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허탈감에 빠질 때가 있다. 믿었던 친구에게 속아서 적잖은 재물을 잃어버렸을 때라든지, 천직으로 알고 충성하던 직장에서 어느 날 갑자기 해고되었을 때라든지, 혹은 사랑하는 배우자로부터 갈라서자는 통고를 받았을 때에, 사람들은 삶의 텅 빈 허탈감과 처절한 외로움, 그리고 그 모든 감정들이 혼합되어 밀려오는 극한적인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지난 주간, 좁게는 한국, 넓게는 세계적으로 이런 허탈감이 퍼져나갔다. 그것은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 앞에 인간 자신이 패배했기 때문이다.
20여 년 전인 1997년에 ‘딥 블루(Deep Blue)’라는 인공지능이 체스(서양장기)의 세계챔피언을 이긴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딥 마인드(Deep Mind)’라는 인공지능이 바둑계의 거장을 이겼다.
사람들은 아무리 잘 만들어진 인공지능이라도 바둑의 고수는 쉽게 이길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바둑 게임에는 우주에 있는 모든 원자들의 수보다 더 많은 10의 170승에 달하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10의 170승은 1 다음에 0을 170개 놓은 숫자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억’은 0이 8개에 불과하다.
그런데 사람들의 예측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바둑의 최고수(崔高手)가 인공지능에게 무기력하게 무너졌다는 소식이 충격파가 되어 우리들에게 밀려왔다. 그동안 영화에서 자주 보았던 것처럼 인공지능을 가진 로보트들에게 인간이 지배당하는 시대가 가까이 다가온 듯한 두려움도 함께 묻어왔다.
두려움이 일단 우리를 지배하기 시작하면 그 두려움의 깊이는 10의 170승 보다 더 크게 된다. 우리들의 상상력 때문이다.
그러나 정신을 가다듬고 생각해보면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다. 인공지능은 많은 천재들이 지혜를 모아 만든 하나의 기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기계는 언제나 사람을 능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기계와 사람의 경쟁은 마치 자동차와 사람 사이에 누가 더 빨리 가느냐를 가늠하는 것만큼이나 불공정한 게임이다. ‘딥 마인드’도 사람이 만든 컴퓨터 기계에 불과하다. 기계가 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창조주 하나님과의 교제다. 기계는 십자가의 사랑을 알 수가 없다. 죄책감을 가지고 회개할 수도 없다. 선한 일을 위하여 자기를 희생하는 정신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을 안다.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회개하고 변화되면서 하나님의 형상을 되찾아간다. ‘딥 마인드’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못한다. ‘딥 마인드’는 비인칭(非人稱)의 ‘그것(It)’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의 보배로운 자녀들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교만한 마음에서 헛김이 빠져나갈 때에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은 허탈감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겸손하게 하나님께로 돌아가서 자신의 무한한 가치를 재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