이 희어졌거나 피부보다 우묵하게 보이면 문둥병으로 간주하였다. 다만 피부가 탈색되었더라도 피부보다 우묵하지 않고 그 털이 희어지지 않았으면, 제사장은 7일 동안 그를 격리시켰다가 7일째 되는 날에 다시 진찰하여, 그 자리가 다소 엷어지고 더 이상 번지지 않았으면 단순 피부병으로 간주하였다. 그리고 치료 및 사후 조치로, 제사장은 그를 깨끗한 자로 선포하고 옷을 세탁하도록 하였다.
난육(爛肉)에 의한 진단(9-17절)
사람에게 문둥병이 들었거든 그를 제사장에게로 데려갈 것이요, 제사장은 진찰하여 피부에 흰 점이 돋고 털이 희어지고 난육이 생겼으면 이는 피부의 오랜 문둥병으로 부정하다 진단하였다. 다만 그가 이미 부정하였은즉 금고하지는 않을 것이며, 제사장이 보기에 문둥병이 그 피부에 크게 발하였으되 그 환자의 머리부터 발까지 퍼졌거든 그가 진찰할 것이요, 문둥병이 과연 그 전신에 퍼졌으면 그 환자를 정하다 할지니, 다 희어진 자인즉 정하거니와 아무 때든지 그에게 난육이 발생하면 그는 부정한즉, 제사장이 난육을 보고 그를 부정하다 진단할지니 그 난육은 부정한 것인즉 이는 문둥병이며, 그 난육이 변하여 다시 희어지면 제사장에게로 갈 것이요 제사장은 그를 진찰하여서 그 환처가 희어졌으면 환자를 정하다 진단하였다.
인간은 누구나 피부병에 걸릴 수 있다. 또한 인간은 누구나 죄인이다. 심각한 피부병의 저주에서 정결케 될 수 있는 것처럼, 영적 법칙도 유사하다. 인간은 회개하면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어떤 추악한 죄와 저주에서도 정결함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난육(raw flesh, 히, "바사르 하이")은 "소생하는"(하이) "몸의 살"(바사르)이라는 의미로, 피부 일부가 터져 피부 표면 밖으로 불거져 나온 상태를 말한다. 당시 난육에 대한 이학적 치료법이나 사후 조치는 설명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이 질병도 치유될 수 있음을 성경은 분명히 밝히고 있다.
피부 종기에 의한 진단(18-23절)
피부에 종기가 생겼다가 나았고 그 종처에 흰 점이 돋거나 희고 불그스름한 색점이 생겼으면 제사장에게 보이고, 진찰하여 피부보다 얕고 그 털이 희면 그를 부정하다 진단할지니 이는 종기로 된 문둥병의 환처로 진단하였다. 그러나 제사장이 보기에 거기 흰 털이 없고 피부보다 얕지 아니하고 빛이 엷으면 그를 칠 일 동안 금고할 것이며, 그 병이 크게 피부에 퍼졌으면 그를 부정하다 진단하였다. 그러나 그 색점이 여전하고 퍼지지 아니하였으면 이는 종기 흔적이니 제사장은 그를 정하다 진단하였다. 피부 종기에 대해서 성경은 심할 경우 칠 일 동안의 격리법을 제시한다. 그 외 별다른 치료법은 제공하지 않고 있다.
화상에 의한 진단(24-28절)
피부를 불에 데였는데 그곳에 불그스름하고 희거나 순전히 흰 색점이 생기면 제사장은 진찰할지니 그 색점의 털이 희고 그 자리가 피부보다 우묵하면 이는 화상에서 발한 문둥병인즉 그를 부정하다 진단하였다. 그러나 제사장이 보기에 그 색점에 흰 털이 없으며 그 자리가 피부보다 얕지 아니하고 빛이 엷으면 그를 칠 일 동안 금고할 것이며, 칠 일 만에 제사장이 그를 진찰하여 만일 병이 크게 피부에 퍼졌으면 그를 부정하다 진단하였다. 만일 색점이 여전하여 피부에 퍼지지 아니하고 빛이 엷으면 단순 화상으로 부은 것이니 제사장은 그를 정하다 진단하였다. 화상에 대해서도 뚜렷한 치료법은 제공되지 않았다. 다만 환처가 심하지 않을 경우 칠 일 동안 격리하여 증세의 경과를 살펴보도록 하고 있다.
