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상경한 故 배형규 목사의 아버지 배호중 장로(72)가 28일 오후 5시 피랍자 가족들을 방문했다. 사랑하는 아들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극한 슬픔에서도 그는 오히려 피랍자 가족들을 위로했다. 슬픔을 절제하려고 노력했지만 그의 목소리에 배어있는 고통은 숨길 수 없었다. 이러한 그의 모습에 피랍자 가족들은 연신 눈물을 흘렸으며 취재진들도 고개를 떨구었다.

“희생자는 故 배형규 목사로 족합니다. 저는 22명의 봉사단원들이 무사히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이에 대한 걱정이나 슬픔이 없습니다. 선한 일을 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했던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피랍자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며 “같이 간 일행이 오지 않은 상태에서 故 배 목사의 장례식은 의미가 없으며, 지금은 피랍자들의 석방을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故 배 목사가 건강한 다른 단원들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곧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방문에는 故 배 목사의 어머니 이창숙(68) 씨와 사모 김희연(37) 씨가 함께 했다. 이창숙 씨는 바닥에 앉은 채 말을 잇지 못했으며, 김희연 씨는 검은 안경 위로 쏟아지는 눈물을 연신 손수건으로 닦아냈다.

피랍자 가족들은 “우리가 위로해 드려야 되는데 오히려 유가족에게 위로를 받는다”며 다시 한번 눈물을 흘렸다. 가족들은 “현재 외무부와 긴밀히 연락을 주고 받고 있으며,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