모발과 수염에 의한 진단(29-37절)
남자나 여자의 머리에나 수염에 환처가 있으면 제사장은 진찰하여, 환처가 피부보다 우묵하고 그 자리에 누르고 가는 털이 있으면 이것은 옴으로 머리에나 수염에 발한 문둥병임이라 칭하였다. 만일 제사장이 보기에 그 옴의 환처가 피부보다 우묵하지 아니하고 그 자리에 검은 털이 없으면 그 환자를 칠 일 동안 금고할 것이며, 칠 일 만에 그 환처를 진찰하여 옴이 퍼지지 아니하고 누른 털이 없고 피부보다 우묵하지 아니하거든 그는 모발을 밀되 환처는 밀지 말 것이요, 제사장은 옴 환자를 또 칠 일 동안 금고할 것이며, 칠 일 만에 그 옴을 또 진찰하고 그 옴이 피부에 퍼지지 아니하고 피부보다 우묵하지 아니하면 그를 정하다 진단하였다. 치료 및 사후 조치로 옷은 세탁하여 정하게 하고, 깨끗한 후에라도 옴이 크게 피부에 퍼지면 제사장은 그를 진찰하여 과연 옴이 피부에 퍼졌으면 누른 털을 찾을 것 없이 그는 부정하였다. 하지만 제사장이 보기에 옴이 여전하고 그 자리에 검은 털이 났으면 그 옴은 나았고 그 사람은 정하다 진단하였다.
정결한 피부 질환 진단(38-39절)
남자나 여자의 피부에 색점 곧 흰 색점이 있어 부유스름(희끄므레)하면, 이는 피부에 발한 어루러기라 제사장은 그가 정하다고 진단하였다. 어루러기(히, "보하크")는 자연 치유가 가능한 가벼운 피부 질환으로, 특별한 사후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대머리와 관련한 피부 질환 진단(40-44절)
누구든지 머리털이 빠지거나 앞머리가 빠지면 대머리였다. 대머리는 질병이 아니었다. 다만 일반 대머리가 아니라 머리나 이마에 희고 불그스름한 색점이 있으면 이는 피부병이었다. 일반적으로 대머리는 정하나, 머리나 이마에 희고 불그스레한 색점이 있으면 피부병으로 취급하여 부정하게 다루었다. 색점은 종양으로 발전할 위험이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환자 격리법(45-46절)
문둥(피부병) 환자는 옷을 찢고 머리를 풀며 윗입술을 가리고 외치기를 부정하다 부정하다 할 것이요, 병 있는 날 동안은 늘 부정할 것이라 그가 부정한즉 혼자 살되 진 밖에 살도록 조치하였다. 당시 피부병이 위생상 이유로 인해 공동체에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환자를 격리할 것을 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의복 문제(47-59절)
만일 의복에 문둥병 색점이 발하여 털옷에나 베옷에나 베나 털의 날에나 씨에나 혹 가죽에나 무릇 가죽으로 만든 것에 있되 그 의복에나 가죽에나 그 날에나 씨에나 무릇 가죽으로 만든 것에 병색이 푸르거나 붉으면 이는 문둥병의 색점이라 제사장에게 보일 것이요, 제사장은 그 색점을 살피고 그것을 칠 일 동안 간직하였다가 칠 일 만에 살펴서 그 색점이 그 의복의 날에나 씨에나 가죽에나 가죽으로 만든 것에 퍼졌으면 이는 부정한 악성 문둥병이니, 그는 그 색점 있는 의복이나 털이나 베의 날이나 씨나 무릇 가죽으로 만든 것을 소각해야 했다. 그러나 제사장이 보기에 그 색점이 그 의복의 날에나 씨에나 무릇 가죽으로 만든 것에 퍼지지 아니하였으면, 그 색점 있는 것을 빨게 하고 또 칠 일 동안 간직하였다가 그 빤 곳을 다시 살펴 그 색점의 빛이 변치 아니하고 그 색점이 퍼지지 아니하였으면 가죽에 있든지 속에 있든지 악성 문둥병이므로 소각해야 했다.
사후 조치로 세탁 후 제사장이 보기에 그 색점이 엷으면 그 의복에서나 가죽에서나 그 날에서나 씨에서나 그 색점을 찢어 버릴 것이요, 그 의복의 날에나 씨에나 무릇 가죽으로 만든 것에 색점이 여전히 보이면 복발하는 것이니 그 색점 있는 것을 소각해야 했다. 세탁한 의복의 날에나 씨에나 무릇 가죽으로 만든 것에 그 색점이 벗어졌으면 그것을 다시 빨아야 하였고, 이는 털옷에나 베옷에나 그 날에나 씨에나 무릇 가죽으로 만든 것에 발한 문둥병 색점의 정하고 부정한 것을 단정하게 하는 규례였다.
본문은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치는가?
1) 모든 인간은 비참하다!
본문에 보면 모든 질병을 판단하고 진단한 것은 의사가 아니었다. 놀랍게도 제사장이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하나님께서 오늘 본문을 통해 우리에게 주시려는 교훈은 무엇이었을까? 하나님이 주시려는 교훈은 단순한 피부병 진단과 치료가 아니었다. 모든 인간의 죽음과 아픔과 비참한 질병의 뒤에 가려진 진면목을 보여 주시려는 것이었다. 죄의 결과와 심판의 진면목을 보라! 당연히 문둥병의 근원도 결국 인간의 죄(시 38:3-11; 사 1:6)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이 비참한 현실을 어떻게 할 것인가!
2) 사랑은 지극한 관심이다!
피부병의 진단과 치료에 담긴 하나님의 세심한 배려와 관심이 보이는가? 사랑은 지극한 관심이다! 인간의 죽음과 끝없는 비참함 속에서 하나님의 지극한 십자가 사랑을 보라!
3) 하나님은 영육을 치유하시길 원하신다!
(1) 레위기의 피부병과 오늘날의 문둥병(나병)은 분명 다르다!
헬라어 "레프라"로 번역된 당시 문둥병("차라아트")은 오늘날의 나병이 아닌, 주로 곰팡이와 관련된 피부병이었다. 히포크라테스도 이 "레프라"를 피부병을 총칭하는 단어로 사용하고 있다. 2-42절 내용은 주로 오늘날의 마른 버짐(psoriasis)이나 기계충(favus), 피부 손상(hulse)과 관련되어 있고, 47-59절은 공팡이와 관련된 증상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에 문둥병(나병)은 곰팡이나 일반 균류(菌類)가 아닌 특정 쪽팡이(세균=나병균)와 관련되어 있는 질병이다. 따라서 2006년 개정된 한글 개역개정판이 개역 성경의 문둥병을 나병(癩病)으로 동일하게 번역한 것은 조금 아쉬움이 있다. 나병이든 문둥병이든 레위기 13장의 피부병을 우리말로 정확하게 옮긴 번역이라고 보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는 것이다. 번역 책임자들이 신학자들과 의학자들의 조언을 좀 더 참고하여, 오랫동안 문둥병으로 잘못 번역되어 우리에게 전해졌던 이 레위기가 전하는 피부병에 대한 정확한 해석을 독자들에게 전해 주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2) 곰팡이와 쪽팡이(나병같은 세균)는 치료법이 전혀 다르다!
유리하는 광야라는 특수한 환경 요인에서 발생한 당시 각종 피부병(주로 곰팡이 관련 피부병)에 대해, 의복을 물로 세척하고 격리(隔離)와 소각(燒却)을 하는 일차적 대처는 아주 탁월한 치유법이었다.
(3) 인류의 진정한 치유는
첨단 과학 시대인 21세기의 의학적 처방과 동일하지는 않더라도, 레위기는 광야 생활 가운데 만연한 이스라엘 백성의 고질적 피부병에 대해 세심하면서도 당시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우리 인간이 단순한 피부병만이 아니라 모든 죄와 질병을 함께 치료받을 수 있기를 원하신다! 예수께서는 죄를 사하시면서 많은 문둥병자들을 치유하심으로써, 육적 치유뿐 아니라 온전한 영적 치유를 제공하셨다(마 8:2-4; 눅 17: 12-19). 그 탁월하고 세심하고 정교한 영적·육적 법칙을 당신은 믿고 이해하고 있는가?
조덕영 박사는
환경화학공학과 조직신학을 전공한 공학도이자 신학자다. 한국창조과학회 대표간사 겸 창조지 편집인으로 활동했고 지금은 여러 신학교에서 창조론을 강의하고 있는 창조론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가 소장으로 있는 '창조신학연구소'(www.kictnet.net)는 창조론과 관련된 방대한 자료들로 구성돼 목회자 및 학자들에게 지식의 보고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글 역시 저자의 허락을 받아 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퍼온 것이다. '기독교와 과학' 등 20여 권의 역저서가 있으며, 다방면의 창조론 이슈들을 다루는 '창조론 오픈포럼'을 주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